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중 70대 어르신은 남편분의 간호를 위해 교육을 받으셨다. 24시간 계속되는 돌봄으로 많이 지치신 듯했다. 큰맘 먹고 신청한 요양보호사 교육이 힘들면서도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즐기시는 듯 보였다. 가끔 손자도 돌보셨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강의실에 데리고 오시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가족을 지키는 울트라슈퍼파워 할머니셨다.
가족요양보호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혈족, 그의 배우자와 형제자매 포함)이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다른 직장을 다닐 경우 월 160시간 이하의 근로자일 경우만 해당되고 하루 60분, 한 달 20일까지 가능하다. 만약 65세 이상이라면 배우자를 돌볼 경우 하루 90분, 한 달 내내 인정받는다. 일명 노노케어라고 부른다.
동기 어르신은 노노케어를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고 계셨다. 말씀은 어렵다 모르겠다 하셨지만 모의시험은 높은 점수를 유지하셨다. 집중력도 좋으셨고 간식을 베푸시며 아랫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사회성까지 겸비한 멋진 분이셨다.
자연스럽게 연배가 비슷한 내 부모님이 떠올랐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말귀가 좀 어두워졌고 거동도 불편해하신다. 일상생활은 그런대로 하고 계시지만 이젠 새로운 것에 겁내하신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셨다. 어쩔 수 없이 이런 부모님의 모습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부모님을 뵐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자주 찾아뵙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부모님이 아프셔서 간호가 필요하다면 가족요양을 할 생각이다. 요양보호사를 공부하게 된 계기도 부모님의 노년 때문이었다. 동기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들 때는 다른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다행히 가까이 사는 자녀가 있어서 이렇게 함께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부모님의 간호는 형제자매와 나눠서 하고 싶지만 각자 생각이 다를 테니 긍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닐 것이다. 부모 부양으로 갈등이 생기는 집을 여럿 봐 왔기 때문이다. 만일더 이상 모시기 어려운 때가 오면 요양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양시설에 대한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어떤 다큐프로그램을 보니 어르신들은 요양시설 입소가 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한번 들어가면 죽기 전엔 나올 수 없는 곳. 하지만 막상 입소해 보니 세상 편하고 쾌적하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왜 요양시설 학대를 다룬 사건사고 뉴스는 끊임없이 나오는지... 시설의 운영시스템이나 입소어르신을 돈으로 보는 사업주가 문제일 수도 있고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모시는 요양보호사의 개인적인 자질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시스템을 만들고 관련 구성원들을 교육시킨다고 해도 문제는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한테만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개선하고 보완하려는 정책, 사회분위기, 관련 종사자와 보호자 등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질 거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