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ust by Johann Wolfgang von Goethe
<어릿광대>
사람들은 우연히 가까워져서 사랑을 느끼어 머물게 되고,
점차로 깊어져 한데 얽혀 인연을 맺으니,
행복이 자라나나 했더니 곧바로 괴로움이 닥쳐오며,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소설을 한 권 엮어내지요.
오색찬란한 형상들 속에 명료한 것은 보기 어렵고,
수많은 오류투성이에 진리란 단 한 번 반짝일 따름이니
<메피스토텔레스>
운명이 저 놈에게 부여해준 정신이란,
무조건 언제나 앞으로만 치닫는 것이니,
그 놈의 너무나 성급한 노력이
이 지상의 기쁨을 뛰어넘어버리고 만단 말이다.
내 저 놈을 기어이 거친 생활 속으로,
평범하고 무의미한 세속으로 이끌어가리라.
<파우스트>
맑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지 모두가,
자기 말투에 따라 이야기를 하는 법인데,
어찌하여 나는 내 식대로 말해선 안 된단 말이오?
<그레첸>
어떤 가련한 여자애가 잘못을 저지르면, 예전엔
나도 얼마든지 신이 나서 헐뜯을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죄에 대해선, 혀끝이 당해내지 못할 만큼
나도 그렇게 많은 비난을 퍼부어대곤 했었는데!
남이 저지른 것이 검게 보이면, 더욱 검은 칠을 해도
마음에 흡족토록 검게 여겨지지가 않았었고,
죄 없는 나 자신을 축복하며 그렇게도 잘난 체를 했었는데,
그런데 이제는 나 자신이 죄지은 신세가 되었구나!
<파우스트>
아아, 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었더라면!
<메피스토텔레스>
말씀을 듣자니 학식있는 분임을 알겠소이다!
당신네가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것은 수십 리 밖에 있고,
당신네가 잡지 못한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당신네가 계산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당신네가 달아보지 않은 것은 전혀 무게가 없으며,
당신네가 주조한 돈이 아니면 통용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죠.
<지혜>
인간에게 가장 큰 적 두 가지,
공포와 희망을 쇠사슬에 묶어서,
이를 군중에게서 떼어놓으련다.
<파우스트>
커다란 잘못이다. 명령을 내려야 하는 자는
명령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껴야 하는 법이니라.
그의 가슴이 드높은 의지로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그가 원하는 바를 어느 누구에게도 알게 해선 안되는 일이다.
<근심>
제 목소리는 귀로는 듣지 못해도,
마음 속에서는 굉굉히 울릴 거예요.
저는 여러 가지 형상으로 변화하면서
잔인스런 힘을 발휘하고 있지요.
좁은 오솔길에서나, 파도 위에서나,
영원히 불안스러운 길동무로서,
한번 찾지 않아도, 언제나 나타나고,
저주도 받지만, 아첨도 받는답니다.
당신은 근심이란 걸 아직 모르시나요?
<파우스트>
나는 오로지 이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따름이다.
쾌락이라면 모조리 그 머리채를 움켜잡았고,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려두고,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은 그대로 떠나가게 했다.
나는 오로지 갈망하고 그것을 이룩하였고,
또다시 소망을 품고서는 그다지도 기운차게
일생을 돌진해왔다. 처음에는 거대하고 과격했지만,
지금은 현명하고 신중하게 해나가고 있다.
도깨비들이 날뛴다 해도 자기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떠한 순간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자,
그가 계속 가는 길에는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으리라!
<파우스트>
인간 지혜의 마지막 결론이란 이러하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천사들의 합창>
너희들의 것이 아니라면,
너희들 스스로가 피해야 하고,
너희들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을,
너희들 스스로가 견딜 수 없으리라.
그래도 난폭하게 덤벼든다면,
우리들도 힘차게 싸우리라.
사랑만이 사랑하는 자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리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태어났다. 교육에 열성적인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그리스어, 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웠고, 그리스 로마의 고전문학과 성경 등을 읽으며 자랐다.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1770년 슈트라스부르크대학에서 법학을 계속 공부하던 차에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에 눈을 떴다. 1772년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했고, 1831년에 독일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파우스트’를 탈고했다. 이듬 해 83세의 나이로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