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살짝 추운 계절이었다. 내가 일하는 학교는 건물 안이 대부분 서늘하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학교의 교무실은 북향이었고, 햇빛이 바로 들어오지 않아 추운 편이었다. 일을 하다가 답답해질 때면 'ㄷ'자 건물의 중앙에 있는 작은 정원 의자에 앉아 쉬곤 했다. 그날도 중앙 정원에 내려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문득 햇살이 따뜻해 햇빛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을 웅크려 햇빛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햇빛이 너무나도 따뜻해 마음까지 뜨뜻해졌다. 업무와 일상에 떠밀려 딱딱하게 뭉쳐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햇빛이 비추는 곳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우리-하게 움직인다. 햇빛은 검은색마저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능력을 가졌다. 아무리 딱딱하게 굳은 마음이라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생명체에게 생명을 심어주는,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존재. 햇빛이다.
예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몸도 편안해진 지금도 나는 햇빛을 찾아 바깥으로 나가곤 한다. 주말 오후에 작은 항구로 나가 텐트를 치고 햇살을 즐기며 누워서 책을 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만족감과 온기로 가득 차있는 내 모습을 보며 귀찮아도 나가길 잘했다 칭찬한다.
내가 사는 집은 남서향이다. 그래서 오후 내내 햇빛이 들어온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고있으면 노란 햇빛 속에 풍덩 빠져들어가 헤엄치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햇빛으로 가득찬 물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 문득 자연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나를 발견한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