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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Jan 05. 2024

황금빛 아스팔트를 질주하다.

일상

    나는 아침 8시 30분에 일을 시작하고 오후 4시 40분에 일을 마치도록 촘촘히 일과가 짜여있는 직장인이다. 나는 네모난 정글숲의 관리자 겸 교육인으로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활용하는 직업을 가지고 사회인으로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편도 40분 거리를 운전해 간다. 운전하는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출근하는 시간은 아침이어서 컨디션이 아직 살아있어 좋고, 퇴근하는 시간은 이제 드디어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신이 절로 난다. 직장에 다니다 보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짜인 시간표에 길들여져 바삐 움직이게 된다. 특히 시작과 끝 무렵에는 십 분 안에 전달사항을 눈치껏 해치워야 해서 나와 30인의 구성원들에게 여유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공식적으로는 4시 40분에 마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정글숲 담당자에겐 이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상황에서 일하는 방식은 두 부류로 나뉜다. 최대한 퇴근시간에 가깝게 일을 끝내기 위해 종일 고군분투하거나, 아싸리 밤늦게까지 야간 추가 근무를 하여 여유 있게 일하는 것이다. 나는 전자를 택했다. 바쁜 일과를 우당탕탕 끝내고 5시쯤 차에 오르면 마음이 편해진다. 종일 육백 육십 명 남짓의 구성원들과 수없이 마주치며 상호작용을 하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어 고요한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신나는 음악을 빵빵하게 틀고 도로로 나선다.




    40분 거리의 출퇴근시간에는 시원하게 뚫린 20분의 국도를 달려 꽉꽉 막히는 20분의 시내도로로 진입한다. 출퇴근 시간이 대부분 해가 뜨고 지는 시간과 겹치기 때문에 웬만하면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는 편이다. 내 선글라스는 갈색 렌즈여서 세상이 조금 노래진다. 노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노을을 극대화시켜 주는 비상한 기능이 있다.

    겨울이 무르익어가는 12월 중순의 어느 퇴근길에 시원한 국도를 달리다 터널에 들어가게 되었다. 잠시 뒤, 나에게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타원형의 터널 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터널 출구는 원래 반원이지만 햇살이 반원을 바닥에 빛을 비춰 길게 늘여 타원으로 만들어놓았다.) 거기다 갈색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다 보니 저무는 해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아스팔트의 시커먼 어둠마저 황금빛으로 울렁거리게 하고 있었다. 나는 다음 터널을 기다리고 터널이 끝나면 또 다음 터널을 기다렸다. 터널이 이렇게 기대될 줄이야. 거무죽죽하고 울퉁불퉁한 아스팔트가 햇살을 받아 마치 사자의 갈퀴가 흔들리듯 황금빛으로 반짝 반짝이고 있었다. 이 구간을 지나가는 것은 길어봤자 10초도 안되지만, 한동안 이 도로를 지날 때면 힘들었던 하루를 모두 보상받는 벅찬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지나쳐가는 찰나의 순간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내 모습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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