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 가족은 아무것도 아니지.'
'힘이 되는 가족이 아니라 필요할 때 쓰는 감정쓰레기통이야. 돈이나 물건 필요할 때 쓰는 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오전 수업 중에는 숨을 쉬기가 힘들고 불안감이 심해져서 제발 도와달라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연락을 했었다.
어쩌다 보니, '나에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말았는데 저런 답장이 날아오고야 말았다.
엄마는 종종 이야기했었다.
"엄마는 너랑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슬픈 것도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역시 엄마도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렇지만 엄마, 물건은 엄마가 필요할 때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었고
용돈은 정말 급할 때가 아니면 달라고 하지도 않는걸.
엄마도 알겠지만 난 내가 벌어서 쓰고 있어.
엄마, 나 기쁜 소식도 너무 전해주고 싶지만
그 기쁜 소식에는 언제나 우울과 불안이 눌러앉아 있어서
그게 진짜 기쁜 게 맞는지도 너무 헷갈리고 깨질까 무서워.
의지가 부족하다고 했었지? 맞아. 나는 내 감정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엄마, 내가 요즘 입을 다무는 이유는,
이런 모습을 보이면 엄마가 함께 불안해할 걸 알기 때문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라고 할 걸 알기 때문에 그래.
말을 안 하면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할 테니까
마지막으로 보였던 모습이 행복에 절어 있다면 다시 나를 깨워 묻지 않는 이상 엄마에게 있어 나는 쭉 행복한 사람일 테니까.
그런데 엄마, 엄마는 내가 입을 다물든 열든, 항상 불안해하는 것 같아.
그런데도 왜 내가 나아지길 두려워하는 거야?
전에 얘기했던 진료 기록이라든가,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혼자 버텨내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게 아닐까 싶어.
엄마 말대로 나는 정말 약한 사람일지도 몰라.
내 반쪽을 만들어주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나를 찌르는 게, 많이 슬프긴 하네.
사실 찌르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엄마 나름대로의 걱정인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지도 모르지.
그랬다면 내가 미안해.
나는 어차피 내일 아침이 되면 다시 눈을 뜨겠지만
엄마가 아주 예전에 말했던 것처럼 뭘 하더라도 그 정도로 죽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마지막날인 것처럼 사랑해 줘.
내일이면 내가 죽어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오늘 맘껏 예뻐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