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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Mar 08. 2024

안경점 직원의 선물

노라 존스, <Don’t know why>

    혼자 즐기던 가수의 노래가 어느 날 생각보다 꽤 유명한 노래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 종종 있을 것이다.  나에겐 노라 존스의 노래가 그랬다. 노라 존스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어학연수를 명목으로 홀로 타국에 나가 있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안경점 직원이 내가 외국으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비스로 음악이 들어있는 CD(이하 시디)를 선물로 주어 '오?' 하는 생각으로 시디를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에는 씨디피, 즉 CD 플레이어가 유행이어서 공 CD를 구입해 각자의 입맛대로 음악 리스트를 짜서 CD를 '굽는' 것이 유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표현이다. CD를 굽는다니. 하하) 의도치 않게 들고 간 그 시디를 나는 외우다 못해 꿈에 나올 정도까지 곰탕에 우려먹듯 열심히 듣게 되었다. 그 곡들 중 하나가 바로 노라 존스의 히트곡 'Don't know why'이다.


노라 존스, <Don't know why>(음악 듣기)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라이브 버전




    노라 존스의 성은 샹카르.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인도의 유명한 음악가를 생물학적 아버지로 두었다. 노라 존스는 그래미상을 비롯해 많은 대중음악 상을 수상하면서 2000년대에 재즈를 대중화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내가 가장 애정하는 'Don't know why'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히트곡이다. 열심히 들을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알고 보니 안경점 직원은 당시 잘 나가는 노래를 죄다 끌어 모아 시디를 구워 선물한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노라 존스'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고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노래를 꺼내 듣고 있다.


노라 존스. 재즈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노라 존스의 노래는 그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있어서 다른 가수가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가을 중에서도 초가을의 선선한 공기와 하늘색이 어둑해져 하루의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옛날 추억의 노래라 그런지 마음 한편이 살짝 아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마냥 슬프지는 않다. 다만 이 곡을 한창 듣던 시절의 내가 느낀 '무언가를 아득히 바라는 감성'이 떠오른다. 이 곡을 들으면 당시 내가 살았던 집, 내 방, 그리고 내 2층 침대의 냄새와 공기, 조명의 낮은 조도까지 모두 마음속으로 몽글몽글 올라온다. 2층 침대 옆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의 초록 잔디와 언덕, 그리고 머나먼 타지에 홀로 불안했던 작은 아이의 마음도 함께 떠오른다.



   

    보통 노래를 들으면 가사를 한 번쯤 찾아보는데 이 곡은 유독 가사를 알고 싶지 않았다. 왠지 가사를 찾아 이해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최근 이 글을 쓰기 위해 가사 내용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역시 내가 느낀 것과 가사 내용이 유사했다. 이럴 땐 언어를 능가하는 음악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곡을 다시 들으니 가슴이 조금 먹먹해진다. 지나간 그날들의 음악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리라. 꼭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 아닐지라도 가만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되돌아보며 '그땐 그랬지' 하며 웃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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