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PED라는 책을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D-188)
팀 조직문화 진단 이후 개인에 대한 업무 성향 분석이라는 것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곧 퇴직인데 굳이 저의 업무 성향을 알아서 뭐 하겠냐고 해서 계속 미루고 미루었는데...
개인별 진단을 위한 사전 진단이 필요하답니다
오늘 팀 워크숍이 진행된다고 하여, 전 팀원이 사무실을 떠나 인근에 있는 교육장으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는 외부 전문업체의 담당자가 저에게 와서 '사전 진단'을 아직 안 하셨는데 반드시 점심식사 전에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저는 필요 없을 것 같네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 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나 때문에 고생할까 하는 생각에 "예, 식사 후 바로 할게요"라고 답했습니다.
점심식사 전에 잠시 문항 수를 보니 90문항이네요. 제법 많은 내용이라 식사 전에 내용을 보면서 체크를 했더니 거의 1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하도 오랜 세월 동안 비슷한 평가를 많이 해서인지 별로 신선한 질문은 없어 보이네요.
예측한 것과 유사하게 결과가 나왔습니다
식사 후 오후 교육시간이 되니, 개인마다 '업무 성향 분석 결과'를 나누어 줍니다. 받아보니 '업무 주도적이며 규칙을 준수하는 타입'이라고 합니다.
추가로 분석한 자료를 보니 좀 과하기도 한 표현이 있기는 한데 얼추 맞기는 합니다.
민감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을 갖고 있으며, 위기상황에 침착하고 냉정하게 분석하여 즉각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감이 있다(90% 인정).
스스로 쌓아온 지식과 경험은 대부분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일의 결과가 불투명하더라도 일을 벌이고 그 일이 되게 만든다(90% 인정).
윤리적, 양심적, 정의로움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편법을 쓰는 업무처리를 할 때 분노할 수 있다(100% 인정).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표정으로 다 드러나는 편이고, 솔직하고 직설적인 피드백에 동료들을 당황시키기도 한다(100% 인정)
사소한 것들에 개입하거나, 다른 사람의 업무처리 능력을 믿지 못하면, 자신이 다 해야 한다는 압박과 더불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장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80% 인정).
인간관계에 호불호가 확실하며, 자신이 신뢰하는 상대는 무조건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100% 인정).
이런 것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해시태크(#)로 정리한 내용은 더 가관이기는 합니다.
#나만 믿고 따라와 #누가 우리 애들 건드렸어? #노력형 언행일치 #목표는 높아야 제맛 #할 말이 있으면 당당히 해 #결과로 보여줘 #난 옳다는 신념 #신뢰감이 중요 #그래서 결론이 뭔데?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네요
그런데 이런 업무 성향에 대한 분석은 개인의 성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직위와 직책에 따라서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는지요? 저는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입사 초기까지는, 참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습니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정말 긴장되고 무서워서 덜덜 떨거나, 심하면 말도 더듬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러한 성격은 직장생활 중 중간관리자인 과장 때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이후 팀장과 실장을 약 9년 정도 하면서 더욱 뚜렷하게 도드라져 보이게 된 것이니까요. 결국 직위와 직책으로 인해 기본적인 성향은 최대한 숨기고, 업무에 맞추어 필요한 성향의 발톱을 내 보이면서 이와 같은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모둠으로 앉아있던 3년 차 신입사원이 제 분석 결과지를 보면서 딱 맞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장으로 있을 때 업무 수행 시, 대면보고하는 것이 어려웠고 간혹 무서울 때도 있었다고 하네요. 가끔 본보기 차원이나 조직 관리 차원에서 다소 심하게 지적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명백한 잘못이 있는 경우에 한했던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봅니다. 참고로 신입사원의 '업무 성향 분석 결과'는 저와 거의 반대로 '안전과 긍정'에 최고점이 나온 것으로 보이더군요.
읽어 보시길 추천드리는 책, 『FLIPPED』가 생각납니다
2년 전에 실장에서 내려온 후 무기력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해서, 영어원서 읽기를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편하게 읽기 쉬운 책을 고르다가 찾은 것이 바로 'Flipped(저자: Wendelin Van Draanen)'이라는 책입니다. 한글판도 제목이 '플립(Flipped)'이라고 되어 있는데 억지로 번역하면 그냥 '뒤집힌'이니, 아마 번역하기보다는 그냥 놔두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 같네요.
흔히 영어원서를 읽을 때 렉사일지수를 참고하라고 하는데, 이 책은 렉사일지수가 720으로 초등 4학년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어려움이 없이 읽기는 한 것 같습니다.
렉사일 지수(Lexile Index)?
어휘의 난이도(Woed Frequency)와 문장 길이(Sentanse Strenth)를 기반으로 분석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주로 어려운 어휘가 사용되고 텍스트가 긴 도서의 경우 렉사일 지수가 높게 나온다고 하네요. 여하튼 렉사일 지수의 숫자가 높을수록 책의 읽기 수준이 높다는 것이고, 학생의 읽기 능력이 높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① 미국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 200L ~ 500L, ② 미국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 300L ~ 800L.
③ 미국 중학교 수준: 800L ~ 1000L, ④ 미국 고등학교 수준: 1000L ~ 1200L.
⑤ 미국 대학교 수준: 1200L ~ 1700L.
Flipped을 처음 읽었을 때 풋풋한 청소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서로의 입장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을 기반으로 써 내려간 소설이었는데, 저에게는 상당히 새롭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동일한 상황을 두고 어떻게 이토록 다른 관점으로 보고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책을 열어보면 두 주인공인 'Julianna'와 'Bryce'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내용을 번갈아서 볼 수 있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던 책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 하네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Flipped'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저는 신입사원의 성장을 위해 도전적 업무를 주고자 했습니다.
vs. 신입사원은 본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라 엄청난 부담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신입사원은 지시받은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보고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vs. 저는 생각한 수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여, 보다 상세하게 방향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은 수차례의 보고와 수정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vs.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역량이 향상되었다고 봤습니다.
이제 회사 생활의 피니시 라인에 거의 도착할 때쯤 되어서야, 신입사원의 감정이 어땠는지 알게 되었으니 그저 미안하다는 생각만 드네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결코 끝은 아닐 것입니다. 정년퇴직 후에도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 그중에는 가족도 있겠지요.
여전히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기보다는, 제 감정을 기본으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있지는 않을는지 하네요.
지금이야 한 번씩 이와 같은 계기를 통해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다행이지만, 퇴사 후 아무도 알려주거나 지적해 주지 않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브런치에 써서 보관해 두면, 나중에라도 다시 읽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