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꼭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같아.”
카톡 사진을 보고 친구가 하는 말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우리가 머물렀던 그린델발트의 전통가옥인 샬레가 있는 마을은 정말 하이디가 살 만한 동화 속의 풍경이었다.
만년설과 빙하를 이고 우뚝 솟은 알프스 아래 펼쳐진 푸른 초원.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과 점점이 뿌려져 있는 집까지 그림이 되는 마을. 수시로 피어올라 봉우리 사이를 오가는 구름을 보면 마치 꿈속의 풍경인 듯 신비롭기까지 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비현실적인 풍경’에 가슴이 뛰었다. 이런 행복이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이 시간은 내 맘속에 저장되어 동화책을 읽듯이 순간순간 나의 삶에 기쁨과 위로가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은 카페가 있을까? 정말 특별해! “
비가 내려서 일찍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쉬는 중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숙소는 휴식조차도 또 다른 여행으로 만들어 주었다. 곤돌라를 타고, 기차를 타고, 또는 걸어서 보았던 다른 어느 봉우리에 뒤지지 않는 풍경을 이렇게 집에서 앉아서 편안히 감상할 수 있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는 나를 보며 조카는 자신이 작은엄마 삶의 한켠을 밝혀준 것 같다며 한껏 뿌듯해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에 저장된 이야기 하나를 꺼내놓는다. 자신에게도 이렇게 특별했던 순간이 동화처럼 남아 있단다.
초등학생 시절의 친구 엄마에 대한 기억이었다. 조카가 친구집에 놀러 갈 때면 친구의 엄마는 늘 집에서 반갑게 맞아주며 맛있는 쿠키와 달콤한 주스를 주었다. 시골에서 농사짓느라 늘 바쁜 조카의 엄마와 달리 하교하는 딸을 기다렸다가 간식을 챙겨주는 친구의 엄마는 조카에게는 아주 예쁘고 따뜻한 존재로 남아 있다, 더불어 그 친구의 집에서 지냈던 시간들은 어린 시절 조카의 일상에 찾아온 특별한 경험이었단다. 무엇보다 조카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집에 돌아갈 때 친구 엄마가 준 용돈이었다. 친구 엄마는 놀러 갈 때마다 늘 200원의 용돈을 주었다. 평소에 용돈을 받아 보지 못했던 조카에게 그 200원은 아주 소중하고 큰돈이었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귀갓길이었지만 그 200원을 들고 무엇을 살까 고민하며 부푼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은 마냥 행복했단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그 장면을 떠올릴 때면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곤 했단다.
문득 용혜원의 시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가 생각난다. ‘기억하고 싶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를 간직하고 있으면, 그 그리움 때문에 삶을 더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고, 용기가 나고, 힘이 생긴다는’ 그 아름다운 장면이 바로 오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원에 있던 소들이 귀가하는가, 창밖으로 언뜻언뜻 비쳐오는 풍경 사이로 워낭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커피가 달콤해지고,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이 공간, 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이 여행이 참 좋다. 저절로 ‘감사하다’는 말이 나온다.
살다 보면 이처럼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일상에서도 가능할 수 있지만 새로운 곳에 놓였을 때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간혹은 특별한 곳에 나를 놓아둘 필요가 있다. 거기서 느끼는 감동이, 그때 느끼는 감사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가끔은 자신의 삶에 또는 다른 이의 일상에 감동을 선물하자.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주어지는 행복을 ‘우리들’에게 선물하자.
친구 엄마가 선물한 조카의 행복하고 따뜻했던 시간. 조카가 선물한 이 좋은 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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