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간직했던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지웁니다

카카오 톡 친구 탭에서 본 아버지 프로필(D-30)

얼마 전 카카오톡 친구 탭이 개편되면서 사방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도 개편된 첫 화면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예전 못된 상사의 근황’을 보게 되었네요.

죽이고 싶을 정도의 미운 상사였지만 그래도 어떻게 살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있기는 했는데...


재미있게 잘 살고 있음을 알리는 사진을 보니 기분이 별로입니다.

뭐 사진이야 좋은 것을 올릴 테니 100% 믿음은 안 갑니다.

아마 잘못 지내고 있어도 좋은 것만 올릴 인간이니까요.


이번 개편으로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알던 사람들의 근황을 간간히 보기는 하니 그때마다 한 번씩 생각은 나더라고요. 뭐 그런 정도로만 보고 바로 친구목록이 있는 채팅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12월 1일입니다.

제 정년퇴직이 꼭 한 달 남은 날이네요.


연락할 일이 있어 카톡을 여니 바로 친구 탭이 열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생일인 친구 목록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프로필이 뜬 것입니다.

순간 반갑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생신일도 아니고, 돌아가신 분이 프로필을 만들거나 수정할 일도 없으신 텐데 하면서 보니 다른 사람의 프로필입니다.


아마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된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그리움과 못 놓은 아쉬움에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고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서요.


그렇게 돌아가신 후 6년 동안 간직한 아버지의 전화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그 사람의 프로필이 뜬 것이지요.


잠시 생각을 하다 이제는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지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휴대폰에 남기고 싶은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프로필 사진과 아버지가 연결되어 있는 것은 불편하네요.

[아버지 프로필, 삭제된 아버지 전화번호]

카카오톡의 개편된 친구 탭이 저에게 이런 서프라이즈를 제공할 줄은 몰랐네요.

잠시나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에 잠긴 후 이렇게 글을 쓰게 됩니다.


문득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아버지~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keyword
이전 15화정년퇴직 인터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