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이게 되게 멋있어 보였다. 누군가가 나를 조롱하고, 내게 모멸감을 주고, 적의를 드러내도 그저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다. 괜히 어른인 척, 나도 그 사람이랑 똑같은 사람 되기 싫다며 참았다. 마음에 울화가 치밀어 죽을 것만 같았다. 겨우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을 찾아, 하소연하고 뒷담화하며 화를 다스렸다. 뭔가 개운치는 않았다.
책에서 이런 문장을 봤다.
참으면 미워하게 돼 (김금희,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中)
맞다. 참으니까 미웠던 거다. 앞으로 나는 나에 대한 부당함과 불함리를 참지 않고, 조곤조곤 바로잡아 보려고 한다. 그래도 아마 대부분은 참을 텐데, 내 멘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 가능할 것이다. 정말 못참겠는 건 참지 않을 작정이다. 그리고 곧바로 잊어버리려 한다. 그게 좀 더 어른스러운 방법 아닐까.