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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Feb 15. 2024

힘을 내게, 친구여!

최백호, <새들처럼>(feat. 박은태)

    바닷가의 옛 성곽에 올라가 바다를 내려다보며 최백호의 노래 '새들처럼'을 듣다 보면 마치 하늘을 훨훨 빠르고 민첩하게 날아다니는 한 마리 독수리가 된 듯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일에 치이고 떠밀려 바다를 찾을 때면 '힘을 내게, 친구여!'라고 외치는 최백호의 목소리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다시 돌아가곤 했다.


최백호, <새들처럼> (음악듣기​)


마음을 다해 부르면 누가 알아줄까

술잔에 가득히 담긴 숨겨둔 나의 얘기


시답잖은 농담에도 웃어지지 않는 밤

어디서 길을 잃었나 무거운 이 내 발걸음


힘을 내게 친구여 내게 말해주오

바람처럼 훨훨 날 수 있게


별보다 환히 빛나던 내 꿈은 그 어디에

당신께 물어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굵어진 손마디마다 새겨진 너의 꿈들

그늘에 쉰다고 한들 나무랄 이 없으리


햇살이 드리우는 날 바람은 벗이 되리

날개를 펴고 차올라 창공이 너의 것이니


힘을 내게 친구여 가슴 활짝 펴고

바람처럼 훨훨 날 수 있게


비바람 몰아친대도 그곳이 어디라도

뜨겁게 나아가리라 저기 저 새들처럼

내 마음 새들처럼


- 최백호, <새들처럼>(feat. 박은태)




    이 곡에는 선율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음악적 동력이 있는데, 바로 최백호의 풍성하고 유연한 음색과 그와 대비되는 잔잔하면서 일정한 타악기 소리이다. 이 곡은 3박자 계열의 곡으로 타악기 소리가 '티키타카타카 티키타카타카' 하며 마치 시계초침소리처럼 일정하게 곡 전체에 흐른다. 마치 에스컬레이터가 끊임없이 올라가는 것처럼, 무한대로 돌고 도는 컨테이너 벨트처럼 리듬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리듬의 편안한 흐름 위에 최백호의 오래되어 숙성된 음색과 다소 처진듯한 여유 있는 바이브레이션이 사람의 마음을 촉촉이 젖게 만든다.




    '최백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노래는 열정적이고 찌-인한 트로트 '낭만의 대하여'이다. 1995년에 발매되었는데, 지금 들어도 캬~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정말 돼지국밥 한 그릇 크~ 들이키고 싶은 노래다. 이렇게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시절이 지난 장르의 노래를 불렀던 최백호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본인 고유의 창법을 지키면서 새로운 음악을 흔쾌히 받아들여 발전해 나간다는 점 때문이다. 1950년, 6.25 전쟁 때에 태어난 최백호. 일흔셋의 세월 동안 거침없이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며 나아온 대단한 가수이다.

     2013년 <첫사랑>, 2017년 <불혹>, 2021년 <세상 보기>, 2022년 <찰나>까지, 앨범의 수록곡을 들어보면 최백호의 목소리와 죠지, 정승환, Colde, Zico등 당시 떠오른 가수들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들을 수 있다. 최백호는 딱히 유행에 맞춰 부르려고 창법을 바꾸거나 흉내를 내지는 않는다. 선율과 반주 자체는 당시 유행하는 노래와 별 다를 것 없는데, 최백호의 목소리가 입혀지는 순간 특별한 매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움과 애수에 찬, 낭만을 갈망하는 목소리랄까.

    최백호의 노래를 듣다 보면 삶의 용기가 생기는 느낌을 받는다. 세월이 지나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 다 지나갈 거라는 위로를 준다. 괜찮다고, 실수할 수 있다고, 따뜻하게 토닥이고 마음을 품어준다. 세상 모든 일이 내 탓으로 여겨질 때도,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느낌이 들 때에도, 이 노래는 나에게 한결같이 이 한마디를 외친다.

    힘을 내게, 친구여!


마치 자서전같이 나이가 들면서도 앨범을 꾸준히 내는 최백호. 그 끈기와 의지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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