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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애 Aug 27. 2024

바르셀로나에서 ㅡ 다섯

하나. 행복했던 몬세라트 수도원


몬세라트 수도원은 이번 나의 여행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시체스와 묶여 있는 현지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였다. 8시에 출발하는 일정이다 보니 여유롭게 아침을 먹을 수 없어서 카페에서 커피와 하몽 샌드위치를 샀다. 하몽 샌드위치는 카페에 갈 때마다 시선을 끌었지만 어떨까 싶어 망설였었는데 걱정과 달리 신선하고 담백한 맛이 바게트의 바삭함과 어울려 아주 맛있다. 오늘은 이렇게 뜻밖의 즐거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몬세라트는 우뚝 선 바위산으로 먼저 다가온다. 뾰족한 암벽 봉우리가 톱니처럼 얽힌 웅장한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아도 그 존재감이 뚜렷하다. 굽이굽이 몬세라트산을 올라 수도원으로 가는 길 아래로 첩첩이 펼쳐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그것이 한니발 장군이 이탈리아를 침공하기 위해 넘어갔던 피레네 산맥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산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 산자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한숨이 담겼을까? 자연에 담긴 사람의 발자취를 읽은 후에는 자연이 단순하지 않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은은한 주황빛 건물로 웅장한 몬세라트산에 편안하게 안겨 있다. 버스에서 내려 성당으로 가는 길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 함께 하고, 산자락에 걸린 구름을 따라가면 파아란 하늘 아래 우뚝우뚝한 봉우리들이 아련하게 펼쳐져 있다. 하아.... 그 절경에 내가 할 수 있는 감탄은 한숨뿐이다. 시작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수도원은 우뚝 솟은 바위산과 잘 어우러져 있다.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성당을 둘러싸고 있고, 회랑의 아치는 그 둥그런 창에 구름 흘러가는 바위산의 모습을 담아 더없는 절경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믿음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 이렇게 높은 곳에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다운 수도원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마음이 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것 같다.


웅장한 바위산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고풍스러운 수도원을 둘러보고 검은 성모상을 찾았다.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유명한 것은 검은 성모상과 소년성가대, 그리고 산미구엘 십자가 전망대인데 우리는 시간상 검은 성모상과 십자가 전망대를 선택했다. 투어로 오면 이런 아쉬움은 견딜 수밖에 없지. 성당의 오른쪽 통로를 통해 성모님을 보러 가는 길, 성가대원이 되고 싶었던 소년상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검은 성모님이 유리 상자 안에 앉아 계신다. 880년에 아이들에 의해 동굴 안에서 발견되어 이 수도원에 머물게 되었단다. 검은 아이를 안은 검은 얼굴의 성모상은 황금옷을 입고 오른손에 우주를 상징하는 구체를 들고 있다. 이 손을 만지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손은 유리 밖에 두어 만질 수 있게 해 놓았다.


검은 성모님을 만나는 시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성모님의 손을 잡고 짧은 기도를 올렸다. 특별한 모습 이어서일까? 기도하는 동안 가슴이 쿵쾅거린다. 성모상을 만나고 맞은편으로 내려오면 성모상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소성당이 있다.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기도를 드렸다. 좋은 곳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떠올라 나의 기도의 범위가 한없이 넓어진다. 그들 모두가 평안하길 기원하는데 가슴이 뜨겁게 차오른다. 특별한 공간이 주는 신앙의 선물이다.


소성당을 지나 대성당으로 들어서니 다른 중세의 성당처럼 화려하고 웅장하다. 성당 제대 전면에 검은 성모상의 모습과 참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성당에서 보는 성모님의 모습은 주변 제대와 어울려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대성당을 나와 광장으로 가는 길에 촛불을 밝히고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산의 암벽을 그대로 배경으로 이용하여 밝혀놓은 촛불들이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우리도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였다. 기도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예쁘다. 우리 딸들이  하느님께 의지하는 삶을 살 수 있길 늘 기도하고 있다.


광장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현란하게 울리는 종소리는 11시에 있는 미사를 알리고 있다. 일정상 미사를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십자가 전망대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암벽 위의 십자가를 향해 묵주기도를 바치며 걸었다. 길은 제법 널찍하고 한적하다. 중간중간 전망대도 있고 성인들의 조각상도 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구름에 싸여 신비롭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십자가의 모습이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아무런 거칠 것 없이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십자가가 우리를 기다린다. 모든 것을 발아래 두고 하늘을 향하는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 천상 세계에 이른 듯한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그 아련함이라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십자가만이 아니다. 웅장한 바위산과 그 아래 포근하게 안긴 수도원의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다. 어떻게 그 분위기를 설명할 수 있을까?


ㅇㅇ야, 여기 이렇게 앉아 있으니 참 행복하다. 가슴이 뭉클해.’


‘엄마, 행복해?’


‘응, 고마워.’


묵주를 사기 위해 들른 상점에 사람들이 그득하다. 딸아이의 선물로 내 묵주를 구입한 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를 생각하여 묵주를 하나 더 구입했다. 그 친구에게 평화가 찾아오길....


수도원에 있는 식당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아이유가 사진을 찍어 유명해졌다는 전망대를 찾았다. 수도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절경이지만 아이유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고. 나도 따라쟁이가 되어 아이유섰던 계단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딸아이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둘. 아름다운 휴양 도시 시체스


딸아이가 오늘 여행에서 기대한 것은 시체스이다. 몬세라트에서 1시간 정도 달려와 도착한 시체스는 햇살 가득한 바다를 품은 휴양의 도시이다.


야자수 늘어선 해변을 따라 햇살 부서지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호텔들이 어우러져 시체스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그 거리를 가득 채운 나른한 휴식과 아름다운 색감에 취해 이 거리 저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면 화사하고 예쁜 건물이 가득한 골목길을 만나고, 걷다 보면 녹색 가로수 아름다운 거리를 만나고, 걷다 보면 다시 파아란 바다를 만난다. 거리도 바다도 눈이 부시다. 이곳에서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아름다운 골목과 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 투어를 신청했어요.”


투어팀 중의 한 학생이 바다를 보며 감탄한다. 프라하에서 단기간 스텝으로 일하고 있다는데 시체스가 보고 싶어 짧은 바르셀로나 여행을 오게 되었단다. 시체스는 그 학생의 기대에 부응했겠지? 바닷가에서 마시는 주스 한 잔에도 이렇게 햇살이 가득하니....


셋. 다시 바르셀로나의 저녁으로


투어를 마치고 내린 곳은 그라시아스 거리, 명품가게들이 즐비한 거리이다. 바로 앞에 로에베샵이 있어서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나오는 명품브랜드란다. 같이 오지 못한 동생이 안쓰러웠나, 딸아이동생에게 선물할 카드지갑과 향수, 향초 등에 관심을 보인다. 제법 값이 나가는데도 동생에게 선물할 거라니 반갑다. 일단 오늘은 눈도장만 찍어 두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면서부터 딸아이는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콘칩을 찾아다녔다. 그것은 슈퍼 마르까도나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데 오늘 저녁에 드디어 성공, 콘칩에서 달걀 프라이 맛이 나는 것이 신기하긴 하다.


저녁은 칼솟타다로 유명한 L’ Antic forn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칼솟타다는 바르셀로나 전통음식으로 우리나라의 파와 비슷한 칼솟이라는 채소를 구어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다. 겨울이 제철이기에 지금은 냉동만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레스토랑에서는 냉동은 취급하지 않아서 먹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징어튀김과 크로켓, 그리고 스테이크가 아주 맛있었다는 것. 특히 철판에 구워 먹을 수 있게 개인 화로와 함께 제공되는 스테이크는 맛도 가격도 만족스러웠다. 거기에 클라라가 빠질 수 없지. 우리는 이제 매일 저녁 클라라에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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