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톡 친구 탭에서 본 아버지 프로필(D-30)
얼마 전 카카오톡 친구 탭이 개편되면서 사방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도 개편된 첫 화면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예전 못된 상사의 근황’을 보게 되었네요.
죽이고 싶을 정도의 미운 상사였지만 그래도 어떻게 살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있기는 했는데...
재미있게 잘 살고 있음을 알리는 사진을 보니 기분이 별로입니다.
뭐 사진이야 좋은 것을 올릴 테니 100% 믿음은 안 갑니다.
아마 잘못 지내고 있어도 좋은 것만 올릴 인간이니까요.
이번 개편으로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알던 사람들의 근황을 간간히 보기는 하니 그때마다 한 번씩 생각은 나더라고요. 뭐 그런 정도로만 보고 바로 친구목록이 있는 채팅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12월 1일입니다.
제 정년퇴직이 꼭 한 달 남은 날이네요.
연락할 일이 있어 카톡을 여니 바로 친구 탭이 열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생일인 친구 목록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프로필이 뜬 것입니다.
순간 반갑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생신일도 아니고, 돌아가신 분이 프로필을 만들거나 수정할 일도 없으신 텐데 하면서 보니 다른 사람의 프로필입니다.
아마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된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그리움과 못 놓은 아쉬움에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고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서요.
그렇게 돌아가신 후 6년 동안 간직한 아버지의 전화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그 사람의 프로필이 뜬 것이지요.
잠시 생각을 하다 이제는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지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휴대폰에 남기고 싶은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프로필 사진과 아버지가 연결되어 있는 것은 불편하네요.
카카오톡의 개편된 친구 탭이 저에게 이런 서프라이즈를 제공할 줄은 몰랐네요.
잠시나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에 잠긴 후 이렇게 글을 쓰게 됩니다.
문득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아버지~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