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 백병전이다!!!
미국에서도 병동 간호사라면 입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원이 바쁠 때 밀려들어서 그렇지, 막상 해보면 할만합니다. 오늘은 입원 수석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병동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있던 병동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받는 곳이었기 때문에 입원의 경로가 크게 두 군데였습니다. 하나씩 살펴봅시다.
***Disclaimer: 제 업무 스타일이 듬뿍 반영된 아주 주관적인 글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R에서 환자가 오는 경우 ER nurse가 환자가 누워있는 stretcher와 함께 병동으로 옵니다. 그럼 ER nurse한테도 인사 한 번 해주고 바로 환자 스캔에 들어갑니다. 일단 인사를 해야겠죠?
"안녕? 너는 지금 Telemetry 병동에 도착했어. 나는 너의 간호사 00이라고 해. 손목에 있는 팔찌 좀 잠깐 볼게, 너의 이름이랑 나이 좀 알려줄래? 지금 기분 어때?"
등등을 물어보며 최대한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은근슬쩍 환자의 오리엔테이션을 확인합니다. 그러다 보면 얼른 인계를 주고 떠나고 싶어 하는 ER nurse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얼른 보내줘야 하니 인계를 받습니다.
ER nurse의 인계는 아주아주 중요합니다! 이 환자가 처음 왔을 때 1차적으로 스크리닝 한 곳이 ER이기 때문이죠. 지역에 따라 다를 순 있겠지만 제가 있던 병원은 주로 저소득 및 사회 소외 계층이 patient population의 큰 부분을 이루던 곳이었기에 길거리에서 노숙하거나 비위생적인 생활을 하던 분들이 bed bug 및 각종 감염병과 함께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R nurse의 인계를 통해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꼭꼭 귀 기울여 들으시고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셔서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시길 바랍니다.
인계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환자를 assess 하다 보면 patient care assisant (PCA) 아니면 patient care technician (PCT) - 한국의 간호조무사님들과 역할이 비슷합니다- 가 와서 바이탈을 잽니다. 그 사이 간호사는 입원 팔찌를 새로 만들어와서 환자에게 채워주고 환자의 소지품을 확인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 병원에선 소지품 검사가 특히 더 중요합니다. 환자들이 술,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약물, 무기로 변할 수 있는 날카로운 도구 등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 경우는 병원 내에 상주하는 경찰을 불러 같이 확인하고 환자의 동의하에 처분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간호사가 오해받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로는 꽤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외에도 틀니와 같은 값이 나가는 귀중품이 있다면 admission record 및 EMR에 반드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환자복으로 환복 하는 것을 도와주며 피부도 한번 싹 스캔합니다. 환자의 셀프 거동 범위도 확인하며 낙상 고위험군인 경우 따로 기록에 남기고 같이 환자를 보는 PCA나 PCT에게도 알려줍니다. Assessment가 끝나면 입원동의서에 환자의 서명을 받고, 침상의 siderail을 올려준 뒤 환자의 손이 닿는 곳에 콜벨을 두며 사용법을 안내합니다.
더 이상 급한 상황이 없다면 잊어버리기 전에 EMR에 바로 이 모든 상황을 기록...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미 오더가 왕창 나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른얼른 오더를 해치우고, iv가 없다면 하나 잡아두고, 퇴근하기 전 기회될 때 기록을 남기면 됩니다. 그럼 입원 수속 끝!
환자가 특정 병동에 이미 입원해 있더라도 다른 병동으로 이동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일반 외과 병동에 입원했다가 수술 후 SICU로 가는 경우도 있고, ICU로 입원했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병동에서 이동해서 온 경우에도 입원 수속 방법은 ER에서 올 때와 비슷합니다. 이미 환자에게 IV도 있고, 환자가 환자복을 입고 있기도 하고, 병원 생활에 익숙해져 쉽게 협조하는 경향도 있어 조금 더 수월하게 입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입원동의서는 이미 이전 병동에서 받았을 테니 다시 받지 않아도 되지만, 바이탈, assessment, 소지품 검사 등은 모두 진행하셔야합니다. 계속하시다 보면 어느새 기계처럼 착착착착- 알아서 움직이고 있는 스스로를 느끼게 되실 겁니다.^^
(커버스토리: Photo by Olga Kononenk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