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끄트머리쯤 요양보호사 교육이 시작되었다. 첫날 교육원 실장님의 오리에테이션과 노인요양보호 제도에 대한 교육을 들었다.
내일 배움 카드 이용자들은 고용노동부 출석 앱을 깔고 입실과 퇴실을 확인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자격 업무는 도청에서 관리하고 있어 매시간 교육원 전자출결 사항도 확인해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일정 공간에만 있으면 자동 출결되었지만 가끔씩 오류가 나서 꼭 확인이 필요했다. 80% 이상 출석해야만 자격증이 나온다고 한다. 이만저만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기수의 70대 어르신도 잘 따라오셨다. 한동안 혼자서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았나 싶었다. 오랜만에 접해 본 사회에 적응시간이 필요했다.
교육원 동기는 6명. 유난히 적은 인원이라고 했다. 교육원 실장은 요양보호사 자격 제도가 24년부터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자부담 교육비는 늘고 이수시간을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나에겐 조촐한 모임 같아 더 마음이 편했다.
강의실로 들어서는 첫날, 서먹해서 인사만 하고 뒷자리에 앉았는데 앞쪽 자리에서는 이미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동기들의 연령대는 갓 20살을 넘긴 청년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목적도 달랐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자연스럽게 알아갈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대화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맞춰 보려고 했다. 모두들 오고 가는 말을 통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대충 감을 잡은 듯했다.
출석 체크를 위한 교육원 실장님의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노인요양보호 제도에 대해 공부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최대한 쉽게 알려주려 했다. 교육생들의 다양한 연령대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도 달랐을 테니 강사라면 당연히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수업시간에 비해 많은 범위가 아니라서 내용면에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40년 넘게 살면서 관심 두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새롭게 배워갔다. 내가 매달 내고 있던 장기요양보험금이 바로 요양보호에 쓰인다는 것! 그동안 의료보험료는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이나 사용처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의료보험료를 내면서 나도 모르게 노인성 질환을 가진 분들을 조금씩 부양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곧 노인인구가 20% 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노인이 되면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사회보장보험이 잘 된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복지에는 돈이 드는 일이라 마냥 늘릴 수도 없는 문제일 텐데... 당연하게도장기요양보험률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 부모님의 일일수도 있고 곧 나의 일이기도 하다. 관심을 두고 볼 일이다.
종일 노인요양에 대한 수업을 들은 후부터늚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시간을 되돌려 더 젊은 날을 사는 경우는 상상 속 이야기일 뿐이다. 아직도 청년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몸은 이미중년에 접어들어 자주삐그덕 대고 있다. 나이가 들면 겪는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도 조금 덜 아프고 마지막까지나 스스로 돌볼 수 있을 만큼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 요양보호사 교육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그 길에 어쩌면 사회보장보험이 도와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