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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애 Jul 16. 2024

바르셀로나에서 ㅡ 둘

하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미사를 보았다. ​

일찍 눈이 떠진 아침!

마침 일요일이다.

일어난 김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인터내셔널 미사에 도전하기로 한다.

9시 미사지만 1시간 30분 전에는 가서 줄을 서야 한다.

혼자라도 갈까 했는데 딸아이도 같이 간단다.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란다.

그래. 여행은 이런 거지.

그곳에만 있는 특별한 것을 찾아가는 것.

지하철을 타고 7시 30분에 도착했는데도 줄이 길다.

다소 초조하기도 했지만 무사히 입장했다.

탄생의 파사드를 통해 입장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많은 조각으로 이루어진 탄생의 파사드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성당은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이다.

나무. 꽃 등의 자연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기둥과 천장이 높고 큰데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주황과 녹색으로 양쪽의 색을 달리 한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아름다우면서도 안온감을 느끼게 해 준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아름다운 성가가 성당을 채우는데 가슴이 뭉클하다.

내가 여기 이곳에서 기도할 수 있다니.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하느님을 아는 내 삶이 감사함을 고백한다.

미사는 1시간 정도 진행된다.

스페인어로 진행되지만 순서가 거의 같기에 나는 우리말 기도로 따라간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지만 깊은 기원의 마음은 비슷하리라.

마침 오늘이 생일인 딸과 함께 해서 이 미사가 특별히 행복하고 감사하다.

늘 하는 영성체지만 특별하게 느껴진다.

서로의 평화를 빌어주는 시간,

여기 분위기에 맞춰 딸과 포옹하며 평화를 기원하는데 가슴이 뜨겁다.

그 감동으로 나의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평화가 함께 하길 기원한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우리나라 아가씨가 사진을 찍어달란다.

혼자 왔다는, 가톨릭 신자라는 그 아가씨의 얼굴에 설렘이 묻어난다.

내 얼굴도 저처럼 상기되어 있겠지?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사람 물결이 넘쳐난다.

관광지임을 실감하다 보니 미사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가우디 성당에서 경건하고 편안하게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

다소 속물스러울 수 있지만 하느님께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으니...

성당은 기도의 공간으로 쓰일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오랜만에 미사를 본 딸은 내가 영성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려 했단다.

열심히 성당에 다니는 엄마에게는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았다고.

그래서 엄마의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단다.

이 성당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

시라 커피에서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하다는 꼬르따도 커피를 마셨다.

에스프레소잔에 먹는 부드러운 라테.

그 맛에 반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많이 먹을 것 같다.

납작 봉숭아는 또 얼마나 싸던지.

4개에 0.54유로다.

맛있는 것이 많아서 좋다!


둘. 가우디를 만나다. ​


호텔에서 잠시 쉬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였다.

오늘은 많이 바쁜 날이다.

카사바트요와 사그라다파밀리아가 예약되어 있다.

카사바트요가 있는 그라시아 거리를 걷는다

스페인의 풍경은 보통 유럽과 달리 나른함이 있는 거 같아. 파리처럼 고풍스럽지 않고 독일처럼 견고하지 않은 느슨함과 편안함이라 할까?

따뜻한 나라의 평화로움...

그라시아 거리는 딸아이가 느낀 그대로의 풍경이다

아이보리빛의 건물에 운치 있는 나무덧창과 테라스, 거기에 가로수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

가로수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걷는다.

아침식사는 꿀대구와 문어. 감자요리다.

테라스에서 먹고 싶었으나 자리가 없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이라더니 정말 반은 한국사람이다

음식은 맛있다.​

해안도시인 바르셀로나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까사밀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명품샵이 즐비하다

예전에 패키지 왔을 때 지났던 곳

패키지로 온 곳을 자유여행으로 다시 오는 것이 좋다는 말이 실감 난다.

조금은 익숙해서 편안하고, 놓쳤던 것을 다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니 그도 좋고.

햇살이 다소 뜨거운 길을 걸어 가우디의 까사밀라를 눈에 찍고 카사바트요로 간다

2시 예약이라 아직 시간이 있다

길거리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구경도 재밌다

딸아이는 이렇게 거리를 걷거나 벤치에 앉아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여행에서 중요한 활동이란다.

가우디가 설계한 바트요의 개인주택인 카사바트요는 독특하다.

오디오가이드로 안내받으며 둘러보는 집은 부러움 그 자체이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좋았을까?

곡선과 빛이 어우러지는 편안한 공간

그러면서 특별히 아름다운.

가우디는 역시 천재다.

옥상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가우디의 굴뚝을 바라본다.

가우디가 가깝게 느껴진다면 오버인가?

샵에서 딸아이의 생일선물로 키링을 샀다.

가우디의 색깔을 닮은 이니셜 sa

오늘이 생일이니 딱 좋다

한낮의 햇살에 다소 지쳐 버스를 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갔다

성당 앞에서 추로스와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당충전.

바르셀로나에서 만들어졌다는 추로스는 바삭바삭 맛있다.

머무는 내내 일일 일추로스.

그리 즐기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자꾸 찾게 된다.

딸아이는 추로스에 푹 빠졌다.

오후에 다시 온 사그라다 파밀리아

아침에는 성당이었는데 지금은 훌륭한 건축물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또 있을까 싶다

오후의 햇살이 주황빛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쳐 만들어내는 색상이 환상적이다

빛도 이렇게 볼 수 있구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붉은 터널을 만들고

기둥에, 바닥에 내려서 성당을 온통 붉은빛으로 덮는다.

사람이 만들어낸 빛의 향연

가우디가, 인간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계단을 걸어 내려오게 되어 있다.

종탑이 워낙 뾰족하니 정상은 그리 넓지 않다

탁 트인 곳에서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보고 바로 내려오는 길

높이 보이던 성당의 부분들을 창을 통해 볼 수 있다

과일 모양. 꽃모양의 장식, 곳곳에 새겨진 성인의 이름, 테라스 등을 바라보며 내려오는 길은 나선형으로 가파르다.

종탑을 다녀오며 또 한 번 건축가의 위대함을 느낀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우리와 다른 사고가 펼쳐지겠지?

다시 한번 스테인드글라스가 빚어내는 빛의 향연을 감상하고 샵으로 갔다.

성당샵에서 가장 관심 있는 건 묵주

딸아이가 사그리다파밀리아를 많이 담은 묵주를 선물해 주었다.

오늘은 이렇게 선물교환하는 날이 되었네.

성당과 이어진 공원은 성당 건물을 다 담을 수 있는 포토존이다.

사진 찍는 사람, 벤치에 앉아서 쉬는 사람의 모습이 여행자인 나에게는 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비쳐온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맞으며 한참을 쉬었다.


셋. 바르셀로나는 역시 빠에야. ​


저녁은 엘그롭에서 빠에야를 먹기로 했다.

성당에서 1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식당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그런 식당은 분위기만으로도 약간은 대접받는 분위기인데 서빙하는 분의 클래식한 차림이 그 분위기를 더한다.

우리는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먹물빠에야 프라이드페퍼어에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해물 푸짐한 빠에야는 입안에서 풍부한 맛을 뿜어내고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는 불향까지 품었다.

그 맛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 감탄사에 식욕이 더 돋고.

그동안 다이어트로 많은 절제를 했던 딸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

달콤한 상그리아에 취해 흔들흔들 돌아오는 길

서서히 조명이 들어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다시 둘러보고

fc바르셀로나 기념품샾도 들르고

슈퍼도 들르며 슬렁슬렁 걸었다

긴 하루를 보낸 만큼 참 많은 바르셀로나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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