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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Mar 14. 2024

두둥 탁, 쿵! 거부할 수 없는 미운 오리의 매력!

Eddie Harris, <Cold Duck Time>

이 신나는 블루스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적재의 <야간작업실>(줄여서 야작실)이라는 유튜브 영상이었다. 일렉 기타의 신나는 독주, 드럼의 또 신나는 뜀박질, 신나는 와중에 곡의 흐름을 단단히 잡아주는 베이스. 이 곡을 들으면 고개를 가만히 둘 수가 없을 정도로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Cold Duck Time 야간작업실 (영상 보기​)




경쾌하고 빠른 선율이지만 이 곡에 사용된 기본 음계는 흔히 보이는 Major(장조)나 minor(단조)가 아니라 슬픔, 우울이라는 뜻도 함께 지니고 있는 ‘Blues(블루스)’음계로 되어있다.


12개의 음으로 시작하는 블루스 음계


음계는 이를테면 음악을 구성하는 각 음들이 역할을 가지고 있는 대가족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음들의 체계를 의미하는 음계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첫째 딸, 둘째 아들 등 7명으로 이루어진 대가족과 유사하다.


우리가 아는 장조(Major)를 보면 각 음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마치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가족을 A대가족이라 한다면 다른 B대가족에도 할아버지가 있다. B대가족의 ’이할방‘ 할아버지는 A대가족의 ’김할배‘ 할아버지와 역할은 같지만, ‘이할방’이라는 사람 자체는 ‘김할배’라는 사람과 전적으로 다른 주체이다. 만약 A대가족이 C Major이고 B대가족이 D Major라면, 할아버지라는 역할은 모두 ‘도’이며 김할배는 C음, 이할방은 D인 것이다.


대가족에는 다양한 역할과 성격을 가진 주체가 모여있다. 화성음악의 음계 또한 각 음의 역할과 성격이 정해져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slowpage)


이와 같이 음계는 체계에 따라 음의 역할이 바뀌는 것으로, 단순히 음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것을 넘어서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체계이다. D Major는 화려하고 규모가 큰 분위기, F Major는 소박하고 목가적인 분위기 등 각 음계와 조성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를 의도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블루스 음계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장, 단조 음계와는 다르게 음계의 3번째 음과 7번째 음이 반음 내려간, 장조와 단조의 분위기가 섞인,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블루스 만의 고유한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의 트로트를 살펴보면 단조가 많은데, 비교적 장조보다 어둡고 슬프지만,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빠르고 경쾌한 비트로 이루어져 신나는 곡이 많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어두우면 느리다‘, ‘밝으면 빠르다’는 전형적인 사고는 이제 음악에서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으며, 여러 콘셉트 중 하나로 여겨질 뿐이다.




다시 이 곡으로 돌아가면, 이 곡의 제목은 cold duck time.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차용해 cold duck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만들어 연주했던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우리나라에선 기타나 드럼의 실용음악과 입시곡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블루스 음계의 정체성이 확실해서 연주자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연주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곡임이 확실하다.

이 곡처럼 연주자들의 노력이 숨어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곡을 듣다 보면 재즈와 블루스가 탄생해서 발전해 나가는 모든 과정에 감사하게 된다.

신나는 드럼과 밀당의 귀재인 관악기, 그리고 기타. 묵직한 베이스까지. 한여름의 과일빙수처럼. 내 마음을 시원하게 적신다.


온몸에 악기들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가져와봤다. Eddie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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