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 싫었다. 예고 없이 비 오던 날, 엄마는 단 한 번도 우산을 갖고 학교에 오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교문을 나서던 찰나.
"쟤는 엄마가 없나 봐"
등 뒤에서 들리는 어떤 아이의 말에 눈물이 났다. 엄마가 있는데 엄마가 없다는 말을 들으니 뭔가 이상했다. 빗물은 차가운데 눈물은 뜨거운 것처럼. 가난의 굴레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엄마는 자주 집을 나갔다. 모든 게 비워진 것 같았다. 엄마가 사라진 방도, 마음도.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봄날, 지병을 앓던 엄마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아픔만 잔뜩 남기고 떠난 엄마.
'두고 봐!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오랫동안 앞만 보고 살았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길 바라면서. 그런데 점점 또렷해졌다. 누군가봄나물이나 김치 한 포기 건네면 엄마가 아른 거렸다.
긴 시간이 흘러 엄마의 나이가 된 나. 있으면 안 보이고, 없어야 보이는 게 엄마 사랑인 걸까. 계속 비어 있으니까 선명하게 보였다. 미움 속에 감춰진 엄마 사랑이. 그렇게 싫어하던 비 내리는 날, 나는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보다 더 잘 알게 된 '엄마 사랑'을 알려 주고 싶어서.
엄마 안녕. 하늘나라는 지낼 만 해? 나 벌써 엄마 나이가 되었어.
자주 집을 비우고, 멀리 떠난 엄마가 밉지 않았냐고? 미웠어. 그런데 이제 알았어. 미움도 사랑이란 걸. 사랑했으니까 미울 수 있는 거잖아.
엄마. 희한해. 엄마가 없으니 '엄마 사랑'이 더 또렷하게 보여. 엄마는 사랑을 나눠주지 않고 떠나서 잘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