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팀장 10

우리 팀의 문제 중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이 인원의 부족입니다. 그것도 쓸만한 인원의 절대적 부족입니다(혹시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잠시 설명하자면, 보통 팀제에서는 한 팀은 10명 내외로 구성이 되는데 비해 우리 팀은 무려 30명 가까운 인원이니, 팀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인원입니다).

하지만 있는지 없는지 별로 티가 나지 않는 팀이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근 8년 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남들은 늦어도 2~3년에 한 명씩 받았는데 좀 너무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기껏 보내 준 인원은 다른 팀에서 문제가 있는 직원이나, 나이가 많은 직원을 보내주니 인원은 많지만 일할 사람은 없는 구조로 되었고요.


리더십 역량 향상 교육

팀장 1년 차에 리더십 역량 향상 교육이 있습니다. 처음 리더가 되었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외부강사가 와서 2박 3일 간 이론교육뿐 아니라 나름 실습교육도 병행하는 과정입니다. 저 같은 이공대 출신은 실습교육은 실습장에 가서 기계를 직접 작동시켜 보거나 하는 게 실습교육인데, 인문학 쪽은 확실하게 이공대와는 차이가 나더라고요. 팀장들이 모여서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처한 역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일종의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 역할 연기)입니다.

그런데 강사 분께서 설명한 내용 중 하나가 팀 인원의 육성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초보 팀장인 저에게 숙제와도 같았던 인원 육성에 대한 것이라 관심이 컸지만, 이론과 실제는 차이가 크다는 것만 느꼈습니다.

교육 후 답답한 마음에 강사 분을 만나서 우리 팀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하고 물어보니, 저녁식사 후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합니다. 아마 제가 처한 현실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저녁에 별도의 계획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네요.



한참 동안 팀 인원 구성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파래토 법칙]

"생산직, 기술직, 일반직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이중 일반직도 생산직에서 전직한 일반직이 다수이다", "그러다 보니 업무의 수행은 소수의 인원이 다하고, 나머지는 오롯이 한 사람 몫이 아닌 반쪽 정도의 일만 수행이 가능하다", "이렇게 역량이 부족한 직원을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어려움이 많다" 등의 현실 설명을 했습니다. 강사님도 참 특이한 팀임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였고, 한참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사님도 우리 팀은 80:20 법칙(일명 파레토 법칙)을 적용하기에도 너무 비현실적 팀 구성이라고 하네요.


업무 평가 기준

당시에는 업무 역량에 대한 평가를 5단계(S, A, B, C, D)로 구분하여 평가했습니다. 각 등급에 대한 기준은 회사 내 있었지만, 원체 두리뭉실하게 만들어져 있어 별반 도움은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팀의 경우를 가지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100% 사견으로 작성한 것이니 한 번은 걸러서 보시면 좋겠네요.

S: 팀 내 꼭 필요한 존재로서, 자기 일 뿐 아니라 추가 업무도 120% 달성하는 '자기 주도형 팀원'입니다. 생각도 긍정적이고 업무에 대한 개선 방안을 항상 머릿속에 넣어두고, 좋은 방안을 찾아 헤매는 모험가 기질도 있다고 봅니다. 차기 팀장으로 키울 인재입니다.
A: 본인이 맡은 업무는 120% 달성하는 직원으로 항상 목표 이상의 성과를 냅니다. 문제 사항을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업무나 아는 범위 외에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팀 업무 수행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해준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B: 팀의 주류를 이루는 인원들입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100% 달성하지만(100% 달성할 수 있는 계획만 수립합니다) 여기에 만족합니다. 충분히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어도 자발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며 굳이 일을 만들어, 스스로 부담이나 어려움을 만들지 않습니다. 팀장으로부터 지시나 요구가 있을 때만 움직이기 때문에, 계속 업무 관찰과 더불어 적절한 지시가 있어야 합니다.
C: 자기 일도 100% 성과를 내지 못하지만, 본인은 100%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업무를 부풀려 책정하고, 이를 조기에 완성한 후 달성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점이나 개선에 대해 관심이 없고,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부수적인 일을 시키면 당황하거나 어려워하며,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답보 상태여서 많은 코칭이 필요합니다.
D: 미안하지만 팀에 없으면 좋은 존재 또는 있으면 해가 되는 존재입니다. 자기 업무도 못하면서 조직에 대한 불만은 많습니다. 그냥 혼자만 불만이 있으면 되는데 옆 사람까지 사악한 기운을 전파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은 개인적인 것입니다. 희한하게 업무 외 재테크 같은 것은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한 기준을 가지고 우리 팀의 등급별 비율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S는 5%, A는 10%, B는 40%, C는 30%, D가 15%로 정리가 됩니다. 그나마 B를 많이 준 것 같네요.



갑자기 강사분께서 이렇게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팀장님은 팀원들을 어떻게 코칭하고 있거나, 하실 계획이신지요?"

"저는 현재 팀의 전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C, D 등급 인원을, B와 C 등급으로 올리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럼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

"본인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만들고, 각 시점마다 챙겨야 할 일과 진도율을 확인하고, 혹시 미흡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찾았으면, 개선 방안을 수립하여 보고할 수 있도록 지속 코칭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한참을 저를 쳐다보시더니 "아닙니다. 잘못하고 계시네요"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는 잘 안 하시던데... 강사 분들은...

강사 분께서는 "팀장님이 노력하시는 것은 알겠는데... C와 D를 향상하려고 노력하시는 시간과 역량을 A를 S로, B를 A로 성장시키는데 쏟으세요'"라고 하네요.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팀장인데 모든 팀원을 이고 지고라도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보셨던 영화인 바로 'We were soldiers(위 워 솔저스, 멜 깁슨 주연의 베트남 전쟁 영화)'를 아실 것입니다. 리더십에서 단골로 나오는 영화이지요. 저도 족히 3번 이상은 봤습니다.

특히 할 무어 중령(멜 깁슨 분)이 파병 전 병사들과 그 가족 앞에서 하는 연설은 리더십 관련하여 '인구에 회자(膾炙, 사람들의 입에 맛있는 회와 구운 고기처럼 자주 오르내린다는 의미)'되기도 했지만, 저 역시도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거고,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거며,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다 같이 고국에 간다"


아직도 마음속에 울림이 있는 명대사입니다. 저도 리더라면 저래야지 하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강사 분의 말을 듣고 보니 저에게는 안 맞는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무어중령과 같이 행동했다면, 제가 통솔하는 부대는 전멸해서 다 같이 고국으로 못 돌아왔을 것 같네요.

'선택과 집중' 이게 더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교육 복귀 후 A와 B 등급을 선택하고, 이들을 위해 맞춤형 코칭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꿈꾼 데로 100%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빠르게 성장하는 직원들을 봤습니다. 지금까지 혼자서 고군분투하면서 일하였다면, 이제부터는 팀장의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팀의 역량을 빠르게 향상하기 위해서는 A와 B 등급의 인원이 많아야 하고, 그들의 헌신과 피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비록 C, D 등급의 인원은 팀장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따돌림당한다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은 줄 수 없지만 최소한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소소한 배려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팀을 살리는 리더십은 '보편적 지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기 때문입니다.

팀장과 실장업무를 내려놓고 있는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keyword
이전 09화대놓고 문제점 보고하기, 원 페이지 프로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