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장 특별한 날은 언제인가요?
나는 요즘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주 수업에서 강사가 나에게 물었다. ‘When was your perfect day?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Every ordinary Sunday is my perfect day.’ 세 식구 함께 교회를 가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아이 낮잠을 재우고, 아이가 깨면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보통의 일요일이 나의 Perfect day라고 대답했다(참고로 우리 아이는 현재 17개월이다). 그리고 강사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어떤 날이 Perfect day였나요? 나는 취업 후에 부모님과 함께 보낸 주말들이 Perfect day라고 대답했다. 직장을 갖고 평일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앞으로 내 삶에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리 충분하진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부모님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했다.
나의 짧은 영어로는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기에 한글로 나의 Current Perfect day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적어 보겠다. 아이의 기상과 함께 분주한 아침이 시작되며 간단한 아침을 먹고 교회를 간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지난 한 주를 반성하고 새로운 한 주를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함께 점심을 만들어 먹고, 이후 아이는 낮잠에 든다. 아이가 자는 동안 나와 아내는 오아시스 같은 개인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깨어나면 잠깐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와 아이를 씻긴 후에 아이 저녁을 먹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이를 재운다. 아이가 자고 나면 나와 아내는 저녁을 먹고 각자의 시간을 갖다가 자정이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든다.
나는 왜 Perfect day가 언제인가 라는 질문에 이런 평범한 하루를 떠올렸을까? 그건 아마 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나의 심리상태가 행복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나였다면(아마 20대나 30대 초반까지도) 같은 질문에 대해 과거의 어느 잊지 못할 특별한 날, 혹은 기대하며 바라는 미래의 어느 순간을 나의 Perfect day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 되었다. 왜 그럴까?
나는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20대 때 꾸었던 꿈(직업)은 이미 멀어졌지만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며 살고 있으며, 새로운 꿈을 갖고 이를 이루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8년 정도 되었으며, 몇 번의 지인의 죽음을 경험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가끔은 아쉽다. 젊음이라는 것이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지인이 세상을 떠나는 경험을 가끔 하게 되는 현실들로 인해 나는 '보통의 행복'을 중요시하게 된 것 같다. 주어진 환경과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소하지만 위대한 행복, 지금의 나는 이 보통의 행복이 참 좋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나는 적당한 계획과 적당히 신중한 선택 하에서 강물 같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되, 그 안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나그네의 마음가짐이 인생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곧 40대에 접어들 나의 삶에 대한 철학이자 가치관인 것 같다. Perfect day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의 근간은 아마 이런 생각들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너무 감사하게도 이 글을 읽어주는 그대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When was(is) your Perfect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