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온실 속의 화초야 잉잉!!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학교 다니면서 누가 하란 것도 아닌데 용돈마련과 사회 경험을 하겠다고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다니던 성실한 딸이었다.
졸업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더니 3주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출발은 언니와 하고 열흘정도 같이 다니다가, 바쁜 언니는 먼저 오고 혼자서 2주 정도 더 여행한다고 했을 때 내편은 엄청 걱정을 했다.
물론 나도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시간 있을 때 잘 구경하라고 격려해 줬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딸은 '역시 집이 최고야!' 하더니 며칠 동안 꼼짝도 안 하고 푹 쉬었다.
어느 정도 여행의 피로를 풀고 나더니, 컴 앞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나서는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맘 : 뭐가 그리 바빠?
며칠 동안 지켜보다가 물어보았다.
서이 : 응 면접 보러 다녀
눈치가 그런 것 같더라니...
여러 회사를 서치하고 벼락같이 서류를 넣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온 모양이다. 분주하게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하루에 두 군데를 보는 날도 있었다.
며칠 후 저녁에 집에 들어왔는데 표정이 무겁다.
먼저 얘기하기 전에는 안 물어보는 게 내 성향이고, 딸은 그걸 알기에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일이 많아서 힘들고 배울 건 많을 거 같은데 바쁠 거 같은 곳과, 일은 편한데 내가 배우는 게 별로 없을 거 같은 곳이 있으면 어디로 선택할 거야?" 하고 물어본다
"직장선배로서 말하는데 엄마라면 힘들어도 배울 곳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거야"라고 조언해 주었다
며칠 동안 이력서를 넣고, 서류 통과를 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이라고 연락온 곳을 두고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는 듯했다. 주변에 여기저기 물어보았고, 의견을 준 사람들은 다 나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누구나 생각하는 건 다 거기서 거기겠지.
또 다른 동종업종의 직장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더니, 고심 끝에 전자로 선택한 듯하다.
어깨가 축 처지고 한숨을 푹 쉬더니
서이 : 엄마! 나 취업했어 바로 출근해야 해
맘 : 오 축하해! 이렇게 바로 출근하니? 니 표정이 어두워서 취업이 안 돼서 그런 줄 알았네
갑자기 딸이 엉엉 울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보통은 취업되면 좋아서 껑충껑충 뛸 텐데 반대의 상황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서이 : 엄마 나 출근하기 싫어!
맘 :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근데 왜 울어 보통 취업이 안되면 우는데, 넌 취업이 됐는데 울어?
서이 : 출근하면 매일 규칙적으로 일어나야 하잖아. 나의 일상이 그렇게 되는 게 싫어 훌쩍훌쩍!! 새로운 곳에서 영혼이 갈리면서 빡세게 배운다는 게 무서워! 알바와 다르게 직장은 책임을 지는 곳이라서 들어가서 힘들다고 금방 그만두면 내 자존감에 문제가 생길 거 같기도 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이런저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합쳐져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
두리 : 나도 취업하고 나서 혼자 몰래 방에서 울었어 이제 더 이상 자유롭게 놀지는 못하겠다 싶어서.. 헤헤
서이 : 언니도?
두리 : 응 워라밸이 안 되는 게 화가 났어. 그래서 니 심정 알아
서이 : 맞아 그거야! 내 삶이 확 바뀌는 게 싫어
맘 : 그러면 좀 더 쉬었다가 취업하면 되지 이제 졸업했는데.. 급할 거 없어 출근 못 하겠다고 해
서이 : 아니야 엄마!! 친구들은 취업해서 자리 잡는데 나만 뒤처지는 게 싫어
딸이 우는데 난 걱정이 되지 않고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평소에는 의젓했는데 막내티가 난다.
맘 : 걱정 마 넌 잘 적응할 거야
서이 : 아니야 엄마! 난 온실 속의 화초야!! 온실 밖은 무서워 나가기 싫어 엉엉!!
맘 : 난 너를 화초로 안 키웠는데 왜 그려 너를 믿어
서이 : 난 그냥 연약한 화초야 엄마! 온실 속에서만 있고 싶어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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