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부모님, 선생님 같은 주변 어른들이 바라는 직업이 장래희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직업이 정말다양해져서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초등학생이던 그 시절에는 ‘사’ 자로 끝나는 직업이 장래희망인 친구들이 정말 많았었다.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때 생활기록부를 보면 의사 또는 변호사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에 도움이 될만한 대학을 가기 위해 애를 쓰고 노력한다. 여기에서 본인이 원하는 직업이라는 것도 정말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결국 꿈, 장래희망, 커서 되고 싶은 것 들은 ‘직업’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 지, 내가 무엇을 할 때 정말로 행복한지에 대한 질문이 아닌 말 그대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 지에 대한 질문이다.
꿈이 사라져 방황했던 때가 있었다.
꿈이라는 것은 꼭 있어야 한다고 머릿속에 각인이 된 채 살아왔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라는 목표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했었다.
살아보니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항상 약한 쪽에 있는 나였다.
학창 시절의 꿈도, 그 이후의 꿈도져버렸던 당시. 꿈을 잃어버린 나의 미래는 하얀색이었다. 미래가 깜깜한 것도 아니다.그냥 백지.마치 내 온몸이 하얘진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앞날 위로 쓸쓸한 바람만이 불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조차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꿈꿨던 미래를 살고 있는 사람을 얼마나 될까?'
'학창 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중 그 당시 적어냈던 장래 희망과 같은 직업을 가진 친구가 있을까?'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업 만족도가 80퍼센트 이상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만족도가 80퍼센트 이상되는 직업을 가졌다면,
정말 커다란 행운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까지
높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직업'만을 가지고 꿈의 실현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직업은 언제나 바뀔 수가 있기 때문이고
인간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삶을 살고 있는 본인조차도.
주변 지인들만 봐도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위해 단계별로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계단을 조금 오르다 옆 계단으로 옮겨가거나 다시 내려갔다 반대편에 있는 계단을 다시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기계학을 전공한 친구는 교육 공무원이 되었고,
수학교육과를 나온 지인은 디자인 회사에 매일 출근한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친구는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건축학과를 나온 지인은 건축 회사를 다니다 퇴사하고
웨딩 플래너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며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친구는
사진 스튜디오를 개업한 후 꽃집까지 개업했다.
결혼은 절대 안 하겠다던 친구는 얼마 전 둘째 돌잔치를 열었고, 노래 실력과 외모가 뛰어나 무조건 연예계 쪽으로 갈거라 생각했던 친구는 연구원이 되었다.
이게 인생이다.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인간에게 '직업'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기 때문에
인생에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직업은 언제나 바뀔 수가 있다.
꿈이 계속 바뀐다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이 나한테 맞는지를 찾기보다는 온전히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되겠다는 결말에 이르렀다.
책상에 굴러다니는 노트 하나를 펼쳤다.
첫 번째로, 내가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하나씩 적어나갔다. 정말 사소한 것도 말이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을 쐴 때
좋아하는 노래가 잘 불러질 때
아직 무르익지 않은 초겨울의 냄새를 맡을 때
가족 모두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때
누군가에 의해 인정을 받았을 때...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꽤 많았다
두 번째로, 나의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적었다.
사물이고 사람이고 형체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내 인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부 적었다.
부모님 언니 친척들 친구애인
빵 치즈초콜릿추억상자사진/영상들 여행
건강음악 독서...
인생에 중요한 것들도 꽤 많았다.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내려갔다. 버킷리스트이다.죽기 전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만한 것들을 적었다.사소한 것부터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것들까지
하고 싶은 거라면 전부 적었다.
템플스테이
좋아하는 밴드 공연 가기
해리포터 시리즈 다시 정주행 하기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기
수영 배우기
좋아하는 노래 기타로 완곡하기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 출간하기
한적한 곳에 가서 자유롭게 한 달 살기
스카이다이빙
가족들과 해외여행 가기
배드민턴 대회 나가보기...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꽉 채워진 노트를 눈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 한눈에 담아 보았다. 빼곡히 적힌 글자들의 자음, 모음이 마치 행성계를 공전하는 천체들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 글자들이 모여
'나'라는 우주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추구하는 인간상과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죽기 직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지가 뭉게구름처럼 머릿속에피어올랐다.
나를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하고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기준이 돼야 하는 것은 내가 가진 '직업'이 아니라 저것들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깨닫고,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직업이 가져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그다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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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만을 꿈으로 보는 세상에서는 꿈이 없어도 괜찮다.
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된다. 다만 '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으며 타인에 의해 온전한 내 인생을 휘둘리지 않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