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철이와 함께 산책할 때마다 수철이가 내게 묻는 것만 같다. 공간에 대한 나의 자유는 왜 너의 허용 범위 안에 있는가. 내 세계는 왜 좁은 집과 연트럴파크가 전부여야 하는가. 바깥 세계를 보고 싶은 내 마음은 왜 너의 여유시간이라는 조건 안에서 충족될 수 있는가. 왜 나는 가고 싶은 곳과 달려들고 싶은 사람에게 가지 못하는가. 왜 나는 산책하며 만나는 다른 개들과 서로 짖으며 싸우지 못하는가. 나는 왜 원하는 장소에 똥을 누지 못하며, 나는 왜 자유로운 배변 활동을 할 때마다 꾸지람을 들어야 하는가. 나는 왜 네가 원하는 행동을 해야 하며,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해야 간식을 얻을 수 있는가. 나는 왜 사람들이 정한 사회적 규범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왜 교육되어야만 하는가. 나는 왜 항구적인 폭력성을 감내해야만 하는가. 나는 왜 너의 호의에 기대며 살아야 하는가. 너에게 묻는다. 나는 왜 네게 규정되어야 하는가? 나는 왜 송수철인가? 수철이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이 모순적인 사랑에 대한 고통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