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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애 Jul 23. 2024

바르셀로나에서 ㅡ 셋

하나. 테라스에서 아침을


6시쯤 잠에서 깼다.

시차 때문인가? 딸아이도 일찍 일어났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빵을 사러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는 이미 일상이 시작되었다. 카페에도 빵을 사는 출근객들이 많다. 이 카페에서 유명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커피를 샀다.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테라스에 플라타너스 그늘이 드리워져 숲 속의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비주얼도 훌륭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요구르트까지 갖춰진 식탁은 그대로 훌륭한 브런치다.

빵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하였다.

어제 워낙 많이 움직여서 오늘은 느슨하게 여행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어제의 여행을 메모하였다. 이번엔 여행기를 완성해보려 하는데 가능할지.... 사실 여행기를 어떻게 써야 할까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패스한 경우가 많다. 일정에 따라 정리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 에피소드 중심으로 쓰려니 생생함이 떨어지고.... 일단 메모를 남겨보자. 어떻게든 엮을 수 있게.


둘. 바르셀로나의 골목에 취하다.


12시 넘어 거리로 나섰다.

번화가인 카탈루냐 광장과 람블라스 거리는 사람으로 덮여 있다. 거리를 빽빽이 메운 사람들의 행렬은 여행의 기분을 끌어올려 준다. 그 많은 사람 속에 내가 있다는 것 또한 좋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선 작은 골목이 꽤 운치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골목길에 꽂히는 편이다. 은은하게 어우러지는 건물의 색, 테라스와 간판 등의 장식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길의 꺾임,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파란 하늘까지.

바르셀로나의 골목은 테라스와 나무 덧창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더 운치 있다. 남프랑스의 아를이 그랬는데.... 덧창은 남쪽지역의 특징인가?

여행하면서 나는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딸은 쉽게 배고픔을 느낀다. 그리고 끼니를 잘 챙기는 편이다.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나 디저트를 다 맛보고 싶단다. 잘 꾸며진 공간에서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단다. - 다른 때는 디저트 위주로 갔는데 엄마랑 와서 좀 더 끼니를 챙기긴 했단다.-

스페인 음식점인 알레고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판코니 토마테. 가리비구이, 빠에야

tv프로에서 본 적이 있어서 주문한 판콘토마테는 바삭하면서도 상큼했다. 양도 많지 않아 스페인 음식점에 갔을 때는 전체요리로 늘 주문하였다. 해산물 요리는 신선하고 맛있다. 바르셀로나가 해안도시임을 음식을 통해서도 실감할 수 있다. 거기에 곁들여준 올리브가 맛있어서 더 달라고 했더니 나중에 보니 돈을 받는다. 반찬 리필은 우리나라에서만 되는 거였나 보다.


셋. 우리가 사랑한 개선문광장


지하철을 타고 엔칸츠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엔칸츠 벼룩시장은 지붕은 있지만 야외의 느낌이 나게 탁 트여 있다. 다소 무질서하게 자리 잡은 상인들이 오래된 물건들을 파는 시장인데 물건이 그렇게 가치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저런 것들을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상인들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그들은 태평하게 물건을 지키고 있다. 많지는 않아도 유심히 물건을 살펴보는 사람들도 있고.... 장사가 되니 나올 텐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 게다.

시장에서 개선문 공원으로 가는 길, 북역 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어 잠시 쉬었다. 잠시 살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에서 꽤나 에너지를 쏟았나 보다. 시원한 바람에 얼굴을 맡기며 피로를 풀었다.

붉은색의 바르셀로나 개선문은 제법 크지만 거대함보다는 친근함이 느껴지는 건축물이다. 1988년도 세계박람회를 기념하여 만들어졌단다. 개선문 광장에 있는 조형물이 의자구실도 하여 앉아서 쉬기에 딱 좋았다. 광장 앞쪽에는 물들어가는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을빛을 머금은 야자수의 새로운 발견이다. 광장에 앉아 딸이 여행에서 즐겨한다는 사람구경을 하였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내 앞을 스쳐 지나간다.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왁자지껄 사진을 찍으며, 롤러브레이드를 타며, 자전거의 행렬을 이루며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함께 한다. 평화롭다, 편안하다.

딸아이는 특별한 유적을 방문하는 것보다 여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사람을 관찰하고 골목길을 관찰하는 여행을 한단다. 그래서 그런가 딸아이가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특이한 장면을 포착한 장면이 많다. 딸아이만의 감성도 느낄 수 있고....

“엄마, 내 스타일의 여행 어때?”

“좋아, 엄마가 패키지 여행에서 아쉬웠던 것이 이런 것이었거든.”

광장에서 딸아이와 여행과 삶의 방향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의 즐거움을 아는, 좀 더 새로운 세상을 많이 품은 그런 사람을 만나 이러한 여행을 즐기며 살고 싶다는 딸아이의 소망도 들으며.

광장과 이어지는 시우타데야 공원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산책하며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제법 큰 호수도 품고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즐기고 있다. 근처에 이런저런 건물도 있어서 혼자 둘러보고 오는데 딸아이가 스페인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인스타 주소를 궁금해해서 알려주었다는 말에 다소 걱정이 되는데 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스타는 위험하지 않다나? 헤어지고 나서 그 남자가 딸의 인스타에 와서 인사도 남기고 ‘좋아요’도 눌러 주었다고, 다음날 자신의 차로 놀이공원에 함께 가자는 메시지도 남겼단다. 내가 딸은 예쁘게 낳아 놓은 듯? ㅎㅎ


넷. 저녁식사도 또 하나의 여행


저녁은 분보 바르셀로나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유럽에서 먹는 아시안푸드는 신기하게도 한식을 먹은 듯 만족감을 준다. 쌀국숫집 바로 옆에 두 남녀가 키스하는 벽화가 있다. 우리가 자리 잡은 식탁 바로 옆에서 사람들이 수시로 와서 사진을 찍고 가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다. 사진 찍는 모습도, 벽화에 대한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의 좋은 추억을 담은 타일을 조립하여 만든 핑크빗 벽화이다. 행복한 모습을 담아 만든 달콤한 키스라는 설정이 감동적이라 생각했는데 딸아이는 이렇게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을 낚으려 하는 것 같아 싫단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낚여줄 의향이 있다. 낚이면서 느끼는 감동이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으니까.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후식으로 선택한 츄레리아 라이에타나, 그리 크지 않지만 옹기종기 앉아서 먹을 수도 있는 추로스와 포라스 맛집이다. 포라스는 굴곡 없이 동글동글 말려 있는 것으로 바삭한 추로스보다 쫄깃쫄깃하다. 딸아이는 이것을 더 좋아했다. 그리 달지 않은 진한 초콜릿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우리는 추로스와 함께 나오는 초콜릿을 남겼는데 두 할머니가 초콜릿을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다. 아, 커피를 곁들이듯이 저렇게 먹어도 되는구나. 달지 않으니 그것도 가능할 것 같다. 먹는 것도 배움이 필요하다. 먹으면서 이 나라의 삶의 모습을 배우고 느끼니 이 또한 여행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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