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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신러너 May 31. 2024

감사하며 글쓰기(1) - 좋은 사람

사람의 멋진 점을 발견하고 좋은 질문을 건네는 것은 어엿한 매너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일하세요" -찰리멍거 [1]


즐겁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할 때가 참 좋습니다. 힘든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좋은 사람과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의 삶이 자는 시간을 제하고 나면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은 동료와 함께 일합니다. 이런 점에서 좋은 직장 동료를 만나는 것은 참 행운입니다. 나는 항상 생각하길 '인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 덕에 내 '인'생의 즐거움이 '복'리처럼 쌓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를 인복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지인 중 하나는 같은 팀 동료인 세환선배입니다. 세환선배는 나에게 좋은 동료이자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그를 선배라고 부릅니다. 같은 학교 출신이지 않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혹은 회사를 먼저 다녔다고 해서 모두에게 선배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회사에선 언제나 이름 뒤에 직급이 따라옵니다. 선배라는 직급은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나는 그를 선배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 마음이 그를 조금 더 가깝게 여기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로 존댓말을 합니다. 나는 그를 '선배'라고 하고 그는 나를 '누구누구 씨'라고 합니다. 그는 나보다 세 살 많지만 우리는 서로 높여주고 동시에 높임 받습니다. 누구에겐 형·동생을 해야만 친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나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그저 인간으로서 동등한 입장으로 그리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커뮤니케이션합니다.

적절한 거리 유지는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의지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닿을 수 없는 두 수평선 위에 우리는 각자의 여정을 하고 그 거리만큼 간격을 두고 우리의 대화는 맑은 공기를 통해 연결됩니다.


우리가 만날 때면 카페인의 효력이 떨어지는 오후 3시쯤입니다. 따로 음료 없이 가볍게 산책을 즐깁니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좀처럼 날씨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 산책은 날씨의 변화며 하늘의 화창함 그리고 절반은 햇볕 절반은 그늘진 곳을 거느리는 비타민 같은 시간입니다. 우리의 산책은 어떤 길이 있는 코스는 아닙니다. 그저 사무실동 앞에 있는 조금 넓은 잔디밭에서 테두리를 따라 한 바퀴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아쉬우면 "한 바퀴만 더 돌까요". 습기 없이 메마른 잔디는 폭신하고 살짝 떠있는 기분이 나는 좋습니다. 주변도 건물 없이 꽤 뚫려 있어서 시야도 멀리까지 보이는 곳입니다. 1.5평 남짓 책상에 있다가 이렇게 나오면 저절로 큰 들숨과 날숨이 나오는 그런 곳입니다. 하늘은 파랗고 잔디는 초록인 싱그러운 조화입니다.

이곳을 천천히 걸으며 느껴지는 공간 체적만큼 넓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답지 않은 사소한 이야기에서 사사로운 이야기까지 다양합니다. 일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엔지니어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주제는 치열하게 대화합니다.


세환 선배와 나의 대화는 누구랄 것도 없이 절반씩 감당하는 건강한 대화를 합니다. 누구 한 사람은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듣기만 하는 그런 기울어진 대화가 아닙니다. '대화'라는 주제의 책이며 강의는 우리 주변에 넘쳐납니다. 공통적으로 한 점에 모이는 지침은 '굿 리스너'가 되라는 것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도 없습니다. [2] 이것은 마치 '나는 실수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이란 게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어서 많이 말할수록 많이 실수하게 됩니다. 결국 손해입니다. '손실과 이득'을 따지면서 하는 게 무슨 대화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우리의 본능입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언제나 우리는 손실과 이득을 재고 그것에 따라 행동합니다. 말도 행동입니다. 말 그대로 행동 그대로 모두 생존 본능입니다.

반대로 말만 하고 듣지 않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습니다. [3] 듣는 사람을 마치 샌드백처럼 말로 두들겨 패는 것은 폭력적입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상대방이 꺼낸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서 결국엔 자기 경험으로 이야기를 덮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는 나의 좋은 점이나 멋진 점을 발견하고는 좋은 질문으로 내게 말합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경청 합니다. 그런 사람입니다. 타인을 칭찬하기는 말만큼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잘했다' '멋지다' 같은 말뿐인 칭찬은 부자연스러울뿐더러 도리어 상대가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세환선배는 나를 기쁘게 하는 칭찬을 어쩜 그렇게 잘하는지 이렇게 말합니다. "어쩜 그렇게 잘할 수 있어요. 대단해요" 그리고 꼭 따라오는 말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와 같은 나의 사고체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꼴입니다. 그의 말에서 그리고 그의 눈에서 나는 항상 진심 어린 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상대의 진심을 구별하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차리는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이나 멋진 점을 발견하고 좋은 질문을 건네는 것이 어엿한 매너라는 것을 배웁니다.

나도 세환선배와 같은 말솜씨를 종종 따라 합니다. 가능하면 상대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나에게도 유익한 점이 많습니다. 장점을 보면 그 장점을 따라 하게 되고 배우게 됩니다. 상대의 단점을 보아야 딱히 어디 쓸 때도 없습니다. 상대의 장점을 캐치해서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를 표현하면 나도 좋은 사람에 한발짝 가까워지리라 믿습니다.



[1] 찰리멍거 "비즈니스 규칙 세 가지" CNBC Make it 기고문

[2] 셀레스트 헤들리 <말센스>

[3]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05~09화:    근면하게 글쓰기
*10~15화:    채집하는 글쓰기
*16화~25화: 고립되어 글쓰기
*26화~      :  감사하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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