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0대,20대 초반에 느끼던 ‘서른’의 존재는 완벽한 어른이었다.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집과 차는 기본으로 소유해야 하며,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까지 꾸려야 하는 존재였다.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생각했었다.
아니, 완전히 그렇게 믿었었다.
디자이너 겸 사업가가 꿈이었던 고등학생 시절,
20대 후반 즈음에는 재력과 능력이 엄청난 ‘세계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들이 전 세계에 수출되고 사업가로서 엄청나게 유명해져 인기 많은 TV 토크쇼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었다.
그렇게 믿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 R=VD(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라는 VD기법이 유행했는데 거기에 푹 빠졌었기 때문이다.
관련 서적을 모조리 읽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강의도 들으러 다니며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글로도 적고 사진도 책상 앞에 붙여놓으며매일 밤 상상의 나라를 펼쳤었다. 간절하게 원하고 상상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거라 생각했기에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
주변의 시선과 말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고자 하는 불타는 열망.
나 자신이 꼭 그렇게 된다는 믿음.
이 모든 게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생생하게 꿈을 꾼다'라는 문장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성인이 되면서 나의 꿈에 대한 의지도, 굳건함도, 열망도, 믿음도 모두 잃어버렸다. 그 당시 쓴 글들이 적혀 있는 노트가 아직도책장 한쪽에 있는데 가끔 열어서 보고는 한다.
꿈을 이룬 나를 상상하며 쓴‘~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식의 문장이30여개 정도씩 적혀있다.
볼 때마다 ‘저 시절의 나, 포부가 정말 대단했다.’ 싶으면서도 서른이 된 지금, 단 한 문장도 이뤄진 것이 없어서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