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문제점 보고하기, 원 페이지 프로포절

이상한 나라의 팀장 9

오늘은 '위험한 업무 보고' 방법에 이어, 아예 대놓고 '팀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업무가 잘못되면 큰일이 난다고 보고는 했으니, 문제가 안 생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고할 계획입니다.



대부분의 보고서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현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그러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이때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지", "한꺼번에 진행할지, 아니면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을 할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보통은 주요 내용은 1장 또는 많아야 2장 정도로 만들고, 추가 설명을 위해 여러 장의 자료가 따라붙게 됩니다.


The One Page Proposal

예전에 우리 회사의 경영층이 보고서 쓰는 법 중 하나인 '원 페이지 프로포절'이라는 책을 팀장급에게 지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은 보통 바쁘기 때문에 구구절절 쓰여있는 내용을 읽을 시간이 없다, 그러니 한눈에 쉽게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입니다.

모처럼 <The One Page Proposal>이라는 책을 찾아보니 2002년 11월에 출판되었던 책이네요. 30대 중반의 사업가인 패트릭 G 라일리(퍼시픽 아메리칸 CEO)가 지은 책이고요.


이 책을 받은 이후 모든 보고서는 진짜로 1페이지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보고를 받는 경영층도 당연히 여러 장의 보고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 하기도 했으니까요. 이게 몇 달 안 가서 다시 여러 장의 보고서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년쯤 지나니까 다들 언제 적 이야기냐 하는 식으로 묵직하고 두툼한 보고서가 대세를 이룹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러면 그렇지, 얼마나 가겠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 대놓고 문제점을 보고하기로 했으니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팀의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분석을 해야 합니다. 뭐 팀원 때부터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 쉽게 정리는 되더라고요.


첫째로 쓸만한 인원의 부족입니다. 머리수는 많지만 실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직원은 한정적입니다. 결국 신입 사원의 충원이 필요하다는 건데, 팀 인원 구성의 문제점과 신규 업무를 위해 필요한 사유를 잘 만들고 적극 이해를 시켜야 합니다. 참고로 우리 팀은 '경로당'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평균 근속연수와 연령이 엄청 높습니다.


둘째로 외주사의 문제입니다. 우리 팀의 업무 중 60~70%를 외주사에서 하고 있으니, 외주사의 품질 수준이 곧 우리 팀 업무의 품질 수준입니다. 그런데 외주사의 수준이 낮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한 것치고는 개선되는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낮은 봉급과 복지로 인해 우수 인원이 계속 유출되기 때문입니다. 업체 자체적인 개선방안을 받아보고, 개선의지가 부족하다면 업체 변경도 검토하여야 합니다.


셋째로 외주사와의 불법파견에 대한 문제를 방지해야 합니다. 계약을 맷은 외주사 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명령, 채용 등 인사권을 침해를 하거나, 외주사의 필요한 자금의 조달 및 기계/설비/기자재의 자기 책임과 부담 유무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항이 걸려 있습니다. 혹여나 불법파견과 관련된 사항이 있으면 이를 신속하게 개선하여야 합니다. 특히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불법파견에 연관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지시키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넷째로 국가별 법규에 위반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별 법규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전담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사유를 보고하고, 예산의 확보, 그리고 인원의 충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다섯째로 체계적 업무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시스템 기반으로 업무가 전환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업무의 개선은 요원하고, 문제가 발생되는 것도 사전에 인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 시스템은 업무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시스템이 또 하나의 일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여섯째로 시설 및 장비의 신규 도입입니다. 남의 시설 및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맘 놓고 편하게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노후화된 장비로 인해 안전사고의 위험 또한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만의 전용공간과 신규 시설 및 장비가 필요할 시점입니다.


일곱 번째로 신제품 정보의 보안입니다. 제품에 관련된 정보를 개발하기 때문에 신제품이 나오기 전에 제품을 확인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잘못하면 외부로 제품의 외관이나 내장에 대한 사진이나 정보가 유출될 수 있지요.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잘못되면 용납받을 수 없는 사항이라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한 문제점들을 시차를 두고, 하나하나씩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해결방안도 같이 제시해야지요. 당연히 보고 받는 사람으로서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또 하나 신경 쓸 일이 생겼으니까요. 당연히 팀장이 제시한 해결방안을 기반으로 개선을 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제 이 보고서를 근간으로 인사, 총무, 재경 쪽 하고 협의하여 신규인원의 충원 및 예산의 확보를 시도합니다. 그래도 관련팀과의 협의는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경영층 지시사항이라고 해도 회사 내 예산과 인원은 년간 계획으로 수립되어 있기 때문에, 일개 팀에서 요청한다고 해서 없던 것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다른 쪽에 있는 예산을 넘겨받고, 신규로 들어오는 인원을 전환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팀으로써는 당연히 머리가 아픈 일이라 미안한 생각은 조금 듭니다.

하지만 제 코가 석자인데 남 걱정할 일은 아니지요. 이제 절반만 지원을 받아도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리하다 보니 알고 있던 문제점도 있었고,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문제점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문제점이 많다 보니 한 번에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설령 필요한 예산과 인원을 확보하더라도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진 후 개선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느낀 것은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한 일들은, 진행하면서 계속 수정과 수정을 거듭하게 되고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죽도 밥도 아닌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바록 마음이 급하더라도, 모든 일은 충분한 토의와 검토를 한 후 개선이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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