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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Feb 10. 2024

‘일’에 대해, ‘직장’에 대해 고민하다

밥벌이자아실현...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조직이고 일터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노동자성의 정의가 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일터의 시공간적 성격도 바뀌기는 하지만!).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노사관계, 투쟁, 노동조건과 같은 노동조합의 직접적인 활동과 관련한 주제 말고도,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새삼스럽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지옥 같은 출퇴근 시간 전철 안에서, 동트기도 전 새벽에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그다지 흔쾌하지 않지만 일을 하러 나서는 사람들을 볼 때 느끼는 밥벌이의 절실함, 그리고 위대함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고단한 하루를, 일주일을, 일 년을 견디고 또 견디면서도 생계를 이어나가는 게 고통스럽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사는 건 단지 사회에 기여하는 거창한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분명하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동료와의 합이 잘 맞아 척척 일이 진행될 때, 문제가 생겼지만 잘 해결해 냈을 때, 내가 만든 것(그것이 물건이든, 인프라든, 무형의 서비스든, 예술작품이든)이 다른 사람에게 효용 있음을 알게 될 때 느끼는 기쁨은 사실 흔히 마주하게 된다.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에는 만족감, 성취감, 짜릿함, 뿌듯함이 제대로 모든 사람들의 것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함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이 끝나고 직장을 나와야 행복이 시작된다면,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직장이 단지 불행의 시공간이라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야 하고,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일터를 바꾸려는 것도 내가 일하는 시간, 일하는 공간이 더 친절하고, 더 안전하고, 더 가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철밥통이라 여겨지던 곳에서도 이른 시기에 퇴사하는 사람이 늘었다. 고통스러운 취업 준비의 시기를 거쳐 입사했지만 기대와 다른 현실에 매일 사표를 품고 출근하다 그만두는 거겠지.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몇 년에 한 번씩은 이직을 해서 커리어를 개발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노동조합 활동도 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조합에서 좀 더 많은 활동을 할만하면 (그러니까 간부로 좀 나서줬으면 해서 눈독을 들이면)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참 많았다. 간부 만들기도 힘들지만, 퇴사한 자리에 들어온 많은 새 조합원들에게는 공유한 경험이 너무 적어 어려움이 있었다. 역사와 경험을 되풀이해서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했던 활동의 역사가 축적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회사는 물론, 노동조합의 활동도 이런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누구든 직장이 바뀌더라도 어디서든 주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잦은 이직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파악해야 한다. 커리어 디벨러프라는 이유가 있다고 해도, 현재의 직장이 너무나 만족스러운데도 굳이 그만두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직장에서도 동지가 생길 수 있다.     


흔히 직장에서는 사적인 이야기를 자제하고 동료를 친구로 생각하라는 조언이 많이 나온다. 나 역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SNS에서 현 직장 동료를 먼저 팔로우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직장에서의 적당한 관계에 대한 조언은 ‘선을 넘는 무례함’이나 ‘과도한 의존’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지 모든 가까운 관계를 멀리하라는 주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늘 서로를 격려하고 오래간만에 만나 수다를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고속버스를 놓칠 뻔한 친구, 2002년 월드컵 응원부터 지난 가을 바다 여행까지 동반자인 친구들. 이들은 9년 전, 십여 년 전에 그만둔 나의 옛 직장 동료들이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과는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쌓게 되니, 긴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즐겁게 함께 했든, 어려운 상황에서 쌓은 전우애든. 특히나 노조활동은, 업무를 함께하는 직장동료의 관계에 동지의 관계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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