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해 Nov 04. 2024

사밀낭만(私密浪漫, 2024)

방영 횟수 : 32화

감독 : 진쑝하오金雄豪[jīnxióngháo]

여주 : 쨩지아닝(張佳寧[zhāngjiāníng])

남주 : 웨이져밍(魏哲鳴[wèizhémíng]0


    이어서 티엔총쥐(甜寵劇, 달달한 드라마)를 한편 더 소개한다. 

    이 드라마는 輕黯의 소설 <辦公室隱婚, 사무실 비밀결혼>을 원작으로 한다. 현대 도시 남녀가 10년 후 우연히 만나, 여차저차 덜커덕 먼저 결혼부터 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건 여주의 입장에서 그런 것이고, 사실 남주는 여주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다. 

    

    만나자마자 후다닥 결혼하는 것을 쌴훈(閃婚[shǎnhūn], 초고속 결혼)이라고 하는데, 티엔총쥐(甜寵劇)를 이끌어가기 위한 이런 설정이 너무 터무니없이 보이지 않기 위해 이 드라마가 깐 배경은 이렇다. 투샤오닝(涂筱檸[túxiǎoníng])의 눈에 상대 남성은 자기의 조건으로는 바랄 수 없는 이상적인 결혼 상대고, 지위헝(紀昱恒[jìyùhéng])의 눈에 상대 여성은 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의 어두운 순간을 극복하게 해 준 한 줄기 빛 같은 존재로  그의 바위위에꽝(白月光[báiyuèguāng],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바위위에꽝(白月光)은 '감동의 중국어' 29화 참조.)

     이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 , 남주가 여주의 상사로 부임해 오게 되면서, 남주와 여주는 신혼부부가 되는 것 외에,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의 이중 관계가 된다. 드라마는 '결혼 먼저, 그러고 나서 연애'의 달달한 러브라인에  '사무실 비밀 연애'의 짜릿한 러브라인을 더했기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다. 


개성 없는 남주, 선량할 것 같은 여주

    나는 사실 이 남자 배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개성도 없고, 무게감도 없고, 연기도 딱히 뭐 그렇고, 잘 생겼다고 하기도 좀 그렇고. (나는 개성 없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탄 듯한 사람을 굉장히 싫어한다.) 여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개성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는 이 남자는 빠따오종차이(霸道總裁,횡포한 CEO) 역으로 자주 나온다. 나, 사람 보는 눈이 너무 없나? 감독들은 그에게서 뭘 보길래, 뻑하면 빠따오종차이(霸道總裁) 역을 맡기는지는 모르겠다. 

    여주는 한눈에 딱 '여주인공 감'이라고 할만한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선량한 역을 맡아 연기를 할 때, 그 선량함이 그녀 자신의 것인 양 너무 잘 어울려서 호감이 간다. 

결혼 먼저, 후에 사랑하는 러브라인

    한 집에서 지내야 달달한 라인을 엮어내기가 쉽기 때문인지, 여행을 떠나 함께 머물게 된다든지, 회사 단합대회에 함께 참석한다든지, 사기를 당해서 하나의 집에 둘이 세 들게 되었다든지 하는 설정으로 남주와 여주를 한 공간에 묶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드라마들이 아주 많다. 이런저런 설정들이 식상해져서 그런지, 근대 중국 드라마에는 대놓고 결혼부터 하고 한 집에 살면서 달달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식의 설정이 꽤 많이 등장한다. 


    '결혼 먼저, 후에 사랑'의 러브라인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내는 달달한 드라마를, 내가 끝까지 재미있게 본 것만 몇 추천하면 이렇다.(순서는 재미순이 아니다.)

    첫째, <보스가 결혼하재요 1탄(奈何BOSS要娶我, 2019)>은 좀 막장인데, 달달해서 그냥 끝까지 보게 된다. 남주와 여주 둘 다 그다지 지명도 없는 배우인데, 1탄 평점이 꽤 좋았기 때문에 이어서 2탄이 나왔다. (하지만, 2탄은 1탄에 좀 못 미치는 듯.) 얼마나 막장스러운지 한번 들어볼 텐가? 배우가 직업인 여주가 백혈암에 걸려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소속사의 CEO, 즉 남주다. 하늘 같은 보스는 말단 배우의 간곡한 청원에 조건을 하나 내거는데, 수술하기 전에 결혼을 하자고 한다. 여주는 골수를 기증받기 위해 가짜 결혼을 승낙한다. 사실은, 남주가 2년 전 우연히 만난 여주를 남몰래 흠모하다가 여주의 검사결과를 조작해서 여주가 자기한테 매달리게  다음 본인이 원하는 결혼을 한다는 스토리다. 


    둘째, <사랑의 28법칙(爱的二八定律, 2022)>. 여주는 일에만 몰두하는 싱글 변호사인데, 부모님으로부터 심한 결혼 압박을 받아 부득불 남주를 만나게 된다. 남주는 금융투자전문가인데, 그 직업에 회의를 느껴 일을 그만두고 번듯한 직업 없이 자기 전문지식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생활비를 벌어가며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남주와 여주는 둘 다 비혼주의지만 부모님의 잔소리가 성가셔서, 계약을 맺고 민정국으로 달려가 결혼증을 받고 합법적인 부부가 된다. 그런 후에 여러 사건을 겪으며 둘은 차츰 정이 들고 정말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셋째, <일생일세 (一生一世, 2021)>. 이 드라마는 전생 편과 현생 편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일생일세(一生一世)는 현생 편이다. 전생 편을 안 보고 현생편만 봐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여주는 목소리 연기가 탁월해서 온갖 상을 휩쓰는 미녀 성우다. 남주는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고 과학연구만 하는 화학교수다. 둘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여주는 드라마 성우로 연기하면서 극 중 인물인 '조성천(周生辰[zhōushēngchén])'에게 특별한 느낌을 갖고 있던 차에, 누군가 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는다. '조성천(周生辰)'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봤더니, 언젠가 알고 지낸 것처럼 그녀의 가슴을 흔든다. 그녀는 그에게 달려가 친구가 되고 싶다며 연락처를 묻는다. 남주는 휴대전화가 없어서 두 사람은 '이메일 온라인 연애'를 시작한다. 

    남주는 몰락해 가는 자수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문이 정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했다. 그래서, 세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여주에게 프러포즈를 하게 된다. 여주는 전생에 그를 사랑한 잠재의식이 있기 때문에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결혼을 허락한다.  



    중국 드라마에서 쌴훈(閃婚, 초고속 결혼), 쌴리(閃離, 초고속 이혼)의 스토리가 그다지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중국의 결혼문화와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현대 중국에서의 결혼은 '결혼식을 올린다'가 아니라, '민정국에서 가서 결혼 등록을 한다'가 결혼이다. 물론 중국도 결혼식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랑 그 순서가 다르다. 우리는 결혼식이 먼저고, 혼인신고가 그다음이잖아? 바쁘면, 혼인신고를 차일피일 미루기도 하고. 

    '결혼식'을 결혼으로 생각하는 한국인에게, 결혼을 한다는 것은 결혼식장을 물색하고, 청첩장을 보내고,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등등 아주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로 여겨지지만, '결혼 등기'를 결혼으로 생각하는 중국에서는 서류 몇 장만 갖춰들고 민정국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아주 간단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쌴훈(閃婚), 싼리(閃離)가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생활의 모습이 드라마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지.


참고 :

1. https://tw.news.yahoo.com/10部高糖「先婚後愛」甜寵陸劇!《私藏浪漫》《遇見你的那天》好看,這部甜到一集入坑-133250961.html

이전 28화 사부득성성(捨不得星星, 20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