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군이 망라된 팀 이끌기
저는 대기업, 그것도 제조업을 근본으로 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나 마찬가지지만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에 안 보이는 조직 간 서열이 있지요.
제조업의 경우 기획, 재무, 인사, 총무, 구매, 품질, 교육과 같은 본사 조직과 흔히 공장이라고 불리는 현장 조직 및 고객을 상대하는 판매와 서비스 조직으로 크게 구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구분하는 방식은 전문가들이 하실 테니 전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33년 넘게 하면서 1/3 정도를 팀장과 실장(임원급)으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리고 주 근무분야는 서비스 부문이고요. 대충 짐작은 하시겠지만, 서비스는 크게 주목을 받거나 중요한 부서 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조직입니다(혹시 저희 회사만 그렇다면, 보시는 서비스 분야에 계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제품에 대한 품질문제가 발생하거나 소비자 불만이 크게 불거질 경우, 여지없이 서비스 쪽으로 불통이 튀게 됩니다. 사방팔방에서 연락이 오고, 원인은 무엇인지 대책은 무엇인지 등등.
'지네들이 언제부터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고 ~', '그런 관심이면 진작 조직을 잘 키웠어야지 ~'
서비스는 3D(더럽고 'Dirty', 어렵고 'Difficult', 위험한 'Dangerous') 업종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객과 상대하는 조직이라 힘들고, 윗선에서 알아봐 주지 않아서 또 힘들고, 팀의 역량을 향상하는 것은 더더욱 힘듭니다.
제가 맡은 팀은...
다른 팀에 비해 매우 다양한 구성원들로 만들어진 팀입니다.
흔히 생산현장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생산직, 제품을 수리하는 기술직, 그리고 흔하디 흔한(?) 일반직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일반직 내에도 있습니다. 기존 현장에서 근무하시던 생산직 분들을 일반직으로 전직시켜 팀을 구성한 것이지요. 결국 원래부터 일반직이었던 분은 1/3 정도뿐이었습니다. 이런 구성을 가진 조직은 통상 본사조직에는 없을진대 어찌하다 보니 본사소속으로 되어 있으니 이 또한 묘한 일입니다.
이 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지원하는 소위 글로벌 조직이라는 것이지요. 뭐 해외지원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와 일을 하려면 당연히 글로벌 공통어인 영어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은 아니더라도 해외조직과 원활한 소통은 되어야 하는데, 정말 소수의 인원만 이게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이 소수의 인원이 해외와의 전담 소통 창구로 활용되다 보니, 소수에게 업무량이 집중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왜? 이렇게 구성이 되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아마 초기 팀을 만들 때 일반직들이 하기 힘들었던 기술적인 업무가 있어서 생산현장과 고객서비스 쪽에서 인원을 받아서 구성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흔히들 말하는 업무의 외주화가 진행되면서, 실제로 기술적인 업무는 협력사에서 전적으로 수행을 하고 팀원들은 기획/관리/지원의 업무로 전환이 되었지요.
당연히 업무가 없어진 생산직과 기술직 분들은 현업으로 복귀하였어야 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복귀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현업에서 떨어져 있던 분들은 다시 복귀하기가 두려워진 상황이 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인사부문에서 노조와의 협의 하에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이를 올바로 잡으려고 하거나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한 이유는...
첫째로, 이런 특이한 조직의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우선순위에서도 하위인 데 신경 쓸 생각도 없었으니 '뭐 대충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컸을 겁니다.
둘째는, 생산직과 기술직 분들이 가입한 노조와의 협의 어려움 및 충돌 우려로, 상대하기 부담스러워서 일 것입니다. 그냥 놔두는 게 속편 하다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던 이렇게 다양한 직종이 혼재되다 보니, 조직을 리딩하는 팀장으로서는 업무의 부담 외에 팀원들 간의 조화 또는 상생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팀장의 역할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관심이 없는 팀이라도 목표는 수립하고 이를 달성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팀을 윗선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열심히 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팀원들의 사기도 오르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도전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업무성과를 보여야 하는데 관심 밖의 팀이 기존업무를 120% 달성했다고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뭔가 눈에 띄는, 관심을 가질만한 새롭고 혁신적인 일이 필요해졌습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본사 조직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보고서를 식빵 찍듯이 만들어 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맛있어 보이는 그럴 듯 한 식빵을(이상주의 적인 보고서를 ~).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제가 맡은 팀은 서비스 조직이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본사소속으로 되어 있어, 본사조직이 만드는 식빵(?)을 저희도 찍어야 했습니다.
뭐가 없으니 밀가루와 효모 대신 잘 안 부푸는 통밀이나 호밀 같은 것을 억지로 치대면서 식빵 비슷한 것을 만들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위쪽에 시식을 시키기는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림자 취급을 면하고, 신규 인원의 충원이나 재정적 지원을 받을 기회가 생기니까요.
딱 '우는 아이 젖 준다"라는 속담과 같습니다. 안 울면 배부르고 등 따시고 잘 자는 줄 압니다.
어떻게 모래알 같이 파편화된 집단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까요.
아니 통합은 안되어도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떻게 보고서를 양산하는 본사조직과 같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우리만의 특화된 보고서라도 만들어 팀의 존재감을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신입직원도 받을 수 있고, 신규 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적을 테니까요.
결국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그 좌충우돌했던 초보팀장부터 실장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이 날 때마다 풀어나가려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