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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변호사 Jan 21. 2024

교사들과 함께한 하루

교육청 징계위원회, 전교조 참교육 실천대회 강연일기

1. 오늘 오후에는 A선생님의 아동학대사건 징계위원회에 대리인으로 참석했다. 징계위원회는 재판이 아니므로 변호인이 아니라 대리인이 된다. 하는 일은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인과 유사하다. 다만, 징계대상자 본인이 더 충실히 사안에 답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형사재판에서는 거의 변호인이 주도적으로 진술하고 변론한다.


본문만 55면, 증거까지 하면 190면짜리 의견서를 만들었다. 이 선생님은 초등 특수학급의 교사다. 중증 지체장애 아동들에게 글과 수를 가르쳐야 하는데, 아이들은 이에 익숙하지 않다. 학습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에 수업을 거부하기도 한다. 수업을 잘 따라오지 않는 중증장애 아동을 수업시간에 그냥 내버려 두어도 시간은 간다. 그러나 이 교사는 아이들을 어떻게든 가르쳐 보려고 했다. 그런 노력 때문에, 장애아동들과 정보화교육관련 모범을 보였다고 교육감 상을 받기도 했다. 20여년의 특수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7번의 포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선생님의 수업은 사람에 따라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수업일 수도 있다. 아이들을 집중시키느라 톤이 높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한 학부형이, 이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 책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서 학교에 보낸 바가 있다. 그때의 녹음이 징계위원회 전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어 있어서, 나도 그 수업상황을 들어볼 수있었다. 사실, 처음에 공소사실과 서면증거들만 보았을 때에는 매우 어려운 사건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가지 때문에 선생님이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첫번째는 녹음에서 확인된 수업의 내용이다.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나무라는 내용이 아니라, 수업에 집중시키기 위해서 톤이 높은 것이었다. 공소사실에는 책을 집어던지고, 머리를 때렸다고 되어 있었으나, 그 실제는 교과서 쪽을 집중하라고 고개를 아래로 향하게 해 주거나, 집중이 전혀 안되는 수업시간에는 책상을 교재로 탕탕 치면서 집중을 시킨 행동이었다. 두번째는, 해바라기센터에서 아동들을 조사하면서 그 아동들이 “다시 이 교사가 담임이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모두 ”네“라고 대답한 것이다. 사실은 해바라기 센터에서는 ‘이 교사의 처벌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었으나, 아이들이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다시 담임이 되면 좋겠냐는 질문을 해본 것이었다. 많은 교사들이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이 ”교사의 처벌을 원한다“는 진술을 할때 무너진다. 사실은, ‘전수조사’라는 미명 하에 초등학교 아이들을 어른들을 조사하는 수사관이 어른들의 언어로 질문하고 답을 들어간다. 교사에 대한 ‘호/불호’가, 형사적인 ‘유/무죄’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교육현장에서 형사처벌로 다스릴 일이 아닌 것도 형사화 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그 압박 속에 몇몇 교사들은 자살을 선택했다.


오늘 징계위원회에서 이 교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리라 마음먹고 들어갔으나, 징계위원회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이름을 모르는 징계위원분들 중 몇몇이, 사실상 ‘토론’처럼 징계위원회를 진행했다. ‘교육을 위한 것이라지만, 톤이 높은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어떻게 개선할 예정이냐’ - 징계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교육을 위한 토론처럼 말했다. 그리교 내 의뢰인도 그렇게 들었다.


아동학대로 기소되는사례 중 많은 경우가, 위의 경우처럼 따뜻한 훈계로 정리되어야 할 사안들이라고 믿는다. 모든 사회문제를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모습은 이렇게 부수적인 피해를 낳는다. ‘부수적인’이라고 썼지만, 형사절차에 들어간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신병원에 가야 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22년, 23년에 아동학대로 조사받은 모든 의뢰인은 정신과에 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상태가 꽤 심각하게.


2주전에, 개식용금지특별법이 그동안 개식용에 관여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칼럼을 썼는데, 그 신문에 칼럼을 쓴지 2년만에 처음으로 우후죽순격의 댓글을 받아보게 되었다. 내가 그 글에서 말한 바는,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을 형사처벌의 방법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댓글은 글과는 동떨어져 있다.


2.저녁에는 원주 상지대에서 열린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아동학대 부분의 강의를 맡아 진행했다. 이미 1박을 하여 심신이 피로한 교사들을 앞에 두고… 쉬는시간 없이 2시간을 얘기하고 와서 심히 죄송스럽다. 전교조 강연에서는, 강의를 한다기 보다 나를 열고, 나를 드러내고,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갔다. 강의 틈틈히 자기 얘기를 해주셔서 배우는 바가 많았다. ‘주호민’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다. 잘 못챙겨 본 사건이라(주호민으로 관심이 집중된 것에 대한 불만때문에 사안을 잘 안보고 있었다), 다음에 글로 정리해 보려 한다.  특수학급 교사들에게는, 주호민 사건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는 사안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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