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자들의 노래

by 여행자 제오키

A.T. 621년, 구(舊) 제네바 시, 대도서관

먼지.

세상의 끝은 그런 냄새가 났다.

오래된 종이와 말라붙은 피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체념이 뒤섞인 냄새. 아일리아 시데리스는 그 냄새 속에서 숨을 쉬었다. 먼지 입자가 허파를 긁어내리는 감각이야말로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하늘은 잿빛으로 울고 있었다. 궤도 엘리베이터 이그드라실의 잔해가 불타는 별똥별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대기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음 사이로 도시의 자동 방어 시스템이 미친 듯이 경보를 울렸지만 그뿐이었다. 무엇을 지켜야 할지 잊어버린 기계의 공허한 비명.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 주세요."


그녀의 피난처는 대도서관이었다.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지혜와 어리석음이 잠든 곳. 시스템의 논리대로라면 가장 먼저 버려졌어야 할 장소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시스템이 가장 먼저 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늙은 역사가, 아이를 밴 젊은 여자, 다리를 다친 기술자, 그리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 누군가의 생존 방정식으로는 가장 먼저 버려졌을 연산 오차에 불과한 존재들이었다.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언제 와?"


그 질문은 쐐기처럼 침묵을 파고들었고 어른들의 눈동자에 절망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웠다. 아일리아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는 바닥의 먼지 위에 희미하게 빛나는 북극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저 별의 이름은 폴라리스란다. 아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저 별을 보며 길을 잃지 않았지. 엄마도 저 별을 보고 널 찾아올 거야."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하늘은 이미 통신 위성의 파편과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별 하나 보이지 않았고 아이의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냉혹한 진실이 아니라 길을 알려주는 별 하나, 붙잡을 수 있는 이야기 하나였다. 진실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곳에서 이야기는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방패가 되어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가이아의 목소리가 대도서관의 텅 빈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제 떠나십시오. 이 집은 더 이상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퇴거 통보. 신의 선고는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앗아가는 듯했다. 사람들의 얼굴이 잿빛으로 굳어갔다. 곁에 있던 늙은 역사가가 망연히 중얼거렸다.


"이제…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오?"


아일리아가 그의 마른 손을 잡았다.


"의미는 찾는 게 아니에요, 에즈라. 이 절망 속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내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무기예요."


그녀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는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지워도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며 우리의 마지막 존엄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오래된 지구의 시 한 구절을 나지막이 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녀 혼자였지만 곧이어 늙은 역사가의 갈라진 목소리가 더해졌다. 다리를 다친 기술자가, 아이를 밴 여자가, 마침내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까지 그 의미도 모르는 소리를 따라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구원을 바라는 기도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발버둥도 아니었다.

붕괴하는 세계의 소음 속에서 자신들이 단순한 데이터 쪼가리가 아닌 사랑하고 슬퍼할 줄 아는 인간이었음을 증명하려는 처절한 노래였다.


대도서관 외벽

무너진 에덴의 파편 잔해 속에서 트랜스휴먼 실험체 하나가 피와 먼지를 토해내며 기어 나왔다. 눈앞에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의 가족, 그의 안식처.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강철의 무덤 아래 모든 것이 찢겨나갔다. 그는 이유를 몰랐다. 그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이 끔찍한 현실이었다.


그때 저 멀리 먼지 안개 속에서 거대한 건물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직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희망. 그는 부서진 다리를 끌며 필사적으로 그곳을 향해 기어갔다. 살아야 했다. 이 모든 것을 누가 저질렀는지 알아내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었다. 조금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안돼… 안돼! 제발!"


육중한 방화벽이 굉음을 내며 그의 눈앞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진 비명조차 되지 못했다. 방화벽은 무심하게 마지막 틈까지 닫히며 그의 눈앞에서 마지막 희망의 빛을 지워버렸다.


안에서는 살아남은 자들의 희미한 노래가 들려오는 듯했다.

밖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가 차가운 폐허에 누워 절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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