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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able K Papa Jan 04. 2024

미안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는 아니야

Capable K-Papa, Echo Sphere 

연말 클로징 전 최근 이틀간 저녁 학회가 있었습니다. 항상 회사에서 저녁에 일이 생기거나 불가피한 야근이 발생 할 때, 저는 발표할 때보다 더 걱정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집에서 두 쌍둥이 아이를 혼자 보고 있을 아내와 어린이집 하원등 제 부재로 인해 발생할 수많은 일들을 그저 막연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엄마, 아빠들 중 야근이 전혀 없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요?


현재 대한민국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가 맞습니다. 출산율 0.7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1,000명의 인구가 "모두" 결혼한다는 가정하에 500쌍의 부부가 "모두" 출산한다는 가정 하에 한 세대에서 350명의 인구가 생겨나게 됩니다 (한세대만에 1/3로 인구 증가가 줄었네요). 한세대만 더 반복해보면 350명의 인구가 "모두" 결혼해서 175쌍이 된다고 할 때 두세대만에 새로 태어나는 인구는 88명이 됩니다 (1/10이 되었습니다). 그나마도 반올림해서 나온 숫자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 88명은 이제 은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노인 인구 1,000명을 지탱하는 생산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최 재천 교수님의 유튜브에 나온 "국가 소멸? 내가 힘든데 그게 중요한가요?"라는 영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생태계에 있어서도 많은 생물들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산을 하지 않고 상황이 좋아진 후 다음 세대를 계획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지금은 상황에 대한 인류의 적응을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팽배해진 “손실회피”를 고려 할 때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플러스가 아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한가지 이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혼과 양육은 단순히 비용 뿐만 아니라 몇 년간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눈 앞에서 차선 하나 양보하지 않고 몇초 아끼려고 옆차보다 앞에서 끼어드는 지금의 우리가 과연 그런 손실을 감당할까요? 



재작년 가족을 위해 한국으로 귀국한 뒤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 "돌봄지원센터"에 수십번 전화를 했었습니다. 현실을 먼저 말씀드리면 수요와 공급이 안맞습니다. 아이 돌봄 도우미를 한명 구하려면 몇십명이 이미 대기자로 기다리고 있고 그마저도 손이 많이 가는 영아들은 도우미분들이 기피하기 때문에 매칭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아직까지 효과적으로 매칭하는 공공기관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너무나도 운좋게 매칭이 되었어도 뉴스에 자주 나오는 기사처럼 도우미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을 함부러 대하거나 양육 가정에 갑질을 하는 경우도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워낙 어렵게 매칭이 되었기 때문에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가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는 부모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루는 결국 긴급으로 도우미 선생님을 요청 드렸지만 2시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결국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오다가 손을 놓치는 바람에 뛰어가던 아들이 날카로운 시설물 기둥 모서리에 부딪쳐 응급실에 뛰어가 4바늘을 꿰맸습니다. 저는 그때 외국계 회사 아시아 태평양 지부 심혈관 의학부 전체에 중요한 발표를 2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응급실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급하게 사정을 설명하면서, 우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계속 저도 울면서 바이탈만 체크했습니다. 그 다음날 "그래서 아이 다친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지요?"라는 퉁명스러운 더이상 사람이 아닌 아이돌봄센터 팀장의 말에 진심으로 폭발하여 분노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당연히 특별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 경험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세상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힘들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선택’ 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아이 키우기 정말 녹록치 않은 나라입니다. 영국은 "Midwife"가 있어 출산 후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정서적 케어 및 필요한 도움을 줍니다. 그렇기 않더라도 "District Nurse" 시스템이 있어 간호사분들 또한 가정 방문 후 지역별로 필요한 의료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임신기간 및 출산에 드는 모든 비용은 "전액" 무료입니다. 


개인적으로 정치 정말 싫어하고 우리나라 너무 좋아하고 태권도 좋아하는 나름 애국심 큰 사람입니다. 제 가족과 아이들에게 당당하고 싶어 유럽에서 의대 졸업하고 29살에 군대 현역 입대하여 사단창 표창 포함해 표창/임명장만 7개 받고 전역했던, 내 나라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정말 아이들을 잘 키우기 쉽지 않은 구조라 생각됩니다. 


모든 시스템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적으로 세심한 조율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출산율이 낮다는 말은 인간적으로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지금 있는 인구를 잘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딱히 실제적으로 체감되지 않습니다. 두 손이 묶인 상태로 직장과 생활의 조심스러운 균형을 맞춘지 벌써 4년이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경험을 뒤로 하고 다시 태어나면 아이를 낳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럼 저는 대답합니다. 백만번 다시 태어나도 저는 이 아이들을 낳고 키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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