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가기 위한 환승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날씨: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르거나, 비행기만 타고 있어서 알 수 없었거나
일정: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
18일 인천에서 출발,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 19일 파리에 도착하는 비행기다. 모스크바까지 11시간 걸린다. 하는 것 없이도 11시간은 잘 흘러간다. 화장실 가느라고 딱 한 번 일어났을 뿐이다. 여행지에서 어떤 곤란을 만날지 모르기 에너지를 아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는 먹고 자고, 먹고 잤다. 생장에서의 1박까지가 걱정이다. 그다음부터는 걱정도 안 한다.
저녁에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환승을 위해 공항에서 14시간을 대기한다. 공항에서의 14시간은 비행기에서의 11시간보다 배는 길게 느껴졌다. 책 한 권 가져오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했던지. 잠이 쉬 들어줬더라면 그렇게 지겹지도 않았겠지만 구석구석 에어컨 바람이라 추워 잠을 잘 수 없었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단 추워서, 또 시간이 너무 안 가서 햄버거를 사 먹는다. 러시아 화폐 단위로 되어있어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카드를 긁는다. 거의 마지막 날에 급히 만든 카드가 없었더라면 곤란했을 것이다. 뭘 사 먹을 러시아 화폐가 없다는 것에 배는 갑자기 고파질 것이고 여행 첫날부터 허기의 고통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허기를 면케 해준, 최초의 내 명의의 카드에게 감사를!
모스크바 공항에는, 환승을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하는 사람들이 누워 잘 수 있도록 일부러 만들어둔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양탄자가 깔린 바닥을 마련해두고 있다. 히피스런 젊은이들이 침낭까지 꺼내 여기저기 드러누워 곤히 자고 있다. 나는 의자에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지만 에어컨 바람을 피하자니 좀 피곤해진다. 나도 눕고 싶다. 이리저리 다니며 여기 누울까, 저기 누울까 궁리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남들에게는 너무도 잘 어울려 보이는 것이 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어색하다. 어쨌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통로 바닥에 누워야 하는 것이니까 지하철역의 노숙자 같달까. 단정한 동양인인 나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첫날, 최고로 힘들다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해!' 용기를 낸다. 아니 피로가 도왔다. 배낭을 베개 삼아 나도 바닥에 누워 잤다.
뒤척이다 불편해진 귀걸이를 빼 바지 호주머니에 잘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잃어버리고 만다. 귀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으러 갔을 때는 내가 누웠던 자리에 다른 자가 누워 있었다. 곤히 자는 그를 깨울 수 없어, 귀걸이를 잃어버리기로 한다. 무려 18K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