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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신러너 Jan 26. 2024

거인의 사고 체계

그냥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사고 체계를 만드는 겁니다

망망대해 바다를 바라보는 선원의 기분이 이런 것이겠죠. 열정과 포부가 충만해도 도저히 저 바다 끝이 가늠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망망대해 바다를 바라보는 그 기분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제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모든 지구인이 아는 상식이지만, 바닷길은 특히 미개척지였기 때문에 15세기까지도 그 끝에는 배를 집어삼키는 불구덩이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원래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 해답지 슬쩍 보면 답이 쉽게 보이는 법이니까


그런 것을 감안하고 바다를 바라보면 '그 끝에는 불구덩이가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할 만도 합니다. 그만큼 제게 글쓰기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불구덩'이 같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가보지 않은 곳을 간다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은 아무튼 나와는 다른 인간의 종, 이를테면 콜럼버스라던지 한비아쯤 되는 탐험가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지구 한 바퀴 도는 탐험은 아니니까. 내가 하는 글쓰기가 그리 대단한 큰 보폭이라기 보단 '잰걸음'과 같은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 봅니다.


잰걸음과 같은 생각은 우선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못난 글인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래야 최소한 내가 찾는 거인을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글쓰기에 절대법칙이라든지 소희 패턴이란 것이 있다면 모두가 그 방향으로 쫓아갈 테고 결국은 다시 '평균회귀'하여 힘을 잃은 글이 될 것입니다. 비즈니스 분야에선 ‘그로스 해킹’이 있습니다. 이 전에 성공한 창업자의 뒤를 그대로 밟는 것입니다. 워낙 네트워킹이 발달하여 성공한 창업자의 경로를 쉽세 추적할 수 있습니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로스 해킹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문을 열어 버리는 만능키 같은 작가의 비법을 찾는 것보단 이 작가가 무엇을 상상하는가 입니다.


이 것을 사고 체계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대가들을 공부하는 이유는 그의 글을 그대로 추종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 체계로부터 그 무언가를 배워서 ’나의 사고 체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함일 겁니다.



<더 레슨>

"거의 모든 직업적 활동에서 젊은이가 발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바로 자신의 활동 분야에서 이미 성공한 증명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1]


세상에는 각자의 사고 체계를 갖춘 수없이 많은 거인이 있을 겁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들을 그대로 따라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나만의 사고 체계를 만들려면, 거인을 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내 생각에는 이렇다는 얘기입니다만, 나만의 사고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이 채워져야 합니다.



    1. 재능이 아니라 내가 거인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는가?

    2. 배우고 따라 할 수 있는 저서가 3편 이상 있는가?

    3. 마지막으로, 장기간 훌륭한 성과를 내었는가?


(1)거인을 갖는 이유가 그를 따라 해서 배우기 위함인데 오로지 재능이라면 거인이 한 트럭 있은들 내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재능을 이야기하자면, 제가 꼽고 싶은 책은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 입니다. [2] 스포츠에서 단연 농구가 재능이 압도적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재능이란 것이 눈치채셨겠지만 '키'입니다. 저도 농구를 참 조아라 했서 느끼는 것이 농구에서 키야말로 재능이요 더 나아가 따라잡을 수 없는 실력입니다. 그러니까, 마이클 조던은 제 농구 거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2)는 따라 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큽니다. 시간과 공간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저서가 3편 이상 있는가를 묻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중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은 '시간'입니다. 거인이 남긴 책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과거로 갈 수 있으니까요. 공간이야 한국에서 보던 미국에서 보던 독서실에서 보던 화장실에서 보던 상관없습니다. 큰 결심이 있고 기회가 허락된다면 책이 아닌 그 거인을 직접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3)은 오랜 시간 동안 훌륭한 성과를 내었는가입니다. (1)~(3) 중에서 그래도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3)입니다. (3)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의 경과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짧은 ‘시간 지평’은 운의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너무 늘어질 수 있으므로 아주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에 책을 저술하고 있는 곳에 담도록 하겠습니다.(양해 바랍니다.)


나의 사고 체계를 만들기 위해 (1)~(3) 모두 만족하는 첫 번째 거인은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그는 제게 '근면한 글쓰기 스승'입니다. [3]




[1] 더 레슨 - 스콧 채프먼

[2]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 - 마이클 모부신

[3]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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