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단원(好團圓, 2024)

by 김동해

방영 횟수 : 36화

감독 : 료똥(劉棟[liúdòng])

여주 : 바아바이흐어(白百何[báibǎihé]), 리춘(李純[lǐchún]), 왕위원(王玉雯[wángyùwén])

남주 : 쟝타오(章濤[zhāngtāo]), 천흐어(陳赫[chénhè]), 위진웨이(于謹維[jǐnwéi])


이 드라마는 한 가족 세 자매가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서술하는데, 각 가정에 갈등을 집어넣어서, 신세대 여성들이 삶의 풍운에 맞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 여자에게가 아니라, 세 자매라는 설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식 가족의 포용과 따뜻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데, 이 사건들이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로 한 가정에서 일어난다면 집안이 좀 풍비박산 나는 느낌일 것 같다.

이 드라마, 랑랑(朗朗)의 소설 '<여신적당타지년(女神的當打之年)>을 원작으로 한다.


여자를 수단으로 삼는 남자

샹(向)씨 집안의 첫째 딸 샹치엔(向前)은 두 아이의 엄마인 이혼녀의 신분으로 박사 공부를 하고 있던 까오핑(高平)과 결혼을 했다. 결혼 생활 5년 동안 샹치엔(向前)은 남편 까오핑(高平)이 자기 핏줄이 아닌 두 아이에게 살가운 아빠가 되어주고, 직업 전선에 나가 있는 그녀를 대신해 기껍게 집안을 돌봐주는 온화하고 다정한 남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까오핑(高平)의 이기적이고 비열한 면이 서서히 드러난다.

까오핑(高平)은 일하는 것보다 학교에 남아 연구하는 것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서 박사 공부를 하는 동안 경제적 보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치엔(向前)과 결혼했고, 전업가정주부처럼 살며 부인이 벌어오는 돈으로 산다. 졸업이 가까워왔을 때, 자신의 첫 번째 학위가 너무 낮아서 학교에 남아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해외유학을 통해 길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앞 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원 원장의 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 여자와 유학길에 오르기 위해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도록 교묘히 유도한다. 어떤 비열한 방법으로 아내 입에서 이혼하자는 말이 나오도록 조정했는지는 드라마를 직접 보시길.

까오펑(高平)의 결말은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되어 조금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그의 인격의 꼴사나움을 표현해 주기에는 적합했던 것 같다.


이혼하고 나서야 철드는 남자

둘째 딸 샹중(向中)은 남편 하이양(海洋)과 늘 투닥거리다 결국은 이혼한다. 샹중(向中)은 남편이 날마다 후배들이랑 술이나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는 씻을 줄 모르고, 철밥통 일자리에 그냥 만족하며 사는 모습을 견딜 수 없었다. 이혼하는 과정에서 막무가내 시어머니도 이혼의 한 요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상중(向中)의 부모가 사준 집으로, 누가 봐도 샹중(向中)이 가져가는 것이 맞아 보이는데, 이 막무가내 시어머니는 자기 아들한테 이 집을 넘기고 빈 손으로 나가라고 우긴다. 그리고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이 집을 두고 분쟁을 하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거실 외에는 못 쓰도록 문을 다 잠가 버리고, 시어머니는 며느리 방 앞에 벽돌을 쌓아 막아버린다. 이런 장면은 상당히 과장스러워서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면 외면받겠지만, 중국 드라마에는 종종 등장한다. 아마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드라마가 이런 장면을 써먹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샹중(向中)의 남편 하이양(海洋)은 사실 마음은 곱다. 상중(向中)에 대한 애정도 가실 줄 모른다. 다만 자기 아들만 최고인 줄 아는 엄마의 받듬 속에서 자라 철이 좀 덜 들었을 뿐이다. 결말에 가서는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관계가 된다.


아내가 꽃병이길 원하는 남자

셋째 딸 샹난(向南)은 친딸은 아니고, 친부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려, 친부모의 친구인 샹(向)씨 집안에 입양되었다. 샹(向)씨 집안에서는 샹난(向南)을 특별히 더 사랑하고 잘 돌봤기 때문에, 그녀는 순수하고 마음씨 바른 아가씨로 성장한다. 그녀는 유기견을 돌보는 봉사활동에서 기업 CEO 홍빈(宏斌)을 만나는데, 이 남자 또한 고아출신인 것에 마음이 기울어 짧은 시간 사귀고 결혼한다.

홍빈(宏斌)은 사업 방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사업을 빠르게 키워나가게 하는 이런 성격이 가정으로 옮겨와서도 똑같이 발휘될 때, 얼마나 겁나는 일이 되는지..... 홍빈(宏斌)은 자기 주변 사람들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고 든다. 어린 부인 샹난(向南)은 직업이 유리공예 예술가인데, 뭔가를 창조해 내는 예술가 마인드를 가진 그녀로서는 홍빈(宏斌)의 이런 통제욕은 숨통을 조으는 것과 같아 견딜 수 없다. 나는 소싯적에 부잣집에 시집가서 아무 일도 안 하고 한량하게 사는 걸 꿈꾼 적이 있는데, 셋째 딸 샹난(向南)의 결혼생활을 보면서, 부잣집에 시집가서 부잣집 마나님 행세를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지옥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 나쁜 남자들의 결말을 너무 비참하게 그렸는데, 홍빈(宏斌)의 결말도 예외가 아니다. 홍빈(宏斌)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샹난(向南)에게 가정폭력과 부부강간까지 자행하면서도, 샹난(向南)의 이혼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 샹난(向南)은 이혼을 위해 홍빈(宏斌)에게 불리한 증거를 수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홍빈(宏斌)의 전처 손에 있던 증거를 얻게 된다. 그 자료는 홍빈(宏斌)의 세금 탈루와 토지 불법 양도 등에 관한 것을 담고 있어, 그는 결국 여러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세 결혼 생활 중 어느 것이 제일 견디기 힘들어 보이나? 남편의 배반? 남편의 철없음? 남편의 통제? 나는 단연 남편이 부인을 통제하려고 드는 결혼생활일 것 같다.


내가 몰랐던 중국, 상하이(上海) 근교 도시, 쿤산(昆山)

드라마에서 첫째 딸 샹치엔(向前)은 상하이(上海)에 살고, 둘째 딸 샹종(向中)과 부모님은 쿤산(昆山), 셋째 딸 썅난(向南)은 쑤조우(蘇州)에 산다. 이들은 매주말 부모님 집에서 저녁식사 모임을 가진다. 드라마에서는 이 세도시가 자가용으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라 쉽게 왔다 갔다 하고 출퇴근도 가능한 정도의 거리라고 느껴지게 서술하고 있다.

쑤조(蘇州)는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상하이 근교의 아름다운 운하도시로 등장해서 알고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주로 회사에서 단체 야외활동을 가거나, 연인들이 1박으로 놀러 가는 낭만적인 도시로 나온다. 운하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들어선 옛 가옥들이 잘 보전된 모습은 참 운치가 있어 보였다. 나는 쑤조(蘇州)를 가보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자주 봐서 가본 듯한 기분이다.

쿤산(昆山) 또한 상하이에서 멀지 않은, 쑤조(蘇州)같은 느낌의 운하도시다. 상하이에서 한 50km쯤 떨어져 있다. 상하이와 쑤저우(蘇州)가 대도시급이라면, 쿤산(昆山)은 시골급인데, 시골치고는 제법 많은 외국 기업이 입지 하여, 중국 내에서 경제적으로 제법 성공한 시골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8694a4c27d1ed21b0ef41dc21936cac451da81cb91c6.heic

.

keyword
이전 29화사밀낭만(私密浪漫,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