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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새 Sep 09. 2024

전원 기립! 다 함께 들썩들썩~

요양보호사 교육 중

밥먹고 졸릴 때는 다함께 들썩들썩~


하루 8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겨울 아침 차가운 강의실에 들어서면서부터 간식을 챙겼다. 움직이지 않아도 계속 군것질 거리를 찾았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더 졸리고 몸이 절로 배배 꼬였다.


강사님은 풀린 눈을 한 교육생들을 보며 "전원 기립"을 외쳤다. 체조 시간이 왔다. 졸음 퇴치용답게 신나고 흥겨운 트로트가 배경음악으론 제격이었다.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요통으로 긴장한 몸을 풀어야 했다. 나름 영상 속 사람들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 했다.


오예~! 하지만 다른 사람 눈엔 그냥 허우적거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나 보다. 강사로부터 놀림도 받고 상품도 받았다. 휘저어대는 나와는 달리 춤선이 살아있는 동기생도 있었다. 어쩜 그리 시원시원한지.... 두 아이의 엄마인 새댁이 내 눈엔 아이돌 같이 보였다.


새댁은 외국인이지만 한국말이 유창하다. 교육원에 수강신청을 하러 온 날 처음 봤을 때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다. 새댁은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연로하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시부모님 가족요양을 위해 교육을 듣는다고 했다. 거기다 꿈을 위해 학교도 다니고 있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싹싹하고 지혜롭고 착하기까지 한 새댁을 보며 매일매일 감탄했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외국어로 시험을 보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문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눅 들지 않고 계속 물어가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강사님과 동기들은 새댁에게 어려운 말이 나오면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서른 즈음의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사는 모습은 만국공통인 듯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에너지도 넘치는 시기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기, 새댁을 따라갈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새댁이 조금 더 자신의 건강에 신경 써 주면 좋을 것 같았다. 일도 가족도 모두 소중하지만 우선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새벽부터 밤까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우리의 어여쁜 새댁. 항상 밝은 얼굴로 즐겁게 살고 있다. 자신의 건강도 잘 챙기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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