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새까맣게 구름이 끼어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안에도 분명히 행복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걸 알지만 도통 볼 수가 없다.
나는 증상 안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아픈 걸까.
간밤에는 허약해진 몸에 몸살기운이 발을 들였다. 두 눈이 뜨거웠고 얼굴이 달아 오르더니 허리 어딘가가 아팠다. 감기약을 먹고 나니 오래간만에 잠이 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4시간 정도의 짧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꿈속에서 사람이 웃는 모습을 언뜻 보았는데 그게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오전 수업 중 시선이 허공에서 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고 들려오는 말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내 머릿속에는 우울만이 이미 꽉 차버렸기에.
사람을 잘나 보이게 만드는 높은 성취에도 관심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아니, 정확히 짚자면 사라진다기보다 붙잡으려 해도 자꾸만 빠져나가는 것에 가깝다. 그게 없으면 내가 사라지다 잊혀지고야 말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에 빠져들었지만 이제는 어찌 되든 좋았다.
눈을 감고 싶다.
며칠이고 몇 달이고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싶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무엇에도 괴롭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