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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내 Aug 09. 2024

학부모 참여수업 후 타이레놀 한 알 <후속 편>

 그 뒷이야기

며칠간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는 숙제를 안고 지내는 기분이 들었다



유치원에 전활 했고 담임선생님과 첫째 일로 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오후 3시경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현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학부모 참여수업을 다녀와서 마음이  않아서 면담을 좀 하고 싶어서요.."


"어머니 안 그래도 그러실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보는 모습이 현이의 유치원에서 보이는 전부는 아니에요."



선생님도 그날 현이의 행동과 내 표정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을 하셨던 것 같다


선생님과의 통화 후 나는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일말의 희망까지도 싹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담임과의 애착이 전혀 생성되지 않은 상태였고,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달리 아이들이 많다 보니 적응을 하면 하는 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냥 그렇게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며 흘러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신학기를 입학하고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친구들과는 놀이도 하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쑥스러움이 많고 적응이 오래 걸리는 아이라 그 과정에서 받았을 스트레스와 FM적인 성격이 강한 아이라 유치원의 규칙들을 스스로 지켜내지 못하면 혼날 거라고 생각해서 유치원이라는 곳은 자기를 너무 힘들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동안 첫째가 유치원을 너무 가기 싫어서 아침에 엄마와 헤어질 때마다 힘들어했던 것도, 일주일에 한 번씩 밀려서 올라오는 활동사진들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불편했던 것도 하나씩 조각이 맞춰지는 듯했다





남편은 여전히 출장 중이었고 전화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금까지도 담임과 애착이 안되었는데 유치원을 계속 보내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분명 숲 유치원인데 한 학기 동안 숲은 딱 한번 갔고 기다리던 숲에 가는 날 우리 현이는 수족구로 결국 단 한 번도 숲을 가지 못했다. 유치원을 보내며 혜택을 본 게 단 하나도 없다는 남편말에 수긍이 되었다.



여름방학을 3주 남겨두고 갑자기 환경을 바꾸면  또 새로운 곳에서 적응할게 걱정이긴 했지만, 동생도 있고 무엇보다 아파트에서 함께 노는 친구가 그 어린이집을 다니니 적응은 잘할 거라고 판단되어 동생과 같은 어린이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현아~ 유치원 가기 힘들면 동생이랑 같이 어린이집 갈까?"


"싫어!! 그냥 꾹 참고 다니면 돼"


뭐야 이 어린 게 참긴 뭘 참는다는 건지 속 터진다 진짜 그래도 본인이 유치원에 다니겠다고 하니 유치원 퇴소 이야기는 쏙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고 하원을 하는데 담임선생님이 나오셨다. 두 눈이 동그래져서 물어보신다


"어머니~ 혹시 현이 어린이집 가요?"

"네?!"


아침에 등원해서 원감선생님께 다음 주부터는 동생 어린이집으로 간다고 했단다

허허허

엄마인 나한테 말 한마디도 안 하고 먼저 질러버려서 나도 적잖이 당황했다



그렇게 현이의 유치원 퇴소 어린이집 입소작전이 시작되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적응이 오래 걸리는 아이라 유치원 하원 후 어린이집에 가서 30분씩 적응 프로그램을 이틀 가지고(원장님의 배려로) 다음 월요일부터 어린이집으로 등원했다 이곳도 학군지의 국공립 어린이집이라 그런지 프로그램이 알차고 정말 만족스러웠다.



정식 등원하는 첫날 KBS방송국 초청으로 방송국 견학과 뉴스촬영까지.. 처음 간 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든 덕에 생각보다 더 어린이집에 빠르게 적응했버렸다




벌써 TV에도 나오고 출세했다 아들




매일 등하원 시 담임선생님의 볼뽀뽀와 진한 포옹을 보면 감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마음이 편해졌는지 훨씬 안정적이고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의 첫 어린이집 경험 때문이다. 코로나로 집에 끼고 있다가 둘째 출산 때문에 첫째를 3살에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가자마자 코로나 걸리고 각종 감기는 싹 다 걸려서 신생아가 있는 집이라 동생까지  옮을까 봐 한 달에 1주일도 등원을 못 시켰다.


그런데 그 일주일에 똥기저귀를 2번 차고 왔면 말 다한 거겠지..





유치원 그게 뭐라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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