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어리버리

베트남 친구들은 모두 정보통

by 김동해

정보통, 베트남 아가씨 칭루

신입생 때는 누구나 다 좀 어리버리한 느낌이 있는데, 나는 좀 특별히 그랬던 것 같다.


베트남 아가씨 칭루는 동긴데, 첫 학기에는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나는 나이가 많아 눈에 띄었고, 그녀는 뭘 해도 분주해서 눈에 띄었다. 그녀는 매번 지각을 해서 허둥댔고, 제출일이 지나서야 숙제가 있었던 걸 기억해 내고, 뻑하면 연구생 단체 Line에 "이것도 안 돼요, 저것도 안 돼요. 어떻게 해요?"하고 도움을 청했다. 나는 칭루를 보며 나보다 더 어리버리한 학생이 있다는 것에 적잖이 안심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주임교수가 수업시간에 연구생들에게 학과에 요구할 사항이 있으면 제의해보라고 시간을 줬을 때, 그녀는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 모든 해외실습이 대만 국적의 학생들에게 주어지는데, 외국인 학생에게도 기회를 줄 수 없느냐는 제의를 했다. 나는 모든 해외실습이 대만 국적의 학생에게 주어지는 줄 조차 몰랐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어제 미국에서 막 돌아온 선배의 해외실습 경험담 강연에 참석했었더랬다, 나도 언젠가 가게 될지 모르니까 하면서.

참고로, 해외실습 제도는 해외에 대만 중국어 교사를 파견하는 제도다. 실습생의 신분으로 파견되는데, 실습생이라도 월급이 있다. 월급은 대만정부와 교사를 요청한 해외 측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교사를 파견해 보내주면서 대만정부가 왜 월급의 일부를 부담하느냐 하면, 이게 대만을 알리는 대외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바로 문화이기 때문에, 대만의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대만을 해외에 알린다는 것과 같다. 그러니, 정부는 돈을 들여서라도 적극적으로 파견하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하고 있다. 대만보다 더 전투적으로. 코로나19 이후로 중국 측 교사를 받지 않고, 대만의 교사를 요청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학과조교는 날마다 날마다 해외실습교사를 구한다는 메일을 보내온다.


정보통, 베트남 아가씨 진리엔

진리엔(金蓮)이 정음(正音) 시험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나의 멍청함에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녀는 정음수업을 수강했는데, 학과에서 개설한 것이 아니고, 교수 개인이 개설한 것이라, 학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누가 개설했던 개설되어 있으니 선택한 것인데,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으냐고 주임교수에게 따져 물었다.

"진리엔, 넌 그 이상한 과목을 왜 수강한 거야?" 수업이 끝나고 내가 물었다.

"졸업하려면 정음수업을 이수하거나, 정음시험을 합격해야해. 시험보다는 이수가 쉬울 것 같아서 들었지."

"정음시험이 뭔데?"

"중국어 발음 시험."

이건 또 무슨 소리? 난 금시초문이다. 이게 졸업 조건 중에 하나라고? 왜, 아무도 내게 이런 걸 안내해주지 않은 거야?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애들은 다 알고 있다!


또 다른 놀라운 소식도 진리엔이 전해줬다. 그녀가 하는 말이, 중국어 교재 한 권을 써도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을 안 써도 졸업할 수 있다고? 학과 모임 때 아무도 그런 말 안 하던데?"

자기는 화요일 오후에 있는 전업화어문교재연구(專業華語文教材研究) 수업을 듣는데, 천(陳) 교수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막 통과된 안이라며, 이전에는 없었고, 올해부터 가능하다고. 천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3개 과를 만들고, 교수가 오케이 하면, 다시 7개 과를 만들어서 총 10과의 교재를 만든단다. 그런 후에, 교수님과 출판사 관련자를 모셔놓고, 교재에 관한 설명회를 하게 되는데, 교재가 괜찮으면 당장 출판에 들어가기도 한단다. 한편, 졸업의 조건을 갖추면서, 한편 돈이 될 책을 만들어 낸다? 이런 환상적인 졸업 조건이 있나?

"윈지아,나, 오늘 기쁜 소식을 들었어. 그거 알아? 졸업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논문 쓰는 거고, 다른 하나는 중국어 교재를 만드는 거래. 나, 교재는 한 권 만들라면 만들겠는데, 논문 쓰는 건 정말 자신 없었거든. 그런데 왜 이런 멋진 소식을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은 거래?"

"정말? 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윈지아가 모니카를 붙들어 세운다.

"모니카, 모니카, 동해가 막 그러는데, 교재를 한 권 만들어도 졸업할 수 있대."

"그럴 리가. 주임교수가 그런 말 한적 없잖아. 동해, 그런 소식을 어디서 들었어?"

"내 베트남 친구가 그러던걸. 교재 설명회 때 출판사 사람도 와서 듣는데, 괜찮으면 출판도 한대."

"아, 그건 어디서 듣긴 한 거 같다. 하지만, 그게 졸업 논문을 대신한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진리엔이 보여줬던 사례 교재가 인도네시아어로 쓰인 중국어교재였고, 진리엔이 너는 한국어로 중국어교재를 쓰면 된다고 했으니, 어쩌면 이 졸업 방식은 외국인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다! (훗날 알게 되는데, 이 정보는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렸다.)


졸업을 위해 알 필요가 있는 유용한 정보들은 대부분 베트남 친구들로부터 얻었다. 대만에 있는 한국인들은 서로 만날까 두려워하며 좀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면, 베트남 사람들은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뭉쳤다. 모이다 보니 정보도 많았다. 어리버리한 내가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다 베트남친구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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