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즐거움, 혼자 걷는 즐거움, '고독' 즐기기.
오늘은 외부 회의가 있어 혼자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항상 주위에는 연관된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젊은 친구들의 문화인 혼밥에 대해 잘 이해를 못 했고, 왜 "혼자 먹지. 같이 먹을 사람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름의 측면'에서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저도 예전사람인지라 어떤 기분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회의 후 점심시간이 되었고, 드디어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저희 사무실의 식당은 밝은 조명 아래 있기는 하지만 지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뭔지 모를 답답함을 항상 느끼는 곳이지요.
그런데 여기 사무실 식당은 건물 맨 꼭대기 층이어서 밖이 환히 보이는 곳이었고, 특히 혼밥을 할 수 있는 자리는 한강과 건너편에 63 빌딩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드디어 혼밥 시간...
맛있는 식사를 받아 주저 없이 밖이 잘 보이는 창가 앞 혼밥용 자리에 앉았습니다.
잠시 밖을 내려다보니 수많은 자동차들이 원효대교 위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고, 한강은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항상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 몇 마디 이야기 정도만 하면서, 허겁지겁 5분 정도에 식사를 마쳤지요.
저는 '당뇨 전단계'라 가능하면 식사를 천천히, 반찬부터 먹는 '거꾸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초스피드 식사', 말이 식사지 그냥 한 끼를 때운다는 느낌입니다.
막상 혼밥을 하니 허겁지겁 먹을 이유도 없고, 밥 먹는 시간에도 업무 이야기나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할 필요가 없으니 홀가분한 기분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음식을 식판에 담는 소리, 멀리서 다 먹은 식판을 정리하는 주방의 소리 등이 제 뒤편에서 들립니다. 마치 도심 속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데 저 멀리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모처럼 홀가분한 기분이 듭니다. 창 밖의 한가로운 풍경이 느긋한 마음에 밥 한수저를 더 얹힙니다.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직장 생활을 하면 싫어도 참석하거나 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낮은 직급일 때는 상사들의 눈치를 봤고, 팀장과 실장 시절에는 윗분들의 눈치뿐 아니라 남의 눈에 보이는 것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는 참석이 많았습니다.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 흔쾌히 참석하는 일도 많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참석에 대한 즐거운 기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네요.
이제 직책을 놓고 내려오니 한가해지고 홀가분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내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편함과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권리가 너무나 즐겁습니다.
혼밥을 한 후 혼자 인근 한강변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이 역시 혼자이니 가능합니다.
가고 싶은 시간에, 마음 닿은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나만의 속도로, 오롯이 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걷다 용산역 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경의선 기차가 지나가는 땡땡거리와 아이유의 '나의 아저씨'에 나왔던 철도건널목인 '백빈건널목'이 보입니다.
도심 속 70, 80년대 모습을 간직한 추억 속 골목이어서 정겹기도 했지만, 제가 초등학교 때 살던 곳도 경의선 기차가 지나가는 공덕동 '새창고개'여서인지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곳에서 식사하고,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삼 느꼈습니다.
혼밥은 외로운 게 아니고 고독이라는 것을...
고독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라는 것을...
나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나 혼자 있는 즐거움을 한가득 얻었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