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가 혼자 잘 때 생기는 일
혼자 쓰게 된 4인실
집주인이 욕실수리를 하는 동안 그가 운영하는 다른 셰어하우스(Share House)로 옮겨가서 지냈다. (그는 나보다 한참 어린데, 타이베이에 무려 1개의 유스호스텔, 5개의 셰어하우스를 갖고 있다. 욕실 수리는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욕실수리가 끝나고 나는 다시 원래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전에 같이 살던 대만아가씨들은 모두 다른 집을 찾아 이사를 나가버렸다.
이 연립주택은 방이 세 갠데, 1개는 2인실, 2개는 4인실이다. 집주인은 새 단장하고 셰어하우스를 재오픈하면서, 이번에는 남자 입세자도 받기로 했다. 그의 경영 경험에 따르면 여자들끼리 살면 더 더럽고 더 시끄럽다는 것이다. 남자가 섞여 있으면 여자애들이 좀 조신해진다면서. 4인실 하나가 남자방으로 배정됐다. 내가 돌아갔을 때, 남자 세입자 둘이 먼저 입주해 있었고, 집주인이 새 여성 입주자를 찾는 동안 나는 혼자 4인실 방을 쓰게 되었다.
나는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일부러 셰어하우스에서 사는데, 내게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건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어두운 것에, 혼자라는 것에 겁이 좀 덜 났다. 깨끗하게 단장한 집이 주는 기분 좋음이 내 어둠을 덮어버렸나? 원조관(溫州舘)의 룸메이트들이 이래저래 다정하게 대해 준 것이 약이었나? 이불을 '껴안고 자기'를 시작하면서 어린 시절 결핍된 애착이 스스로 채워졌나? 겁이 많은 사람은 어린 시절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심리학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뻬이커슈(貝克書)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건전한 연애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워서, 아침에 일어나면서 하는 기도에 네 번째 항목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 것이 나의 정신 태도를 바꿔서? (뻬이커슈는 전문적으로 연애를 가르쳐주는 유튜브 채널이다.)
빈 침대에서 들리는 숨소리
무섭지 않아서 첫 며칠은 참 좋았다. 괜히 미스터리 수사물을 봤나 보다. 어째 조금씩 무서워졌다. 중드 '법의학진명지무성적증사(法醫秦明之無聲的證詞)' 는 법의(法醫) 학자 진명(秦明)이 주인공이니, 어떤 화면들이 주로 나올지 알만하지?
피곤해서 더는 못 보겠다 싶을 때까지 유튜브 영상을 보다 겨우 잠들기를 며칠째. 어디서 누군가 쌕쌕 숨을 몰아쉬며 잠자는 소리가 들렸다! 나 혼자 뿐인 방에서 이건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가 싶어, 신경을 곤두 세우고 다시 들어보는데, 내 위층 침대에 누가 자고 있는 것처럼 숨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들어도 숨소리가 맞다.
'악! 이건 뭐야?'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정신을 바짝 차리자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역시, 꿈을 꾼 건가 보다. 그러다 또 깜빡 잠이 들면 또 숨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린 지 벌써 3일째다. 내 숨소리를 듣고 놀란 것은 아닌가 싶어서, 어젯밤에는 숨소리가 들렸을 때, 가만히 호흡을 멈췄다. 난 숨을 꾹 참고 있는데도 숨소리가 났다.
'거봐, 내 숨소리가 아니잖아.'
더는 혼자는 못 자겠다. 빨리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라고 집주인을 재촉했다.
나는 겁이 많다
응, 나는 겁이 좀 많다.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일부러 셰어하우스에서 산다. 친구들은 내가 열 명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에서 산다고 하면 '헉!' 하는 표정을 짓는다. 한 때는 14명이 함께 살기도 했다. 나는 룸메이트가 있어야 편안하게 잔다. 명절에 다 고향집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 자야 하는 날이면 불을 켜놓고도 긴장해서 자다 깨다 하는 피곤한 잠을 잔다.
대만 입국 때, 격리호텔에서 2주간 격리했었어야 했을 때, 나는 무서워서 미쳐버릴 뻔했다. 등이 쨍하고 밝지 않은 욕실에서 샤워를 할 때면, 중드에서 언젠가 봤던, 욕실에서 피를 튀기며 살인하던 장면이 떠오르며 등골이 써늘해졌고, 두 개의 싱글침대가 놓인 넓은 방을 배정해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빈 침대를 옆에 두고 잔다는 게 뭔가 무서웠다.
'나는 룸메이트가 필요해.'
네가 범인이었구나!
드디어 새로운 룸메이트가 이사해 왔다.
"샤오칭(小晴), 내가 너한테 하나 알려줄 게 있는데."
"뭐?"
"너 혼자 이 방에 있을 때 잘 들어봐. 어디서 숨소리가 나."
"엉?"
샤오칭은 하늘하늘 연약하게 생겼는데, 겁은 하나도 없다. 내가 겁이 많아 '숨소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기다려봐 샤오칭, 너도 며칠 지내보면 숨소리를 듣고 말 테니.'
며칠 지나 정말로 샤오칭도 그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네가 말하는 숨소리 같지는 않던데? 좀 비슷하긴 했어."
"그럼 넌 그게 무슨 소리라고 생각해?"
"나도 모르겠어."
이제 숨소리를 들은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다. 샤오칭도 들었다고 하니 어째 좀 겁이 덜 났다.
어느 날, 우리 둘은 함께 그 소리를 들었다. 몇 날 며칠 그 숨소리의 원인을 궁리했다. 소리는 지속적으로 나는 것이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나서 '어느 쪽에서 나는 소리지?'하고 귀를 기울일라치면 사라져 버렸다. 우리 방에서 나는 숨소리가 이제 농담거리가 되어갈 즈음에 드디어 범인을 잡았다.
"이거 에어컨에서 나는 소리 같지 않아?"
"아!!! 그런 것 같아."
구닥다리 에어컨이 습기를 호수 뒤로 빨아 넘기는 소리였다. 그 후로도 에어컨은 '나 오래돼서 돌아가가 너무 힘들어'하는 소리를 쉭쉭하고 냈지만, 더 이상 숨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이제 '어, 에어컨을 켜놨구나'를 알게 해주는 소리가 되었다. 겁먹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요상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