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서 이수해야 할 총 320시간 중 240시간의 이론 수업이 끝났다. 80시간은 실습을 해야 한다. 이론 마지막 날 교육원에서 실습생으로 근무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교육받고 실습날짜를 배정받았다. 하루 8시간씩 10일이다. 요양원 5일, 주간보호센터 3일, 재가요양 2일. 요양보호일이 처음이다 보니 혹시나 모를 실수로 실습기관이나 어르신께 누가 될까 봐 좀 긴장되었다.
각 기관에 가기 전 코로나 검사가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도 필수다. 코로나가 법정 전염병에서 해제된 이후 처음으로 검사키트를 샀다. 실습 전날 콧구멍을 팍팍 찔러가며 검사했다. 다행히 한 줄. 맘 놓고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센터로 가서 당당하게 코로나 검사 키트 막대를 내밀었다.
그런데....?
담당자가 갸우뚱거리며 다시 검사 막대를 내게 준다. 본인이 보기엔 두 줄 같단다. 무슨 말씀이신지? 다시 보니 희미하게 두 줄이다. 오메나! 어제는 분명 한 줄이었던 게 두 줄이 돼서 나타났다. 당황스러웠지만 어르신들이 센터에 들어오고 계셨다. 재빨리 짐을 챙겨 센터 밖으로 나와 코로나 재검사를 해보았다. 두 줄이다. 얼마 전에 걸렸던 지독한 감기가 감기가 아니었나 보다. 앓고 난 후론 피곤함 외증상은 없었는데.... 망했다. ㅜ.ㅜ
일단 집으로 돌아와 교육원에 이 사실을 알렸다. 실장님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실습기간 중 코로나에 걸리면 복잡해진다. 기관에선 당연히 출입불가다. 일단 쉬면서 코로나 음성이 나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코로나 기간 내내 조심하면서 지냈다. 몇 십만 명씩 발병했을 때도 걸리지 않던 나였다. 코로나란 녀석에겐 빈틈을 보이면 안 되는구나.
일단 코로나로 인한 결석을 증명하기 위해 검사확인서를 발급받으러 병원에 갔다. 자가 키트로 할 때처럼 코를 찌르고 3만 원! 국가 지원이 안되니 비싸다. 과연 내가 이 교육을 기간 내 수료할 수 있을지 몰라 걱정이 됐다. 코로나에 걸렸음에도 제 때 실습을 받지 못하면 시험응시는 안된다는 업무 담당자의 답변을 교육원을 통해 들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구나 싶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음성이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것뿐인데도 어디에서 옮았을까 되짚어보면서 괜히 나와 이 상황에 짜증이 났다. 며칠 후 조마조마해하며 코로나 자가 검사를 했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교육원에 음성임을 알리고 연락을 기다렸다.
(기억에 혼선이 있어 처음 글을 수정했다. 요즘 들어, 과연 내 기억이 맞는 걸까 의심이 커져간다.)
찌잉~ 찌잉~
교육원의 연락.
다행히 시험을 볼 수 있단다! 감사합니다!
요양원 실습 스케줄을 일요일까지 넣어서 교육 종료 전날까지 실습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발병으로 의기소침해하던 마음이 다시 밝아졌다. 갑자기 세상이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갈대 같은 마음이라니....
어떤 일이든 문제는 없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내게 일어나는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저 하나의 일일 뿐이라고 한다. 그 일은 좋은 일, 나쁜 일이라고 구분 지을 수 없다. 어떤 일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 때문이다. 내 마음이 모든 문제를 만든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법륜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려 하지만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잊고 만다. 이번 일도 그랬다. 코로나는 나에게만 발병된 것도 아니고 후유증이 남지도 않았다. 물론 교육을 제 때 못 마칠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교육을 다시 받으면 언제든 시험을 볼 수 있고 자격증 취득이 조금 늦어질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니었다.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을 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과거로 돌아가 뭔가 내 잘못이 있을 거라며 행동 하나하나를 끄집어냈다. 문제를 만들어 낸 것도, 사서 걱정을 한 것도 모두 나다. 좀 더 가벼워지고 싶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문젯거리가 아닌 그냥 하나의 일일 뿐임을 오늘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