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애 Aug 06. 2024

바르셀로나에서 ㅡ 넷

하나. 컵라면과 코르타도.


오늘 아침 식사는 열무김치 곁들인 컵라면. 우리 음식은 역시 맛있다.

호텔 라운지에서 가져온 사과와 요구르트로 후식까지 갖추었다.

테라스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아침을 더욱 기분 좋게 해 준다.

딸아이준비하는 동안 커피가 고파 호텔 라운지에 왔더니 코르타도도 있다.

야외 탁자에서 혼자 맞는 커피타임,

뭉게구름 아래 한적한 공기가 흐른다.

입안에 남는 진한 코르타도의 에스프레소향이 좋다

이 아침,

나는 또 행복하다.


둘. 구엘 공원


오늘은 가우디의 구엘공원이 예약되어 있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공원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홈페이지에는 예약 시간 30분이 지나기 전에 입장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입장에 문제는 없었다. 패키지여행 때 들렀던 곳, 사람이 무척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들어선 길은 다르다. 후문으로 입장하니 돌담을 품은 한적한 길이 나타난다. 그 길은 가우디의 회심작인 야자수의 길로 이어지는데 곳곳에 바르셀로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높은 건물이 없는 바르셀로나 시가에 우뚝 선 파밀리아 성당이 반갑게 다가온다. 그 길을 걸어 흙과 돌로 이루어진 야자수의 길로 들어섰다. 사이사이를 거닐며 느끼는 돌담의 분위기가 독특하다. 기둥 곳곳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는데 모양이 다 다르다. 그럼에도 앉으면 어찌 그리 편안한지... 인체공학에 맞추어 설계한다는 것이 사실임을 알겠다.


 야자수의 길을 벗어나 가우디의 집으로 가는 길은 동산과 이어져 더욱 한적하다. 그 길을 가득 채우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찾아가니 특이한 악기를 연주하는 여인이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달콤한 노래가 퍼지는 한적한 구엘공원이라니, 오늘 나는 새로운 구엘공원을 만나고 있다.


다음은 유명한 타일 의자, 입장 인원을 다소 제한해서인가 들어가는 줄이 길다. 햇볕이 뜨거워서일까, 많은 사람이 북적거려서인가, 공간을 즐기기에는 피곤이 먼저 올라온다. 바삐 사진을 찍고, 아래로 내려와서 다시 유명한 도마뱀 앞에서 다시 사진을 찍고 – 사람을 찍은 건지, 도마뱀을 찍은 건지 – 빠르게 빠져나왔다. 같이 다녀보니 딸아이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관광지를 힘들어한다. 엄마에게 맞추느라 애쓰고 있다.


셋. 역시 고딕지구가 좋아.


다시 고딕지구로 왔다. 이곳은 도대체 몇 개의 골목을 갖고 있을까? 한없이 갈라지는 골목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 골목길을 거니면서 딸아이의 시각을 닮아보기로 했다. 골목의 특이한 건물, 장식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사진에 담았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라니, 이렇게 운치 있는 모습이라니....


다소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둘시네아는 추로스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코르타도와 함께 추로스를 먹으며 잠시 쉬는 시간, 단정한 옷차림으로 서빙하는 아저씨가 인상적이다. 카페보다는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느꼈다면 약간 오버일까?


다음 목적지는 산타 카터리나 시장,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와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이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하몽 가게, 하몽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호기심에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멈추어선 곳은 명랑한 젊은이가 운영하는 가게이다. 얼핏 눈이 마주쳤는데 밝게 웃으면서 맛보라고 권한다. 이것저것 건네면서 다양한 하몽과 초리조를 소개한다. 맛을 보며 설명을 들으니 그 차이를 확실히 알겠다. 청년의 친절하고 재미있는 태도에 기분이 좋아 초리조를 구매했다. 무언가를 사게 하는 것도 역시 사람인 것 같다. 시장을 나오면서 갓 튀긴 생선 크로켓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사서 먹었다. 생선크로켓의 맛보다는 시장 앞 거리의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아 있다.


다음 목적지는 노마드 커피. 커피맛집으로 유명해서인가, 자리가 많지 않아서인가 웨이팅이 필요하다. 기다리는 동안 골목을 더 둘러보다가 멋쟁이 한국 아주머니를 만났다. 딸아이가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날 때 불편한 때가 있다고 말한 것에 공감이 되는 순간이다. 말을 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스쳐 지나간다. 다행이다. 다시 노마드 커피로 오니 딸아이가 아까의 그 한국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마드 커피를 찾아온 것이란다. 내가 커피를 사겠다고 제안하여 함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인기 있는 플화이트를 주문하였는데 부드럽고 고소하지만 다소 싱거운 편이었다. 이곳의 라테나 플랫화이트는 우리나라보다는 다소 약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코르타도가 내 입맛에는 잘 맞는다. 한국아주머니는 지금 출장 온 조카와 한 달째 여행 중이란다. 조카가 일을 할 때는 오늘처럼 혼자서 여행을 하기도 하는데 노마드 커피는 조카가 추천한 카페라고. 어제도 왔었지만 사람이 많아 마시지 못하고 오늘 다시 왔단다. 남편의 사업으로 일본에서 살고 있고, 딸은 미국 유학 후 미국에서 미디어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다.


다시 거리로 나와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노바 광장을 거쳐 비스베 다리가 있는 거리를 걸었다.

유서 깊은 건물이 있는 거리라 그런가, 바이올린, 기타와 함께 하는 노래 등 다양한 버스킹 공연이 이루어진다. 오래된 건물은 사람에게도 그 무게감을 지니게 하는 걸까? 버스킹 분위기도 더 깊이 있게 느껴진다.


길 한편에 특이한 인형 가게가 눈에 띈다. 크고 작은 인형들이 모두 엉덩이를 내놓고 똥을 싸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가너의 똥 싸는 인형’으로 풍요를 기원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인형이란다. 기본 인형은 농부의 모습이지만 세계의 유명인사들을 모델로 제작한 인형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종교인, 정치가, 운동선수, 연예인 등 바로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인물을 모델로 한 똥 싸는 인형들을 지켜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농부 모습을 한 마그넷을 구입하였는데 포장에 곁들이는 종이에 인형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여러 나라 말로 적혀있다. 한글로 된 설명도 있어서 반갑다. 문화를 알리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골목 여행은 아무래도 많은 가게를 만나게 되니 본의 아니게 쇼핑을 하게 된다. 주로 먹거리일 때가 많지만 여행지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모자이다. 내가 갖고 있는 모자들이 거의 여행지에서 구입한 것이다. 오늘도 고딕지구에서 마음에 드는 모자를 만났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66유로. 보통 3만 원이나 4만 원 정도에 구입했는데 이것은 거의 8만 원 돈이다. 망설이는 나에게 딸아이가 ‘여행지에서 만난 물건은 그때 사지 않으면 다시 와서 사기는 어렵다’며 부추긴다. 함께 여행하면서 여러 번 겪은 일이다. 우리 둘이 함께 여행하다가는 거덜 나기 쉽다고 농담도 하면서.... 그렇게 큰맘 먹고 구입한 모자는 여행 내내 만족스럽게 나와 함께 했다. 이러니 사야겠지?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타파스 맛집인 시우다드 콘달, 낮에 이런저런 간식을 많이 먹어서 저녁은 가볍게 먹기로 했다. 맛조개와 감바스 그리고 늘 주문하는 판콘 토마테와 클라라 맥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옆자리에 앉은 스위트한 노부부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사진을 찍어 주겠단다. 미국에서 왔다는 노부부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맞은편 자리에 다른 노부부가 자리 잡고 우리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낸다. 굳이 말을 나누지 않아도 따뜻한 눈빛을 나누는 정겨운 분위기다. 옆자리에서 각자의 식사를 하면서도 잠시 식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된다.


저녁 식사를 하고 바로 호텔로 돌아오니 제법 시간이 여유롭다. 딸아이는 호텔 카페테리아로 가서 자기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나는 테라스에서 여행을 정리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이전 03화 바르셀로나에서 ㅡ 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