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위에 죽어있는 지렁이가 불쌍하다고 느껴지네요(D-191)
식후 운동을 위해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공원을 자주 찾습니다. 그런데 걷다 보면 수많은 지렁이들이 화단에서 나와, 보도블록 위에 죽어 있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사람이나 자전거에 밟혀 죽은 경우도 있지만, 땅 위로 나와 직사광선에 노출된 후 건조해져 죽은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렁이는 생긴 것에 비해 이로운 동물입니다. 흙을 먹은 후 항문으로 내보내는 분변은 유기질이 풍부하여 식물의 성장을 돕고, 지렁이가 지나간 길은 땅이 부드러워지고 바람이 잘 통하게 되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렁이를 농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왜 위험한 땅 위로 올라왔을까요?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을 때 '지렁이는 피부 호흡을 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호흡을 할 수 없어 땅 위로 올라온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과 같이 햇볕이 쨍쨍하고 28℃에 육박하는 날씨에 왜 땅 위로 올라왔을까요? 땅 속이 더 시원할 텐데 말입니다.
설마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서? 또는 저처럼 비타민D 합성을 위해서는 아닐 것인데 말이지요.
늘 듣는 말이지만 별게 다 궁금한 사람 중 한 명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왜 그런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 다양한 곳에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첫 번째 이유, 비 오는 날에 땅 위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비가 오면 지하 수면이 상승하여, 지표층과 지하층 사이에 공기가 차단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폐가 없이 '피부 호흡(피부 근처의 모세혈관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방식)'을 하는 지렁이는 숨을 쉬기 위해 지표면으로 나오게 됩니다. 물이 피부를 둘러싸버리기 때문에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자료를 보면 지렁이는 물속에서도 어느 정도는 생존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물속의 산소 농도가 풍부한 흐르는 물에서는 최대 하루 이상, 산소가 부족한 정체된 물에서도 몇 시간은 생존한다고 합니다. 자료마다 상이하여 어떤 게 정확한 줄은 모르겠습니다만, 애들도 오랜 견디는 놈이 있고 잘 못 견디는 놈도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 이유, 무더워질 때도 땅 위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땅속에서 주로 생활하는 지렁이는 더위로 인해 땅속의 수분이 감소하면, 호흡을 위해 땅 위로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렁이는 광회피성을 가지고 있어, 빛을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이는 햇볕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체내 수분을 잃게 하여 생존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렁이는 햇볕에 노출되면 부분적으로 방향성을 잃어버린다고 하네요. 매우 단순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 빛이 강하게 들어오면 스트레스를 받아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고, 이로 인해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바로 근처에 있는 흙을 놔두고 보도블록 위에서 방황하는 모양입니다.
세 번째 이유, 교미를 위해서도 땅 위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지렁이는 습하고 따뜻한 날씨, 특히 비가 온 후에 교미 활동을 합니다. 이때는 토양이 비가 온 후라 촉촉하고 산소도 풍부하여, 땅 위로 나와도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지렁이는 땅 위에서 서로 몸을 맞대어 교미를 하는데, 서로 찾아야 하므로 땅 위로 올라와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지요.
보도블록 위에는 대부분 지렁이 사체가 가득한데, 한편에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지렁이가 보입니다. 보도블록 위에 있으니 조만간 사람이나 자전거에 밟혀 죽거나, 햇볕에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 불쌍한데 그렇다고 화단 쪽으로 옮겨 놓기도 꺼려집니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이미 죽어 있네요. 토양 생태계와 농업에 있어서 참 이로운 동물인데 생긴 것 때문에 옮겨 놓기가 좀 꺼려지네요. 그래도 다음번에 살아있는 지렁이를 보면, 나뭇잎이나 가지를 이용하여 땅 쪽으로 옮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5.07.01) 점심 후 산책을 하다가 지렁이 한 마리가 보도블록 위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을 보고 화단으로 옮겨주었습니다. 징그럽기는 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