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던 방송에 크림빵이 나왔는데 너무 맛있게 보이는 것이다. 쫄깃해 보이는 빵 속 생크림이 가득 들어있었다. 지금은 크림빵 파는 곳이 굉장히 많아져서 다양한 종류의 크림빵들을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프랜차이즈 빵집 말고는 베이커리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게다가 방송에 나온 빵은 모양도 일반적인 동그란 모양이 아닌 맘모스빵처럼 커다란 크림빵이었다.
저 크림빵은 꼭 먹어야 되겠다!
방송에 나온 크림빵을 파는 곳을 찾아보니 내가 살던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건 운명이다.
다이어트 후 체중 유지가 목적이던 때라 크림빵을 전부 다 먹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하고 며칠 정도 식이 조절이 필요했다. 사진과 영상으로 크림빵을 찾아보며 의지를 다졌다.며칠 동안 먹고픔에 시달리다이제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날,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빵집으로 달려갔다. 맛있는 빵이 아주 가득했고 정말 먹고 싶었던 그 크림빵이 내 눈앞에 있었다.
크림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행복이 손에 가득히 들려있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운동했으니 오늘은이 크림빵을 전부 다 먹어치울 것이다!
집에 도착해 빵을 먹기 전 경건한 마음으로 손발을 씻고 그 당시 좋아하던 예능을 틀어놓고 그 앞에 크림빵과 음료를 두었다.그리고 한입.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빵피는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그 속에정말 고소하고 맛있는 생크림이가득 들어있었다. 아주 가득. 정말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세입, 네입..
점차 속이 느끼해지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았다. 오늘은이 빵을 전부 먹을계획이었지만 더이상은 못 먹을 것 같았다.
갑자기 허무해졌다.일주일 전부터 고대하고 기대하던, 행복의 전부일 것만 같던 크림빵이 눈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쳐다보기도 싫게 질려버린 거다.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한 입 더 베어 물었지만맛도 처음 느꼈던맛보다 훨씬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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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썸 탈 때가 가장 설레듯이,
여행도 출발 전 계획 세우고 준비할 때가 가장 즐겁듯이,
꿈도 이루고 난 후보다 꿈을 꿀 때가 더 벅차오르듯이.
간절히 바라던 것들이 익숙해지고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리면 그걸 바라던 때만큼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슬프지만 인간의 대부분이 그렇다.
배고플 땐 배가 불렀으면 좋겠고, 배가 너무 부를 땐 속을 비우고 싶고, 추울 땐 더웠으면 좋겠고, 더울 땐 추웠으면 좋겠고, 일할 땐 일을 때려치우고 싶고, 백수로 지내다 보면 일을 하고 싶어지고.사람의 마음은 청개구리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 간절히 원하던 때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원하던 것을 이룬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바꾼다거나, 명품을 구입한다거나, 호캉스를 간다거나,유명한 여행지를 둘러보는 아주 가끔 있는, 남들이 봤을 때에도 특별하다 생각되는 순간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일까?
물론 행복하다. 하지만 가끔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순간만을 행복으로 느낀다면 '아주 가끔 행복한 사람'밖에 될 수 없다.
소중한 사람들과저녁을 먹으며 재밌는 이야기를 나눌 때, 동네를 걷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을 때,늦잠을 잘 수 있는 아침, 일하던 중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때,혼자 카페에 앉아 멍 때릴 때, 무더운 여름날빵빵한 에어컨밑에 누워있을 때,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음악을 들을 때, 좋아하는 드라마 정주행할 때, 아이돌이 된 것 마냥 노래 부를 때처럼
평범하지만 일상 속에서 '나 행복해!'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지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아주평범하지만 일상 속에서만나는
한 떨기 꽃송이 같은 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의
궁극적인 이유는 살기 위함이 아닐까?
맛집에 줄이 늘어져있고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그 음식을 먹는 것,5분도 안 되는 놀이공원 어트랙션을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타는 것,주말에는 어딜 가나 차가 막히고 관광지들이 인파로 인해 마비되는 것, 금요일 저녁에는 불금을 즐기기 위한 자들이 바글바글한 것,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팅이 피켓팅이 되어버리는 것,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도전하는 마라톤...
이 모든 것들이 결국살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아닐까?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기 위한 행위들.아주 평범한 순간들로는 행복을 느끼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의 발버둥.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인생에 재미를 찾고 성취감을 얻고 보람을 느끼고살아갈 동력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결국 모든 것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살기 위함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을 하면 살짝슬퍼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게 인간의 삶 전부이다.
몇 분의 차이로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인간이라는 것은한없이 약한 존재이다. 심지어 언젠가는 무(無)로 돌아간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게 잠깐있다 가는 세상,
어떻게라도 의미를 부여하며사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결국 살기 위해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인간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다만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니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면 더욱 멋진 삶이 될 것이다.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이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