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영광과 상처가 공존하는 시즌

이상한 나라의 팀장 8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12월'하면...

'연말정산', '진급과 승진', '조직개편', '크리스마스', '송년회', '종무식', '정년퇴직' 등 떠 올리는 단어가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 긍정 의미의 '진급'과 부정 의미인 '누락'이라는 상반된 감정의 결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여기에 곁들이는 사이드 메뉴로는 '축하주'와 '위로주'라는 단어가 있네요).

듣기만 해도 심장이 묵직해질 정도로 '연말은 영광과 상처가 공존하는 시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급대상자 관리

매우 중요하거나 존재감이 뚜렷한 팀이 아닌 일반적인 팀이라면...

팀장은 최소한 2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진급 대상자에게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를 해주어야 합니다. 진급 당해 연도에 닥쳐서 인사고과(Performance Evaluation)를 잘 주어봤자, 다른 팀에 밀려 진급에 누락되는 경우가 부지기 수입니다. 또 최종 결정권자가 진급 대상자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가 되어 있어야 유리합니다. 듣자마자 "아! 이 친구네"한다면 따놓은 당상이고요. 반대로 처음 듣는 이름이라면 글쎄요? 진급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진급 당해 연도에는 일종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보고나 발표를 진급 대상자에게 몰아주기도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거나 조용한(?) 팀은 진급하는데,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급자 선정 절차

전체 진급자의 수는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인사부문에서 각 본부로 직급별 진급자 정원(TO: Table of Organization)을 할당하면, 본부에서는 이를 다시 사업부 단위로, 그리고 실 단위로 쪼개어 분배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식입니다. 이때 진급자 정원(TO)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알게 모르게 많은 갈등과 다툼이 발생됩니다.

힘이 있는 본부나 실적이 좋은 본부에서는, 그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좀 더 많은 진급자 정원(TO)을 가져가려고 합니다. 반면에 다소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실적이 저조한 본부에서는, 직원들 사기앙양을 위해 더 많은 진급자 정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힘이 세거나 실적이 좋은 본부에서, 더 많은 진급자 정원을 가져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머리로는 이해는 되는데 가슴으로는 불만이 한가득인 것은 부인할 수 없네요. 이렇게 되다 보니 진급 누락자가 계속 쌓이는 쪽은 내부적으로 누락자가 적체되어, 점점 진급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인사 부문에서 직급별로 할당되는 진급자 전체 정원도, 회사 실적이나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합니다. 마침 경제 호황기여서 회사 실적도 좋고 내년에는 더 좋아진다는 핑크빛 분위기라면, 조금 더 많은 진급자 정원이 할당될 것이 기대가 됩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경기부진이나 침체니 하면서 회사 사정이 안 좋으니 우선 진급자 정원을 줄일 것입니다.

그러니 요즘 진급은 자기 역량도 있어야 하지만, 국내외 경제 동향에 따라서도 진급자 정원이 늘거나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급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과 때도 맞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꼭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3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해보니 '운(運, Fortune)'도 꽤 중요한 변수가 아닌가 합니다.


어떤 팀장이나 실장을 만나냐 하는 것도 '운'이 아닐는지요? 여러 분 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치열한 다툼

진급 시즌이 되면 실 단위에서 먼저 진급 사정(司正: 조사 ·심사하여 결정하는 행위)을 실시합니다. 이때 팀별로 진급시켜야 할 대상자의 명단을 한 곳에 모아 순위를 정하게 됩니다. 만약 진급 대상자가 한 직급에 몰려 있다면 팀장들은 서로 자기 팀원을 한 명이라도 더 진급시키기 위해, 해당 팀원의 우수한 업무 성과 및 역량을 돋보이려고 노력을 합니다.

팀장으로서는 당연히 팀원이 진급해야만 팀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내년에 좀 더 부드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황은 절박합니다.

대부분은 팀장 간 협의와 절충을 통해 판가름이 나지만, 도저히 자웅을 겨루기가 어려울 경우 실장 또는 사업부장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최종 결정권자의 뇌리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대상자가 유리하겠지요. 참 재미있는 것은 긍정적 이미지는 가끔 희미하고 헷갈리는데, 부정적 이미지는 아주 명확하고 확실하게 머릿속에 자리 잡더라고요.

진급 때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가능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중요한 팀장의 역할

아시다시피 팀장이 1차 결정권자이기도 하지만, 진급 시 팀장의 역할이 가장 큽니다. 다른 팀 진급 대상자에 비해 우리 팀 진급 대상자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까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진급 당해 연도에만 이런 노력을 했다면 해당 팀장은 팀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꼭 진급을 시켜야 할 팀원이라면 최소한 2년 전부터 인사 고과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수행하였어야 합니다.

가만히 사과나무 밑에 앉아서 기다리면, 사과가 내 손에 뚝 떨어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후 폭풍

드디어 진급자 발표가 나고 모든 사람들이 누가 진급하였고, 누가 누락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이때 진급자한테는 축하의 말을, 누락자에게는 격려 또는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하는데, 이게 영 불편합니다. 누락자에게 어떤 말을 한들 본인이 느끼는 좌절감, 배신감, 분노, 미움, 서러움, 민망함 등의 격한 감정을 달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아물기 만을 기다리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부장 진급 때 2번의 진급 누락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능력/역량/조직 기여도 측면에서 진급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했지만, 팀장은 당시만 해도 '연공서열'이라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저보다 선배에게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팀장이 밀어준 선배가 진급에 누락되고 말았습니다. 이게 두 번이나 발생하다 보니, "밀려면 확실히 밀던가 아니면 될 놈을 밀어주던가, 왜 어설프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 이제 어쩔 거냐!" 하는 불쾌한 감정을 연말회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러고 나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까지, 약 3개월 정도 걸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시간이 흘러 서운한 감정이 줄기는 했지만, 만약 그때 제대로 진급을 했었으면 지금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진급 누락의 아픔은 주변의 위로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그냥 조용히 몸짓과 눈빛으로 진급 누락에 대한 아픔을 공감한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합니다. 위로한다고 하다가 심한 경우 '불에 기름 뿌리기', '아픈 상처에 소금 뿌리기'가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팀장의 입장에서는 "자네는 일도 열심히 했고 충분한 역량이 있는데... 미안하지만 이번 한 번만 이해해 줘. 자네보다 좀 더 좋은 조건의 경쟁자가 있었네. 내년을 기대하자' 정도면 어떨까 합니다.


진급 누락의 아픔은 오롯이 혼자서 다독이면서 상처의 아픔을 삭여야 합니다.

누구도 대신해 주거나 다친 상처를 없던 것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비록 흉터는 남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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