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이 무겁다.
지룩한 황토가 발등에 얹혀 떨어지지 않는다.
비 온 뒤 햇살이 좋아 길이 촉촉하겠다 생각하여 ‘맨발 황톳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아 무척 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등에 황토가 가득해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이게 이렇게 무거울 일인가?
깊이 미끄러지는 발 끝에 돌이 밟혀 아프기까지 하다.
한 바퀴만 돌았는데도 피곤이 몰려온다.
발을 씻으려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래,
힘든 길 걸어왔으니 이제 괜찮겠지.
그러나 발에 묻은 흙이 쉽게 닦이지 않는다.
얹힌 무게만큼 손이 많이 간다.
문득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언제나 나 가볍게 살 수 있을까? 짐이 너무 무거워.’
친구의 아버지가 허리를 다치셨다고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연로하시고 병환이 있으셔서 친구가 몇 달간 부모님 곁에서 생활했다.
다행히 좀 나으셔서 한시름 놓고 있는데 아버지가 또 다치신 거다.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난다 했다.
예전에는 자기의 울타리였던 존재가 짐이 되는 이런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실망스럽기도 하고.....
많이 지친 목소리였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을 보면 이런 것이 인생인가 보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그냥 친구의 말을 오래도록 들어주었다.
발등에 얹혔던 황토가 가슴을 누르는 느낌이다.
인생은 간혹 이렇게 무겁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