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들이 리메이크되며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다. 또한 레트로 감성의 카페나 식당들도 많이 생기는 중이다.
나도 레트로 감성을 정말 좋아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들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 많이 보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 시절과 시대를 향한 그리움이 ‘레트로’라는 단어로 나타나고 있다.그런데 우리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그 시절들이 정말로 좋기만 했을까?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라 단순히 좋았다고만 착각하며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지금 살기 참 힘들다고 느껴지는 2024년도 20년 뒤에 바라보면 정말 좋았던 시절이라며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학창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성인만 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그다음에는 연애를 하면 행복해질 거라 믿었고, 그다음에는 취업을 하면 행복해질 거라 믿었다. 취업 후 스스로 돈을 벌어 사고 싶은 걸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잠깐 행복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사회생활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러다 내가 사장이 되면, 내 사업을 하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잠시 사업의 세계도생각한 것과 달랐다. 지금은 안정적인 결혼을 하면, 가정을 이루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그것도 잠시일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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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대체 언제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원하는 직업을 가지면 행복하겠지?
살을 빼면 행복하겠지?
여행을 가면 행복하겠지?
돈을 많이 모으면 행복하겠지?
집을 사면 행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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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기도 한다.
나중에 이거 꼭 해야지.
나중에 부모님이랑 여기 같이 와야지.
나중에 살 빼고 나면 이거 해야지.
나중에 돈 많이 모으면 여행 가야지.
나중. 나중. 나중. 나중. 도대체 그 나중이 언젠데?
지금 바로 하면 안 되나?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내 인생도 부모님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중 나중 하다가 아예 못하는 수가 있다.미래를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당장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낫다.
대학 동기 중 다이어트에 목숨 걸다시피 하는 친구가 있었다.
외모에정말 많이 신경을쓰는 친구라강의를 들으러 학교에 올 때도 가끔 미용실에 들렀다 올 정도였다. 나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던 터라 첫 학기 때부터 그 친구와 친해져서 붙어다녔다. 그 친구는 라면을 먹을 때에는 국물은 절대 먹지 않았고, 밀가루도 가급적이면 먹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한번 입이 터지면 밀가루고 탄산이고 뭐고 그냥 다 먹어 버렸는데 그러고 나면 후회의 늪에 빠져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하며 자책만 할 뿐이었다. 다이어트라는 게 원래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고, 가끔 폭식을 해버려 자책하는 것도 흔한 일이지만그 친구는 그런강박이 심한 편이었다.
그렇게 뚱뚱하지도 않았고 뱃살은 아예 없었다. 정말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자면 날씬한 쪽에 가까웠다. 다만 키가 크기 때문에 덩치가 살짝 커 보일 뿐. 도대체 왜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내 몸도 아닌데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친했기에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친구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면
“살 빼서 예쁜 원피스를 입을 수 있을 때 가고 싶어.”
같이 맛집에 가자고 하면
“다이어트 중이라 살 빼고 나면 가자.”
소개팅에 나가자고 하면
“나는 살부터 빼야해.”
동기들과의 술자리 약속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다이어트 중인데.” 하며 구석에서 기본 안주로 나오는 치킨무나 양배추 샐러드만 먹을 뿐이었다.
친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외모'인데 스스로 본인의 외모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그래서 그 친구랑 친했지만 함께 갈 수 있었던 곳은 학교 앞 ‘카페’ 뿐이었다. 여행도, 맛집 탐방도, 쇼핑도, 소개팅도, 모두 다이어트 성공 후에 할 거라는 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는 친했으나 학교 밖에서의 추억은 다른 동기들과 더 많다.
그 친구는 '다이어트'라는 우물 안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고 우물 안을 뱅뱅 돌고만 있을 뿐이었다. 우물에 있는 물을 다 마시고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지만 우물 안의 물은 계속 더 찰뿐이라 나갈 방법이 없는 거다.
졸업 후 사이가 멀어져 지금은 그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만약 저 때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면 아직도 우물 안에 있을것 같아 안타깝다. 당시에는 그냥 외모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친구로서 자존감을 많이 올려주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굳이 살을 빼지 않더라도 여행도 갈 수 있고, 원피스도 입을 수 있고, 연애도 할 수 있고, 맛집 탐방도 갈 수 있고, 치킨도 먹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깨닫게 해줬어야 했는데.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 돌아갈 수 없는 곳,
지금 나에게 없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래서 과거를 그리워하며,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그것을 가지지 못한 내가 초라해보이기까지 한다.세상에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은 많다. 정말 많다.어떤 것을 기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떠한 기준이든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은 무조건 많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기에,앞서 말했던 우물 속의 물처럼 마시는 동안 계속 차오를 것이다. 우물 속의 물을 전부 마시고 밖으로 나갈 생각이라면 절대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없다.
50을 가지면 80을 가지고 싶고,
어떤 방식으로80을 가졌다 한들 110을 가진 사람이 부러워진다. 110을 갖게 되면 150을 가진 사람, 200을 가진 사람이 부러워진다. 그렇게 되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가 없다. 그런 인생이 바로 불행한 인생인 거다.절대로 타인을 기준으로 내 삶을 바라보면 안 된다. 타인을 부러워하고 그보다 더 나아지려고 한다면불행이 가득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진짜 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적당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 타인의 삶과는 상관없는 나의 삶 순간순간에 행복을 느껴야 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미래와 과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 숨 쉬며 살고 있는 '나' 자체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다 보면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