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은 넘기네
작심하고 삼일만 견디면 이뤄낼 수 있다
출근을 안 할 거 같이 한바탕 울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에 잘 일어나서 출근을 한다.
나 또한 아무렇지 않은 듯 지켜보았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이 흐른다.
눈치를 보아하니 말을 시키면 안 될 거 같아 모른척해 주었다.
결국 모든 건 본인의 몫이니까 섣부른 관심은 안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이가 세무사 사무실에 출근하고 3일이 되었다.
우리는 3일을 넘긴 걸 기념하기 위해서 축하와 격려도 할 겸 맛난 걸 먹자고 준비하고 기다렸다.
서이가 지친 얼굴로 들어온다.
맘 : 오늘 어땠어?
별다른 말이 없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거 같은 얼굴이다.
맘 : 고생했어 그래도 기특하다 3일을 넘겼네
우리는 맛있게 밥을 먹고, 막내의 눈치를 보면서 축하를 해 주었다
맘 : 원래 직장은 3일이 고비야 잘 넘겼어! 이제 또 하면 되지 한 달을 채우고, 그러다 보면 3개월까지 채우고, 그렇게 다니다 보면 금방 1년이 되지 않을까! 힘들어도 시간은 가니까
동생의 눈치를 보다가 두리가 먼저 물어본다.
두리 : 동생! 어때? 뭐가 제일 힘들어
서이 : 뭐가 어때 그냥 다 힘들지!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는다
두리 : 어차피 직장은 힘든 거야 견뎌야지. 언니랑 같이 일하는 애도 너랑 동갑이야 힘들어도 잘 버티고 있어
서이 : 아 몰라 너무 힘들어 나 그만둘 거야! 아무것도 모르겠어 뭘 말하는지 전혀
두리 : 그만두면 뭐 하게?
서이 : 워홀 갈 거야 거기서 일하면서 영어공부할 거야
두리 : 그건 뭐 쉽냐 남의 나라 가서 일하는 건데
서이 : 그래도 영어는 배워오겠지
두리 : 이제 3일 다니고 그만두면 남의 나라에서는 어떻게 견디겠어
서이 : 몰라 지금은 그냥 그만두고 싶어
두리 : 미안한데 내가 안 보내 줄 건데
서이 : 내 인생이야! 미안하지만 언니가 안보내줘도 갈 건데
두리 : 직장은 원래 다 힘든 거야 못 보내줘!! 힘내서 견뎌야지
서이 : 싫어 갈 거야
두리 : 안돼 위험해 가지 마아!! 너 가면 심심해 절대 못 가
둘이 티격태격하는 게 귀엽다.
둘은 맨날 말하길 '오랜 룸메이트'라서 말 안 해도 텔레파시가 통하는 그런 사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동생을 잘 챙기던 두리는 세상이 험하다고 서이를 엄청 걱정한다.
서이 또한 언니를 잘 따른다. 키울 때는 힘들었는데 키워놓고 보니 세 명이서 서로 의지하는 걸 보니 뿌듯하다.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니까 친구처럼 잘 지내고 서로 챙겨준다.
역시 피붙이가 최고인 거 같다. 가족이라도 어려서부터 애착형성을 잘하고 서로 존중해 주는 게 좋다. 그래야 끈끈한 정이 생겨서 더 돈독해진다.
서이 : 내가 지금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더 힘들어
맘 : 신입은 원래 그런 거야 모르는 게 정상이지 니가 다 알면 신입이 아니라 경력직이지
서이 : 그래도 뭐가 뭔지 정말 모르겠어
그러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공부한다
두리 : 그러면 언제 그만둘 건데 바로 그만두게?
서이 : 아니 2주일만 버텨보려고
두리 : 왜 2주일이야
서이 : 지금 하는 일 마무리하고 그만둬야지 안 그러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내가 하던 일까지 해야 하니까 힘들 거야
하니 : 난 5년을 다녔어도 힘들어! 신입이 뭘 그렇게 하려고 해 그냥 다 물어봐 사수 있잖아
두리 : 맞아 나도 힘들어 그래도 하는 거야 내가 선택했으니까 목표가 있거든
하니 : 공부해 그러면 돼! 나도 항상 공부하면서 일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면 늘 새로운 게 나오거든.
애들이 막내에게 직장 선배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다
맘 : 엄마도 오랫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매번 힘들었어도 견뎠지. 그렇게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경력자가 되는 거지. 그러면 일이 훨씬 수월해지지. 눈에 들어오고 파악이 되니까
하니 : 맞아 이 자식 힘내!! 우리도 힘들어! 그래도 그냥 다니는 거야. 하다 보면 재미도 있고, 시간이 흘러 업무 파악하면 괜찮아질 거야!
시간은 이렇게 또 흘러가고 신입은 경력자가 되는 거다. 그게 성실하게 다닌 직장인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지고 조금은 덜 힘든 상황이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
막내도 그걸 깨닫게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사람에게 시간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사람만이 포기를 할 뿐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만두지 않겠구나! 그만 둘 사람 같으면 남아있는 동료를 걱정하지는 않지. 그냥 나 몰라라 그만두면 되는 거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인수인계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지.
막내는 뭐든 시작하면 끈기 있게 하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본인만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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