『별에게』(안녕달) & 오저여 해변
나에게 봄이란 너무나 애매한 계절이다. 겨울도 여름도 아닌 그 중간에 있으면서 날씨는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는 계절. 그렇다고 꽃놀이를 즐기지도 않는다. 마치 온 세상이 벚꽃을 보며 설레라고 등 떠미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나는 벚꽃을 봐도 감흥이 없다(그래도 벚꽃 끝물이 되었을 때 밤하늘에 날리는 벚꽃은 예쁘다). 그런 나에게 3, 4월은 기운이 떨어지는 시간이다. 가뜩이나 작년에는 이맘때쯤 제주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때는 이렇게나 애매하고 울적하진 않았다. 오히려 봄을 더 흠뻑 즐겼던 것 같다. 그때는 매일을 바다와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별을 벗 삼아 밤산책을 하곤 했으니까. 그런데 다시 육지로 돌아온 요즘은 하늘, 구름, 별을 볼 일도 잘 없거니와 보더라도 제주에서만큼 통 감흥이 없다.
부쩍 제주가 그리워지던 차에 안녕달 작가님이 『별에게』라는 동화책 신간을 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녕달 작가님은 『안녕』이라는 그림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때 한창 힘들던 시기에 그 책을 보고 많은 위로가 되었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별에게』 표지 그림을 보고 단박에 알아챘다. 아, 제주가 배경이구나! 저 해안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박혀 있는 현무암과 해안도로 너머로 보이는 바다까지, 마치 내가 작년에 툭하면 걸어 다니던 밤산책 길과 너무 닮아있었다. 제주 사람도 아니면서 제주 향수병에 푹 젖어 있는 나에게 이번엔 어떤 또 다른 위로가 될까 궁금해졌다.
별을 열심히 산책시키면 달만큼 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데려온 아이는 매일 밤 별을 산책시킨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 별은 어떻게 될까? 자세한 이야기는 동화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 동화책은 사랑하는 존재와 언젠가 이별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그게 영원한 작별은 아님을 속삭여준다. 나 역시도 이 책을 통해 1년 전에 만났던 제주에서의 시간이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본다.
밤산책을 할 때면 제주 동쪽 월정리와 행원리 사이에 있는 오저여 해변까지 걷곤 했다. 오저여 해변까지 가기 전에 부둣가가 있는데 노을이 질 때쯤 그 부둣가로 걸어 나가 바다를 바라보면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다. 월정리에서 오저여 해변까지의 해안도로가 마치 『별에게』에서 아이가 매일 별을 산책시키던 길과 닮아있다. 소중한 별과 같은 사람과, 혹은 나를 별 삼아 이 해안도로를 걸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